1. ERC-4337과 계정 추상화
2023년 블록체인 생태계에는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주목할 만한 뉴스 중 하나는 ERC-4337의 출시였습니다. 2023년 3월 WalletCon에서 이더리움 재단은 ERC-4337 구현체의 감사가 완료되었고, 공식적으로 모든 EVM 체인에서 ERC-4337 기반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약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ERC-4337 및 계정 추상화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계정 추상화 생태계에서 어떠한 논의가 진행되었는지 알아보고,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예상해 봅니다.
2. ERC-4337은 무엇을 추상화(Abstract)하고 있는가
2.1. 계정 추상화의 역사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계정 추상화와 ERC-4337이 무엇이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계정 추상화는 이더리움의 UX를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 형태의 지갑을 사용하자는 제안으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온 주제입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메타마스크와 같은 EOA(Externally Owned Account)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 개인 키를 잃거나 탈취당하면 계정 내 자금의 소유권을 되찾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해마다 크고 작은 보안 사고들이 발생합니다.
- 획일화된 서명 메커니즘을 사용해야 합니다. 현재 이더리움에서 사용되는 서명 알고리즘은 ECDSA하나 뿐으로, BLS 등 여러 이점을 가진 서명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못할 뿐더러,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보안이 뚫릴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 가스비 지불에 있어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현재 이더리움은 가스 지불에 있어 ETH 외에 다른 토큰을 허용하고 있지 않고, 트랜잭션을 보내려면 무조건 계정 내에 ETH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 트랜잭션 실행에 있어서도 유연성이 부족합니다. 한 번에 한 트랜잭션만 보낼 수 있는 EOA의 특성 상 사용자들에게 여러 가지 불편함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DeFi 등을 사용할 때 ERC20 토큰의 Approval을 위한 추가 트랜잭션이 발생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스마트 컨트랙트를 계정으로 활용한다면, 위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EOA를 컨트랙트 계정(Contract Account, CA)로 옮겨 해결책을 ‘추상화’하는 것을 계정 추상화라고 이야기합니다.
2017년 Vitalik Buterin이 EIP-86을 통해 이 개념을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EIP-86에서는 컨트랙트 계정을 통해 트랜잭션의 서명 검증과 논스 체크를 추상화하는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이 제안은 프로토콜 내 너무 많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EIP-2938, EIP-3074 등 여러 방식으로 프로토콜 변경을 통해 계정 추상화를 이더리움 클라이언트에 내장하자는 제안들이 나왔지만, 마찬가지의 이유로 모두 이더리움 업데이트에 반영되지 못하였습니다.
2.2. ERC-4337의 등장
이후 2021년 9월 Vitalik Buterin을 비롯한 이더리움 재단의 개발자들을 주축으로 ERC-4337이 제안됩니다. ERC-4337은 기존 EIP들과 다르게 프로토콜 변경 없이 계정 추상화를 구현하겠다는 목적으로 등장한 제안입니다. 이를 위해 ERC-4337은 공식 이더리움 멤풀이 아닌 별도의 오프체인 멤풀을 사용하고, 트랜잭션도 별도의 객체인 User Operation(UserOp)을 사용합니다.
ERC-4337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ERC-4337 지갑을 쓰는 사용자들은 트랜잭션 대신 UserOp에 서명하여 이를 멤풀로 보냅니다. 이 멤풀에서는 ‘Bundler’라는 객체가 기존 밸리데이터를 대신해 UserOp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여러 UserOp들을 Bundle로 모아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만들어 이더리움에 제출하는 형태입니다.
일관성 있는 호출을 위해, ERC-4337에서는 엔트리포인트(Entrypoint)라는 컨트랙트를 도입합니다. Bundler가 사용자의 UserOp을 받으면, 이를 모아 엔트리포인트 컨트랙트로 호출을 보내게 됩니다. 엔트리포인트 컨트랙트에서는 각 UserOp에 대한 검증과 실행을 수행하고, 그 결과가 트랜잭션 형태로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메커니즘입니다.
