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밸류에이션의 의의
사람들은 언제나 특정 근거를 가지고 투자 자산을 구매합니다. 근거는 아주 다양합니다. 믿을 수 있는 친구의 권유, 뉴스 기사를 접하거나, 재무제표가 튼튼해서, 미래가 유망할 것 같아서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사람들은 각자 생각하는 유망한 자산을 선택하고 저가에 매수하여 고가에 매도하고자 노력합니다.
그 전에 ‘가치(Value)’와 ‘가격(Price)’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가격과 가치가 괴리되는 현상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정보의 비대칭(뭐가 어디에 상장을 한다더라, 투자 라운드가 돌고 있다더라, 인수합병 소식이 있다더라 등)과 투자자들의 밴드왜건 효과(특정 종목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에 의해 발생합니다.
‘가격’이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값을 의미하며 ‘가치’는 상품이 발생시키기고 있는 실질적인 값 혹은 미래의 값을 의미합니다. 어떤 것에 더 중점을 두냐에 따라 투자자의 성격이 바뀔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가치투자 매매를 하는 워렌버핏과 시장의 비효율을 이용하여 단기적인 매매를 하는 조지소로스가 있습니다. 흔히 전자를 투자자(Investor)라고 하며 후자를 트레이더(Trader)라고 합니다. 투자자와 트레이더 모두 각자의 투자 성격이 뚜렷하기에 본인이 맞는 것을 선택해 투자에 임하면 됩니다.
다만 정성적인 근거와 내러티브 뿐만 아니라 정량적으로 한 자산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투자 근거는 크게 견고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정량적으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것을 우리는 ‘밸류에이션(Valuation)’이라 부릅니다.
근거가 견고해야만 충동적인 매수 매도 및 리벤지 트레이딩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일관적인 투자전략을 관철 할 수 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은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가 깊고 수많은 스마트 머니에 의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주식과 채권시장에서는 어느정도 정형화된 밸류에이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산출된 값은 사람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컨센서스로부터 산출된 가치와 시장가격의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단기적인 희망 혹은 공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큰 프론티어 시장인 만큼 가격 변동성이 큽니다. 이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시장 가격이 올바른 내재가치에 수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프론티어 시장이기에 누가 이 서비스를 리드하는지, 투자 라운드에 누가 들어왔는지, 최근 시장 트렌드 및 메타는 무엇인지 등 내러티브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아 가치와 가격이 불일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암호화폐를 투자할 때 내러티브만 이해하더라도 큰 수익을 볼 수 있기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암호화폐의 가치보다는 시장 상황의 내러티브를 더 크게 중요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는 이상, 투자 자산의 적정 가치가 얼마인지 끊임없이 탐구하여 알아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인만의 합리적이고 근거있는 투자 방식을 설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해가 갈수록 기관투자자의 유입이 증가하고 스마트머니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가격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율적인 시장으로 수렴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미리 정량적 가치판단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나가야 합니다.
이 글은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알려진 밸류에이션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가치평가에 중요한 지표들을 찾아보고 암호화폐 시장에 맞는 새로운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연구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밸류에이션 방법론
밸류에이션은 크게 절대가치평가와 상대가치평가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2.1. 절대가치평가 (Absolute Valuation)
절대가치평가는 분석 대상의 프로토콜이 만들어내는 현금 창출 능력으로부터 직접 가치를 산출해 내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미래에 현금을 얼마나 만들어 낼 것인지가 밸류에이션의 척도가 되기 때문에 수익의 예측을 뚜렷하게 할 수 있는 프로토콜일수록 합당한 가치를 산출 해 낼 수 있습니다.
(1) DCF(Discounted Cash Flow Method, 현금흐름 할인법)
스테이블코인 AMM 플랫폼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플랫폼의 토큰인 CRV를 사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하나의 CRV에 귀속될 미래의 현금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커브 파이낸스는 수익의 50%를 토큰 보유자들에게 지급합니다. 토큰 데이터 평가 플랫폼 토큰 터미널(Token Terminal)에서는 한 프로토콜이 만드는 전체 수익을 총 프로토콜 수익(Total Protocol Revenue)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토큰 보유자들(대부분 스테이킹에 참여한 스테이커)에게 배당되는 수익을 프로토콜 수익(Protocol Revenue)라고 정의합니다.
