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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보고서의 내용은 작성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토큰을 구매 또는 판매하거나 프로토콜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어떠한 내용도 투자 조언이 아니며, 투자 조언으로 해석되어서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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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SBT(Soulbound Token) 시리즈를 발간하면서 두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습니다. 두 가지 의문점 중 첫째는 “왜 SBT여야 하는가?” 였으며, 둘째는 “SBT가 적용된 거버넌스 메커니즘은 어떠한가?”였습니다. 해당 아티클은 상기한 두 가지 의문점을 해소하고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SBT의 활용 형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작성되었습니다.

2. Let’s start from the bottom

SBT의 필요성과 활용 형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기존의 토큰 기반 거버넌스의 문제점부터 짚어보면서 논의를 전개해보고자 합니다.

2.1. 토큰 기반 거버넌스의 문제

DAO 거버넌스는 일반적으로 토큰의 양을 기준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안건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거버넌스 결정 행태를 보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주식 1주당 1의결권을 부여하는 주식회사의 방식과 같기 때문에, 다량의 자본이 선택한 안건이 채택되는 경향을 가집니다.

이러한 경향은 토큰의 이전 가능한 성질과 결합하여, 거버넌스 투표권이 타인에게 쉽게 양도됨으로써 권력의 독점 경향이 일어나는 부작용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자신의 Soulbound 아티클에서 거버넌스 권리(Governance Right)가 이전 가능할 때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1. 거버넌스 권리가 널리 분산되는 것이 목표라면,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들이 권리를 매수할 가능성이 높아 역효과 발생합니다.
  2. 거버넌스 권리가 유능한 이에게 분배되는 것이 목표라면, 무능한 자에게 권리가 매수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역효과 발생합니다.
Aave의 거버넌스 프로포절 예시, 상위 3명의 투표자가 거의 모든 투표권을 행사한 모습; Source: Snapshot.org

결과적으로 토큰 기반 거버넌스는 ‘거버넌스의 탈중앙화'를 이룩하지 못하며 소수의 고래 홀더들에게 거버넌스가 좌우되는 결말을 낳습니다. Aave, Curve Finance 등 대표적인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온체인 거버넌스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쉽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SBT에 대한 논의는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토큰 기반 거버넌스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며, 그것을 실현하는 가장 적합한 방식은 무엇일까요?

2.2. 1인 1투표제는 정답이 아니다

토큰 기반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로, 토큰의 양에 따라 투표권을 배분하는 것이 아닌 계정 1개당 투표권 1개를 배분하는 1인 1투표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상정해볼 수 있습니다.

  1. 시빌 저항성을 충족하는 ‘인격 증명(Proof of personhood)(ex. 월드코인(Worldcoin), BrightID)’ 혹은 ‘검증 가능 증명(Verifiable attestations)(ex. SBT(Soulbound Token), VC(Verifiable Credentials))’의 방식을 사용하여 온체인 상의 계정 1개가 고유한 주체 1인만을 대표
  2. 각 계정에 분배된 투표권은 양도 불가능

위와 같은 조건을 통해서 1인 1투표제를 온체인 거버넌스에서 실현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1인 1투표제는 개인의 선호의 정도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으며, 개별 안건에 대한 개개인의 선호를 반영하지 않고 항상 똑같은 영향력을 나타내는 투표권을 분배하는 맹점을 가집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SBT(Soulbound Token) 논문 톺아보기 ①의 다음의 구절에서도 나타나 있습니다.

공공재 생산에 기여한 투자금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면 자본이 많은 개인의 선호가 과대 반영될 수 있고, 반대로 1인 1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선호의 강도를 반영하지 못하여 공공재에 대한 미약한 선호를 가진 개인의 선호를 과대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집니다. DAO의 거버넌스 또한 이러한 문제를 가집니다. 토큰의 양을 기준으로 거버넌스를 결정한다면, 자본이 많은 개인의 투표권이 과대 반영될 수 있고, 투표에 참여한 지갑 주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선호를 반영할 수 없어 미약한 선호를 가진 개인의 투표권이 과대 반영되거나 시빌 어택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죠. — SBT(Soulbound Token) 논문 톺아보기 ①

위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미약한 선호를 가진 개인이 투표 시 안건과 상관관계가 없는 투표권이 안건에 과대 반영될 수 있으며, 안건의 채택에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가 투표권을 가진 계정 자체를 매수할 수 있어 1인 1투표제는 완벽한 거버넌스 개선 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3. 선별적 투표권 배분이 필요

3.1. 평판 시스템 적용이 필요

1인 1투표제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안건에 대한 선호를 나타낼 수 있는, 다시 말해 선별적으로 투표권을 배분하기 위해 개인의 자격을 평가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SBT(Soulbound Token) 논문 톺아보기 ①에서 투표 비용이 투표 수의 제곱만큼 증가하도록 설정하는 Quadratic Vote 방식이 해결방안으로 등장한 바 있으나, 이 투표 방식 또한 투표 비용의 증가에 따라 투표권이 늘어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본에 의한 안건 채택의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전 가능한 자산 외에 개인의 자격을 평가하여 투표권을 배분할 기준이 필요하며 이 점에서 평판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거버넌스에서 평판의 존재는 안건에 대해 강한 선호를 가지거나, 더 현명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배분할 수 있는 기준으로써 작용할 수 있습니다.