2.3. ERC-4337의 추상화
ERC-4337은 총 세 가지 영역의 추상화를 통해 이더리움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기능들을 제공하고 편의성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 인증 및 검증
- ERC-4337에서는 임의의 검증 방식을 사용해 트랜잭션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즉, 기존 트랜잭션과 다르게 ECDSA 방식이 아닌 서명 알고리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대표적인 사용 사례는 BLS를 활용한 서명 집계 (signature aggregation) 입니다. BLS는 페어링 기반의 타원 곡선을 통해, 여러 서명들을 단일한 서명으로 집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서명 알고리즘입니다. BLS은 이러한 특성으로 검증에 걸리는 리소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현재 이더리움 클라이언트 내에서 블록을 검증하는 밸리데이터들의 서명을 집계하여 서명 크기와 검증 시간을 줄이는 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ERC-4337에서도 이를 활용해 트랜잭션 비용을 줄이는 계정 형태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이 된 바 있습니다. 비탈릭 역시 아래와 같이 BLS를 이용한 서명 집계로 트랜잭션 크기를 약 17% 가량 압축하고, 다른 압축 기법들을 포함해 롤업의 트랜잭션 비용을 최대 7배 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는 리서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ERC-4337에서는 BLS 사용을 지원하고 있고, 공식 구현체의 검증 및 실행 함수에서 집계된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는 메서드를 별도로 구현해두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용 사례는 기존 Web2의 서명 체계를 활용해 블록체인과의 상호작용 과정을 더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컨트랙트 계정은 혼자서 서명을 만들 수 없고, 별도의 서명자가 필요합니다. 다만 기존 EOA 계정은 ECDSA 기반의 개인 키만을 활용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12자리 혹은 24자리로 이루어진 니모닉(mnemonic)을 관리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ERC-4337을 사용하면 기존과 같이 개인 키 관리를 요구하지 않고, Web2 사용자들에게 보다 익숙한 도구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아이폰 자체를 지갑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Apple은 아이폰, 맥북 등에서 Secure Enclave라는 하드웨어를 내장해 두고 있습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이 동작하는 메인 프로세서와 격리되어 추가적인 보안 계층을 제공하며, 내부에서 암호화 서명과 같은 보안 관련 행위들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Secure Enclave 내부에서 UserOp에 대한 서명을 생성하도록 한다면, 아이폰에 메타마스크가 내장된 것과 같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하드웨어 수준의 보안을 통해 개인 키 탈취와 같은 보안 사고 역시 방지할 수 있습니다.
현재 Secure Enclave는 secp256r1이라는 서명 알고리즘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에 대한 검증 로직을 ERC-4337 컨트랙트 계정에 넣어 이러한 지갑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은, secp256r1을 컨트랙트 내에서 검증하는 데에 드는 가스비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이는 후에 설명할 RIP-7212를 통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 가스 지불 방식
- 계정 추상화를 통해 가스비를 다른 컨트랙트로 하여금 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을 ERC-4337에서는 paymaster라고 합니다.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첫 번째로, 더 이상 계정은 가스비를 위한 ETH를 남겨두지 않아도 됩니다. Paymaster를 사용하면 사용자가 USDC를 paymaster에 지불하고, paymaster는 bundler에게 해당하는 만큼의 ETH를 지불하는 방식을 통해 커스텀 토큰을 활용한 가스비 지불이 가능해집니다.
- 두 번째로, 계정에 가스비 전체를 지원해주는 형태의 UX도 가능해집니다. 이를 통해 Web3 혹은 가스비와 같은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보다 수월하게 애플리케이션에 온보딩시킬 수 있게 됩니다. - 트랜잭션 실행
- 한 번에 한 개의 호출만 가능한 EOA와 달리, ERC-4337의 컨트랙트 계정에서는 여러 개의 호출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습니다. ERC-4337의 공식 구현체에서는 executeBatch라는 함수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호출들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Bundler의 재량껏 여러 개의 UserOp을 한 트랜잭션에 넣어 실행할 수 있기도 합니다.
3. 계정 추상화 2023
3.1. 통계로 알아보는 2023년 계정 추상화
현재까지 발생한 총 UserOp은 총 약 892만 개로, 처음 ERC-4337이 출시된 이후로 가파른 상승을 보여왔습니다. 지금도 한 달에 약 100만 개 수준의 UserOp이 발생하지만, 이더리움의 하루 트랜잭션 수가 약 100만 개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는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아직까지 계정 추상화 및 ERC-4337의 도입이 미진하다고 볼 수 있고, 이는 ERC-4337에 어떠한 문제 혹은 단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대부분의 UserOp은 paymaster를 통해 가스비를 대납받거나, ETH 외 다른 토큰으로 가스비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모든 UserOp의 약 96.5%가 paymaster를 동반하였다는 점에서, 현재 ERC-4337은 가스 지불 방식을 추상화하겠다는 목적성을 잘 달성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UserOp 발생과 컨트랙트 계정 배포가 가장 많은 체인은 Polygon입니다. Polygon은 Arbitrum이나 Optimism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스비가 저렴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좋은 UX를 구축하려는 앱의 수가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음 글에서 설명할 ERC-4337의 가스비 문제와도 결부되는 부분입니다.