1개의 CRV를 구매해서 1개의 CRV에 배분될 미래의 프로토콜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전부 더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산출된 값을 DCF 방법론에서는 CRV의 적정 내재가치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DCF 방법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총 3가지의 수치가 필요합니다.
- 미래의 프로토콜 수익
- 미래 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할인율
- 잔존가치 계산방법
A. 미래의 프로토콜 수익
DCF 방법론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입니다. 미래의 매출 및 이익률을 예측하는것을 추정 (Estimation)이라하며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기간을 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까지 추정합니다. 추정하는 방식은 대표적으로 ‘Top-Down Method’ 와 ‘Bottom-Up Method’ 가 존재합니다.
1. Top-Down Method
말 그대로 위(Top) 에서 아래(Down) 로 내려오는 분석법입니다. 커브 파이낸스를 예로 들자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
또는 커브 파이낸스를 외환시장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이와 같이 Top-Down 방식은 가장 큰 시장으로부터 점유율과 같은 인풋을 사용해 커브 파이낸스의 미래 수익을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커브 파이낸스는 프로토콜 내 스왑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가 주 수익의 근원이기 때문에 커브 파이낸스의 수익은 거래량과 연관된 함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거래량을 추적하면 됩니다. 추정한 거래량에 거래 수수료를 곱하면 추정 수익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커브 파이낸스의 경우 수익의 50%를 토큰 보유자들에게 분배하고 있기에 프로토콜 수익을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2. Bottom-Up Method
Top-Down에서는 가장 큰 개념인 전체 암호화폐 시장 혹은 외환 시장에서 점차 작은 시장(커브 파이낸스)까지 내려오며 분석을 했다면, Bottom-Up은 바닥에 깔려있는 여러가지의 정보를 조합해 쌓아올려가며 결과값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아래는 예시입니다.
(1) 전체 스테이블코인 거래 중 25%가 커브 파이낸스에서 발생하네.
(2)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154B으로 1년간 5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130T 이상인 글로벌 통화 공급량의 약 0.1% 정도 밖에 안되네.
(3) 거래량을 구하기 위해선 스테이블코인의 총량과 회전율을 곱해서 구할 수 있겠네.
(4) 스테이블 코인의 총량과 회전율(전체 거래량/시가총액)을 추정해봐야겠네.
(5) 스테이블 코인의 총량: 향후 글로벌 통화공급량의 몇%를 차지할까? 계속 0.1%? 10%?
(6) 회전율: 이더리움의 경우 7.5~15x, USDC는 20~35x, DAI는 15~25x, 글로벌 통화는 10~15x인데,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회전율은 어느 정도일까.
향후 암호화폐 시장이 충분히 성장해 a년만에 전체 시장의 X%까지 차지하고, 회전율은 α 정도로 가정하여 평가한다면 특정시점의 추정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을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커브 파이낸스에서 발생하는 스테이블코인 거래 점유율 25%를 적용하면 추정치의 프로토콜 수익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단, 추정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습니다. 자신만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매출 추정 방식이 있다면 해당 방식을 사용하면 됩니다. 그러나 한가지 접근방법만으로는 오차가 클 수 있으니 Top-Down 과 Bottom-Up 등 다양한 추정 프레임 워크를 구축해 비교분석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B.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할인율
미래의 프로토콜 수익을 추정했다면 이것을 현재가치로 가져와서 다 더해주면 됩니다. 이때 위험 대비 요구 수익률인 할인율을 고려해야합니다. 할인율은 “내가 이 위험자산을 구매하고 1년을 기다린다면 최소한 몇%는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라는 기회비용적인 개념입니다.
