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커뮤니티에서 뜨거웠던 주제들을 돌아보는 주간 시리즈입니다.
크립토 시장에서 한국은 아마도 가장 탐내는 시장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와 규제가 부족한 것이 거래량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 당국이 꽤나 유의미한 발표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금융위원회가 현물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기관 계좌의 크립토 거래 허용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 금융위는 또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명시된 정책 및 제도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를 이르면 이달 중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이런 상부의 움직임에 기업들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SK,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같은 기업들은 이미 2020년부터 커스터디 서비스에 투자해왔죠. 앞으로 몇 년간 커스터디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려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거래소의 모든 거래량은 (알려진 바로는)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서만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기관 거래 계좌가 없었던 것이 한국 거래소의 가격 차이, 일명 '김치 프리미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습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시장에 호조세가 강할 때 한국 거래소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크게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업계를 감독할 전문가 팀이 제대로 구성되면 더 합리적인 정책과 더 나은 소비자 보호로 이어질 테니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반면에 국회의원들은 크립토 정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크립토 관련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거든요.
조선비즈는 이렇게 전합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이슈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의 루나 폭락 사태처럼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없었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야당의 주요 공약이었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도입 논의도 뒷전으로 밀리는 등 최근 정치권의 관심에서 가상자산이 사라진 분위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올해 국감에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나 관련 인사들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합의했다. 가상자산 시장 관련 이슈는 국감에서 다루기로 한 주요 현안에서도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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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최근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미국은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지원과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 역시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의 지원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의 무관심에 비트코인 현물 ETF와 토큰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이 얻어야 할 새로운 기회가 계속 막혀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암호화폐가 사이퍼펑크 실험으로 시작된 반면, 한국에서는 대부분 위험한 투자 수단으로 인식됩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분위기가 바뀌어 투자자들이 담론을 장악했지만, 그래도 미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념적 공감대가 있습니다.
자유지상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은 비트코인의 열렬한 지지자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이념들이 발 디딜 곳이 없습니다. 비트코인과 크립토는 순전히 투자 기회일 뿐이죠. 한국에 비트코인의 아이디어에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 없다는 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그래서 주요 정치 행사에서 논의가 부족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안 된다고?
어쨌든, 정책 얘기로 돌아가죠.
좋은 소식들 뒤에 늘 그렇듯 재미없는 소리를 하네요.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은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스테이블코인이 가까운 미래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언론 보도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같이 협업을 깊이 하는 그림이 나올 것만도 같습니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실제로 매우 큰 문제라고 언급하며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사용을 제안했습니다. CBDC가 투명하다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CBDC는 국가 간 국제적 조율이 필요해서 실행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한국에 통화 평가절하 역사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1997년에 아시아 금융 위기라는 게 있었거든요.
간단히 말하면: 한국이 돈을 많이 빌렸다가, 수익성 없는 곳에 썼고, 갚을 때가 되니 갚지 못해서, IMF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시기에 원화 가치가 달러당 2,000원이나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달러당 1,350원 정도죠. 한국인들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치솟았으며, 국가는 심각한 불황에 빠졌고 수많은 파산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사회에 오래 지속되는 영향을 남겼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데 이번엔 사람들이 블록체인에서 원화를 달러로 팔 수 있다면요. 제가 책임자라면 그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