3.2. 주요 인프라 빌더
ERC-4337 기반의 인프라를 빌딩하는 회사들은 주로 Bundler를 제공하거나, 지갑 컨트랙트 및 SDK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 및 프로토콜이 빌딩 중이지만, 그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들이 존재합니다. 위 그림처럼 지금까지 약 83.4%의 UserOp들이 Pimlico, Biconomy 그리고 Alchemy에 의해 처리되었고, 약 87.2%의 컨트랙트 지갑이 ZeroDev와 Biconomy의 SDK로 배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부분의 UserOp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 네 개의 회사를 중심으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Pimlico
- Pimlico는 작년 설립되어 ERC-4337 생태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Pimlico는 Alto라는 이름의 Bundler를 운영하고 있고, 이 Bundler는 ZeroDev, thirdweb, CyberConnect, Safe 등 다양한 컨트랙트 지갑 및 앱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ERC-4337 생태계 내에서 현재까지 전체 UserOp의 51.5%를 처리하며,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Bundl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또한 Pimlico는 ERC-4337 생태계에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소개할 permissionless.js의 도입을 통해 컨트랙트 지갑의 통합을 더욱 쉽게 만들고, Bundle 압축을 돕는 인프라를 구축하여 ERC-4337의 비용을 낮추는 등 Pimlico는 다양한 방면에서 컨트랙트 지갑의 도입을 가속화하는 여러 유의미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 Biconomy
- Biconomy는 메타 트랜잭션을 위한 릴레이어 인프라를 연구해온 기업으로, 계정 추상화가 출시되고 나서부터는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 왔습니다. 현재 Biconomy는 컨트랙트 지갑, Bundler, Paymaster가 모두 포함된 올인원 SDK를 제공하고 있고, 이를 통해 dApp에서 컨트랙트 지갑을 쉽게 통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Biconomy는 FanTV, CapX 등의 애플리케이션과 협업하여 현재 총 283만 개 이상의 UserOp을 처리하였습니다. - Alchemy
- Alchemy는 블록체인 노드 RPC 제공 사업을 진행해온 기업으로, 최근 ERC-4337과 관련된 개발과 비즈니스를 계속해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Alchemy에선 현재 Rundler라는 Rust Bundler를 제공하고 있고, AccountKit라고 불리는 컨트랙트 계정 SDK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Alchemy 팀은 후에 설명할 ERC-6900을 제안하여 컨트랙트 계정의 표준을 구축하고 계정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ZeroDev
- ZeroDev는 컨트랙트 계정을 제공하는 지갑 제공자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ZeroDev는 가스비 최적화된 형태의 컨트랙트 계정인 Kernel을 제공하고 있고,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프로덕션 레벨에 존재하는 ERC-4337 계정 중 가장 가스비가 적게 드는 지갑을 빌딩하고 있습니다.
- ZeroDev는 CyberConnect 등에 계정을 제공하고 있고, 현재까지 ERC-4337 호환 지갑 중 가장 많은 컨트랙트 계정 배포를 담당하였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ZeroDev는 다음 글에서 설명할 ERC-7579를 최근 도입하여 모듈러한 컨트랙트 계정 구조를 형성하고, 보다 편리한 UX를 제공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3.3. 자체 계정 추상화가 내장된 체인들
한편 ERC-4337 표준과 별개로 프로토콜 내에서 기본적으로 컨트랙트 지갑과 paymaster와 같은 기능들을 지원하는 체인들도 존재합니다. 현재 zkSync와 Starknet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3.3.1. zkSync
zkSync는 2023년 3월 Era를 출시하였을 때부터 자체적으로 계정 추상화를 내장하여 컨트랙트 계정을 지원하였습니다. 즉, zkSync에서는 컨트랙트 계정을 기본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더러, paymaster와 같은 기능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zkSync의 계정 추상화는 ERC-4337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ERC-4337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주요 지갑 제공자(ZeroDev, Biconomy 등)는 zkSync 체인을 아직 지원하고 있지 않고, adoption 역시 빠르게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zkSync 생태계가 성장함에 따라, zkSync 네트워크 내에서 계정 추상화는 점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최근 zkSync에서 계정 추상화의 사용이 급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zkSync에서 가장 높은 TVL을 가진 DEX인 SyncSwap은 작년 12월 HoldStation이라는 지갑 제공자와 협업하여 Paymaster 기능을 출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Syncswap 사용자들은 USDC나 HOLD(Holdstation의 거버넌스 토큰) 등을 사용하여 가스비를 제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직 서비스 출시가 되지는 않았지만, zkSync에는 Clave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Clave는 위에서 언급했던 Apple의 Secure Enclave를 통해 아이폰에서 매우 쉬운 지갑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애플리케이션의 상용화를 위해선, Secure Enclave에서 쓰이는 secp256r1 서명 알고리즘의 검증이 너무 많은 가스비를 소모한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Obvious wallet에서 만든 secp256r1 검증 컨트랙트는 검증에만 아래 그림처럼 약 43%의 추가 가스비(330,000 가스부터 590,000 가스)를 요구합니다.