커브 파이낸스와 같은 암호화폐는 얼마의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지속적으로 신규 토큰이 계속 시장에 유통되는 구조인 경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치하락도 할인율에 반영해 위험 대비 요구수익률을 높여야합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는 업계표준처럼 사용되는 할인율 공식이 존재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할인율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는 명확히 정의된 바가 없습니다.
데이터기업 메사리(Messari)에서는 커브 파이낸스의 할인율을 20%, 메이커다오의 할인율을 25%로 사용했지만 이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현재 CRV를 구매한다면 최소한 향후 A% 정도의 수익을 얻을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수치를 대입하면 됩니다. 할인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적정 내재가치는 낮아질 것이고 할인율이 작을수록 적정 내재가치는 크게 계산됩니다.
암호화폐와 같이 할인율을 산정하기 애매할수록 여러 할인율을 통해 적정 가격의 ‘범위’를 적정 내재가치로 보는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향후 암호화폐 시장이 더욱 성숙해짐에 따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적정 할인율의 개념이 등장한다면 시장은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암호화폐 인덱스(Index)가 생긴다면 시장 수익률과 무위험 수익률로부터 요구 수익률을 구하는 CAPM(Capital Market Pricing Method)을 측정할 수 있고 그 이상의 Build Up Method, Multi Factor Model 등을 통해 보다 정확한 요구수익률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C. 잔존가치 계산
DCF 방법론은 추정한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모두 더하는 것이며 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까지 추정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추정기간 이후는 어떻게 할까요? 그 이후의 현금흐름의 가치를 ‘잔존가치’라고 합니다.
잔존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두가지 입니다.
- 마지막 추정 연도 이후, 영구적인 성장률을 가정하고 무한등비급수를 이용하는 방법
- 마지막 추정 연도의 목표 주가수익비율(PER)를 이용하는 방법
1번은 가정하는 영구성장률에 따라 내재가치가 급격히 바뀌게 되며 합당한 영구성장률을 추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영구성장률을 이용한 계산 방법은 다음 글인 Valuation 101 #2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번의 잔존가치 계산방법은 상대가치평가의 개념을 빌려온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년 뒤 커브 파이낸스가 충분히 성장한 프로토콜로 자리잡고 미국의 중견 은행과 비교가능한 레벨에 도달했다고 가정하면 그 은행의 PER(Price to Earning Ratio)를 빌려와서 해당 프로토콜의 잔존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상대가치평가를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여기까지 추정과 가정을 다 마쳤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단순 산수입니다. 추정한 프로토콜 수익과 잔존가치를 결정한 할인율을 이용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후 모두 다 더해주면 됩니다.
추정기간: 3년
Value: 내재가치
PR(n): n년차 추정 프로토콜 수입
r: 할인율 %
TV: 잔존가치 (Terminal Value) (4년차 이후의 모든 추정 현금흐름의 합)
이 과정 또한 복잡하기 때문에 다음 글인 Valuation 101 #2에서 엑셀을 이용해 다뤄보겠습니다.
(2) 잔여이익모델 (Residual Income Model)
잔여이익모델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절대가치평가 방법이지만 재무제표상의 장부가치가 필요한 방법으로서 암호화폐의 밸류에이션에는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2. 상대가치평가 (Relative Valuation)
암호화폐 시장은 아주 극초기 시장으로서 효율적이지 못하며 희열과 공포가 오가는 비이성적인 시장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장가격이 기껏 절대가치평가 방식으로 계산해 낸 내재가치에 수렴하지 않거나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틀린 계산값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가치평가와 상대적 가치평가 둘 다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호화폐와 같은 극초기 시장에서는 상대적 가치평가가 보다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비교대상을 포함하여 모두가 함께 버블 혹은 대공황 상태로 빠질 때는 비교의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정 자산의 현재 가치를 살펴볼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시가총액을 먼저 보게 됩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단순히 해당 자산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크기만 알 수 있는 정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가총액만으로는 해당 자산이 현재 고평가되어 있는지, 저평가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준점이 필요합니다.
기준점을 무엇으로 잡을까요? 당연히 ‘이 자산이 돈을 얼마나 버는가’입니다. 10,000원을 주고 산 자산이 1년에 1,000원을 벌어주고 그대로 지갑에 들어온다면, 수익률은 연간 10% 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00원의 자산이 연간 500원밖에 벌지 못한다면 수익률은 2.5%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수치와 함께 시가총액을 함께 비교해보면 좀 더 합리적으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시가총액 대비 이익을 계산하기 위해서 주가-수익비율 (PER, Price Earning Ratio), 2) 주가-매출비율 (PSR, Price Sales Ratio)을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합니다.
(1) 주가-수익비율 (PER, Price Earning Ratio)
PER은 가장 널리 통용되는 지표입니다.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누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CRV의 시가총액이 $1.9B이고 연간 발생하는 프로토콜 수익이 $92M이라 한다면 CRV의 PER은 약 20이 됩니다.
PER을 처음 접해보신 분들은 그래서 이 20이라는 숫자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습니다.
(1) 1년간 버는 돈의 20배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2) 이 자산을 사면, 단리로 20년 후 자산의 원금과 동일한 이익을 낼 수 있다.
(3) PER의 역수는 Earning/Price, 20의 역수는 0.05 (5%)이다. 이 자산은 1년에 5% 벌어들인다.
또한 토큰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시가총액 대신 FDV(Fully Diluted Makret Cap)을 사용할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CRV의 FDV이 $16B이고 연간 발생하는 프로토콜 수익이 $92M이기에 CRV의 PER은 173이 됩니다.
다른 자산들과 PER를 비교해봅시다.
유니스왑: 10
스시스왑: 24
S&P500 지수: 약 29 (22년 1월 7일 Trailing EPS 기준)
NASDAQ 지수: 약 38 (22년 1월 7일 Trailing EPS 기준)
이더리움: 약 32 (22년 1월 11일 30 day moving average annualized Forward EPS 기준)
대표적인 지수의 PER를 파악하면 현재 분석하고있는 자산이 시장에서 어느정도 집중받고 있는지(고평가) 혹은 관심이 없는지(저평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비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슷한 유형의 다른 자산과의 PER 비교입니다.
메이커다오를 예로 들자면 비교분석을 위해 USDC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혹은 메이커다오의 엄청난 성장에 따라 미국의 지방은행이나 비자(VISA), 페이팔(PAYPAL)과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이들과 비교하여 메이커다오의 PER이 낮다면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높다면 고평가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이렇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PER가 높다는것은, 주가(분자)가 내리는 것이 아닌, 이익(분모)이 증가함으로써 PER가 하락해 적정 숫자로 회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PER이 낮다면 주가(분자)가 오르는 것이 아닌 이익(분모)이 감소함으로써 PER가 상승해 적정 숫자로 회귀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암호화폐에서는 이익은 감소하지 않았으나 과도한 토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 1개당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낮아지는것으로부터 변수가 생기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폐의 경우 시가총액이 아닌 FDV를 통해 PER을 구하는 방법도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혹은 가치를 평가하고자 하는 연도까지의 희석량을 반영한 시가총액을 추정할 수 있다면 더욱 합리적 일 것입니다.
생각보다 시장은 똑똑하기 때문에 PER가 높거나 낮은데에는 어딘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것이라는 의심을 항상 가져야 합니다. 실제로 시장을 보면 성장주의 PER가 높고, 가치주의 PER가 낮은것을 쉽게 관찰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대상보다 PER이 낮다고 바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지 않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향후 큰 이익상승이 기대가 된다라는것까지 충족이 되어야만 PER을 제대로 해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PER가 높다고 바로 매도하는것이 아니라 시장이 기대하는 성장률보다 더 큰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적정 PER로 회귀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PER을 이용한 암호화폐의 밸류에이션을 간단하게 해보겠습니다.