이에 Clave 팀은 이 검증 로직을 일반 컨트랙트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토콜 단에서 처리하여 비용을 감소시키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EIP-7212를 통해 secp256r1의 검증을 프리컴파일 컨트랙트(precompiled contract)로 만들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프리컴파일 컨트랙트는 이더리움 노드 내에 미리 정의된 컨트랙트들로, 복잡한 로직 실행을 EVM 위에서가 아니라 오프체인(노드 클라이언트 내부)에서 수행함으로써 실행에 드는 가스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컨트랙트입니다. 대표적으로 EOA의 ECDSA 서명 검증에 사용되는 ECRECOVER 함수가 프리컴파일 컨트랙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 이 제안은 EIP에서 RIP(Rollup Improvement Proposal)로 이관되어, 이를 롤업 단에 구현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zkSync를 비롯한 롤업 네트워크에 이 프리컴파일 컨트랙트가 구현된다면, 하드웨어 단의 강력한 보안에 의존하면서도 편리한 지갑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3.2. Starknet
Starknet 역시 zkSync와 더불어 네이티브한 형태의 계정 추상화를 구현해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Starknet은 EVM과 호환되지 않고, Solidity 대신 Cairo라는 ZK에 특화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Account Abstraction의 도입이 역시나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Starknet에서 계정 추상화를 통해 빌딩하는 지갑 및 애플리케이션들 역시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컨트랙트 지갑 중 하나인 Argent는 2020년도부터 컨트랙트 지갑을 만들어왔고, 현재는 Starknet에서 컨트랙트 지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Argent에서는 현재 Argent Shield라는 기능을 제공하여, 2FA가 완료되어야 트랜잭션을 보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시드 구문이 탈취되어도 2FA에 사용된 이메일 계정의 보안이 뚫리지 않는다면 해커가 트랜잭션을 보낼 수 없는 형식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3.4. 계정 추상화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되고 있을까
3.4.1. DeFi & 페이먼트
- SyncSwap
- 위에서 말했듯 Syncswap은 Holdstation과의 협업을 통해 paymaster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사용자들은 USDC 등으로 가스비를 대신 지불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지갑에 ETH를 남겨놓아야 하는 불편한 UX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Visa
- Visa는 작년부터 암호화폐 시장에서 결제 솔루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계정 추상화를 도입하는 데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Visa는 이더리움의 Goerli 테스트넷에 두 종류의 paymaster를 배포했으며, Starknet의 Account Abstraction 기능을 활용하여 월별 결제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기능들은 아직 프로덕션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Visa는 Account Abstraction을 활용하여 결제 시장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 Circle
-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 Circle 역시 계정 추상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Circle이 만든 Programmable Wallet에서는 ERC-4337과 호환되는 지갑을 만들 수 있는 SDK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Programmable Wallet 내에서 생성되는 계정은 현재 Polygon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paymaster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또한 Circle은 USDC 자체도 컨트랙트 계정에서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작년 11월 9일 v2.2 업그레이드를 통해 Circle은 USDC에서 EIP-1271 서명을 지원하도록 업데이트하였습니다. EIP-1271은 계정이 컨트랙트일 때 서명을 검증하는 표준으로, 서명을 자체적으로 생성할 수 없는 컨트랙트 계정에 대해 EOA가 만든 서명이 올바른지 알려주는 함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메서드를 USDC 내에서 지원함으로써, 컨트랙트 지갑이 USDC와 더욱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Grindery
- Grindery는 텔레그램을 활용한 컨트랙트 지갑으로, 현재 애플리케이션들을 위한 텔레그램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쉽게 계정을 생성하고, paymaster로 가스비 없는 거래가 가능한 특징이 있습니다. Grindery 지갑은 별도의 설치 없이 텔레그램 앱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용자를 부트스트래핑하기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Grindery 지갑을 통해 약 24만 명의 사용자가 총 337만 번의 UserOp을 보냈고, 계정 당 평균 약 14번의 UserOp을 보내며 상대적으로 높은 계정 재사용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4.2. 소셜 앱
- CyberConnect
- Cyberconnect는 사용자들이 자기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Web3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입니다. 최근 V3의 도입으로, Cyberconnect는 ERC-4337과 호환되는 CyberAccount를 만들었고, ERC-4337을 사용하는 앱 중 가장 많은 사용자와 UserOp 수를 달성하였습니다.
- CyberAccount는 ZeroDev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가스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stackup / Pimlico와의 협업으로 paymaster를 구축하여 자체 토큰인 $CYBER로의 가스 지불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사용자 친화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FanTV
- 크리에이터 경제를 중심으로 Web3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FanTV 역시 계정 추상화를 활용해 UX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FanTV는 Biconomy의 기술을 기반으로 IOU 토큰, FanCard 등의 전송 및 거래에 있어 paymaster를 통한 가스 없는 트랜잭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편리한 UX를 기반으로 올 1월까지 FanTV는 총 100만 개의 UserOp을 발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 CapX
- CapX는 프로젝트 출시 전 토큰을 미리 배포하여 초기 참여를 증진하고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인프라입니다. 여기서 각 프로젝트의 퀘스트에 참여하면 IOU 토큰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실제 토큰이 출시될 때 보상을 얻을 수 있는데, CapX는 Biconomy의 paymaster와 소셜 로그인 기능을 통해 이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CapX에 컨트랙트 계정을 손쉽게 생성할 수 있고, 가스비를 채워넣을 필요 없이 바로 여러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CapX의 경우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프로젝트 퀘스트에 참여해 향후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를 받기 때문에, 높은 리텐션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CapX의 유저들은 계정 당 평균 약 12.7회의 UserOp을 보내고 있고, 이는 ERC-4337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들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3.4.3. 게임 & 메타버스
- ZTX
- ZTX는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중 하나인 ZEPETO의 IP를 활용해 크리에이터 경제를 활성화하는 블록체인 이니셔티브입니다. ZTX는 작년 9월 ZEPETO의 사용자들에게 온체인 후드티 NFT를 클레임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Obi가 제공하는 컨트랙트 계정을 활용하여 사용자들이 Arbitrum에서 월렛을 쉽게 생성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일회성 이벤트였기 때문에 한 지갑 당 평균 약 1.02회의 UserOp만이 발생하였지만, 기간 내 총 2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참여하면서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마무리하였습니다. - Xai
- 최근 Arbitrum Orbit을 사용한 게임 앱체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Xai도 계정 추상화를 사용하는 프로토콜 중 하나입니다. Xai는 thirdweb의 SDK를 활용하여 사용자 경험을 증진하는 것을 프로토콜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4. 마치며
위 통계 자료에서 본 것과 같이,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들이 paymaster를 주요 기능으로 계정 추상화를 도입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계정 추상화는 소셜 애플리케이션과 DeFi, 페이먼트 부분에서 주로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아직까지 계정 추상화를 완전히 도입한 게임 중 주목할 만한 트랜잭션을 만들어낸 게임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2023년은 계정 추상화에 대한 논의와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원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그림과 같이 여러 방면에서 많은 주체들에 의해 계정 추상화의 도입과 실험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개념적으로 생각했을 때, ERC-4337을 사용하면 UX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ERC-4337은 대부분의 앱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고, 유의미한 사용자 리텐션을 달성한 앱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ERC-4337을 도입한 앱들이 사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ERC-4337에도 분명히 adoption을 방해하는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떠한 솔루션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ERC-4337과 계정 추상화 생태계는 어떻게 변화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 The History and Future of Account Abstraction
- EIP-86: Abstraction of transaction origin and signature
- EIP-2938: Account Abstraction
- EIP-3074: AUTH and AUTHCALL opcodes
- ERC-4337 Docs
- Rethinking digital transactions with account abstraction
- Auto Payments for Self-Custodial Wallets
- Circle launches Programmable Wallets as Part of its Web3 Services Line
- Announcing: USDC v2.2
- CyberConnect V3 upgrade: From Account Abstraction to Multi -chain future for Web3 Social
- CyberConnect Docs
- How FanTV Onboarded over 1 million mainstream users with Account Abstraction
- ZTX Onboards Over 200k New Users in a Single Day
- Creating the ultimate transaction flow with Ca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