메이커다오를 예로 들자면, MKR의 현재 가격은 2200달러이고 현재 PER이 15이며 5년동안 보유할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현재 매년 MKR 1개당 145달러를 얻고 있다고 역산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메이커다오가 앞으로 5년간의 성장하면서 MKR 1개당 450달러를 벌 것이라 추정하고 PER이 미국 은행의 PER인 30로 수렴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5년후의 MKR은 얼마가 될까요?
PER = 현재 가격/프로토콜 수익
현재 가격 = PER * 프로토콜 수익
(5년뒤) 가격 = (5년뒤) PER * (5년뒤) 프로토콜 수익
따라서, 5년뒤 가격은 30 * $450인 $13500이 될 것입니다.
한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면 위 공식에서 결국 미래의 추정 프로토콜 수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산가격은 미래의 기대감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과거의 이익은 이미 지나간 데이터입니다.
결국 DefiLarma, CoinGecko, Token Terminal 등에서 찾을 수 있는 과거의 데이터는 향후 미래의 이익을 추정하기 위해 참고하는 자료일 뿐이지, 결국엔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직접 미래의 프로토콜 수익을 직접 추정해야 합니다.
(2) 주가-매출비율 (Price Sales Ratio)
아직 순이익이 마이너스인 신생 적자 프로토콜이라고 하면, PER가 음수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음수의 PER 값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음수가 될 수 없는 값인 매출 (총 프로토콜 수익)을 변수로 하여 만든 지표가 PSR 입니다. 혹은 밸류에이션시 매출은 추정 할 수 있지만, 순이익은 추정하기 힘든 경우 (투자기간 내에 비용 및 원가 구조가 크게 바뀔것으로 예상될 때) 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사용 방법은 PER과 같습니다.
그 외에도 배당수익률(DY), EV/EBITDA 등 전통 주식시장에는 다른 여러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런 재무제표적인 지표들의 유용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므로 제외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지표들은 밸류에이션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나아가 각자 자신만의 지표를 만들어 암호화폐 시장에 적합한 가치평가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업들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신약개발의 기대감만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PER, PSR등의 지표는 가치평가의 척도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 예시로, SK바이오팜 상장 공모가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공모가를 결정할 때 글로벌 IB에서는 기업가치-파이프라인 비율 (EV/Pipeline Ratio)을 제시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인적이 있습니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프로토콜 수익과 서비스의 가치보다 내러티브와 정성적인 지표가 가격에 더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에 다방면에서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이 가능하도록 여러가지 지표를 스스로 만들어 보기를 권해드립니다.
예를들어, 네트워크의 벨리데이터 수, 트랜잭션 수, TVL, 사용자 수, 커뮤니티 활성도 등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해 암호화폐에 적합한 밸류에이션 방법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투자와 가치평가
세상에 공짜가 없습니다. 남이 추천해준 자산에 올라타 무임승차로 편하게 투자하고 돈을 벌고 싶은 유혹은 어느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얻어낸 근거로 투자를 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가격의 움직임에도 신뢰가 배신으로 바뀌고, 충동적인 매수매도로 인한 장기적 손실을 지속적으로 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될 것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정량적인 분석보다 정성적인 분석이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됩니다. 하지만 결국 정량적인 분석을 통해 내재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프로토콜의 동작 구조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정성적인 분석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암호화폐의 투자 근거를 바탕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목표가격을 숫자로 산출하기 위해선 많은 공부와 고민이 필요합니다. 자산 밸류에이션에는 미래 매출의 추정, 탑다운 및 바텀업, 절대가치평가와 할인율, 상대가치평가와 목표 배수 등 여러가지 분석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며 논리적 사고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수많은 가정과의 싸움입니다.
공부하고 분석하고 직접 숫자를 계산하다보면 “이럴 시간에 트위터와 해외 기사를 보는게 더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프로토콜의 숫자와 동작 구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 자체가 투자 자산을 연구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정성적인 데이터나 내러티브까지도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투자는 평생의 과제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프론티어 시장이라고 해서 밸류에이션을 등한시하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고민하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 아티클은 한경비즈니스 2022.01.28 | 2022.02.11 에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