3.2. 검증 가능 증명(Verifiable Attestation)이 필요

이제 평판에 대한 논의 결과, 거버넌스 개선 방안에 대한 조건에 평판 조건을 추가하겠습니다.

  1. 온체인 상의 계정 1개가 고유한 주체 1인 만을 대표
  2. 각 계정에 분배된 투표권은 양도 불가능
  3. 거버넌스 참여자의 평판에 따라 투표권을 배분

위 조건에 따라 홍채 인식(월드 코인)이나 KYC 등을 통해 계정의 고유성만을 증명하는 인격 증명(proof of personhood)의 방식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계정의 경험이나 자격 등을 종합하여 평판을 나타내는 검증 가능 증명의 형태로 자기 주권적 신원(Self-sovereign identity)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SBT 시리즈 3편 참고). 말하자면,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현실의 ‘내용 증명'과 같은 신원 인증 방식이 온체인 거버넌스 상에서 필요한 것입니다.

4. Why SBT?

4.1. SBT와 검증 가능 자격(Verifiable Credential; VC)은 어떻게 다를까?

검증 가능 증명의 예시로 제시되는 SBT와 검증 가능 자격(이하 VC)은 발급자가 수취인에게 임의적인 내용을 증명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닙니다. SBT 시리즈 3편에서 언급되었던 SBT와 VC가 나타낼 수 있는 내용 증명의 종류로 다음과 같은 예시가 존재합니다.

  • 대학 학위, 주민등록, 운전면허증, 고용 증명 등의 자격
  • 콘서트 참석, 교회 멤버십, 게임 상의 퀘스트 완료, 제품 구입에 대한 증명 등 경험의 증명

Stepan GershuniHow Exactly Are Verifiable Credentials Making the World Better? 아티클을 참고하면 다음과 같은 VC의 자세한 예시를 통해서 사용 사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Josh는 Technische Universität Berlin을 갓 졸업했으며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과학자 직무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10가지 다른 직책에 지원했으며 모든 고용주는 그에게 매우 유사한 사례 연구를 완료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회사들은 당연히 그가 역량, 하드 스킬 및 소프트 스킬을 검증함으로써 자신의 직책에 잘 맞는지 확인하기를 원합니다. Josh는 동료, 대학, 인턴십 회사에서 다양한 VC를 얻습니다. 또한 그는 일반적인 데이터 과학 과제를 완료하고 자신의 점수 및 역량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함께 과제 플랫폼에서 VC를 수령합니다. 각 회사의 채용 담당자는 후보자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여러 번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How Exactly Are Verifiable Credentials Making the World Better?의 일부 내용을 직역

자칫 SBT와 VC는 아주 유사한 개념으로 보일 수 있으나, 두 개념은 몇 가지 차이점을 가집니다. 첫째는 발급 시 수취인의 동의 필요 여부입니다. VC는 수취인의 동의 없이 발급될 수 없는 반면, SBT는 수취인의 동의 없이 tag의 형태로 발급될 수 있습니다. SBT의 발행 메커니즘을 보면, 발행인은 임의적 내용을 담은 tag를 발행하고 수취인이 이에 동의함으로써 SBT로 확정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SBT 시리즈 2편인 다음의 스레드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둘째는 부정 평판의 가능성입니다. 최근 비탈릭 부테린이 작성한 아티클인 “Where to use a blockchain in non-financial applications?”에 따르면, SBT는 VC와는 달리 부정 평판을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는데, 부정 평판이란 사용자(혹은 수취인)가 증명하지 원하지 않는 내용의 증명의 발급으로 인해 형성되는 평판을 말합니다. 범죄 이력 등의 사용자의 잘못된 행동을 증명하는 것이 이러한 부정 평판의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성질입니다. VC와 달리 SBT는 SBT 보유 시에 특정한 자격이 부여되도록 프로그래밍이 가능합니다. 특히 재산권을 사용권, 변경권, 수익권의 3권으로 분해하고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하여 SBT와 엮는 작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SBT(Soulbound Token) 논문 톺아보기 ① 참고). SBT 시리즈 2편에서 다뤘던 Puja Ohlhaver의 글 또한 이러한 점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기도 하죠. VC의 경우 프로그래밍이 가능한지 확실하지 않으나, w3c의 VC 관련 문서에는 해당 기능에 대한 언급이 없어 프로그래밍 가능한 성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주하였습니다.

4.2. 간단한 사고 실험: SBT 활용한 거버넌스 메커니즘

지금까지 논의한 SBT의 특징을 기반으로 SBT를 적용한 거버넌스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SBT를 적용한 거버넌스 메커니즘으로 다음과 같은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 거버넌스 안건과 관련성이 높은 SBT를 보유한 자에게 투표권을 차등적으로 분배하고, 해당 투표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습니다.
  2.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거버넌스 라운드가 존재하며 각 라운드별 참여자의 활동 이력을 평가하여 SBT로 발급할 수 있습니다.
  3. SBT의 내용에 따라 다음 거버넌스 라운드의 투표권 개수가 변동하며, 부정 평판이 가능하므로 투표권의 감소 또한 가능합니다.
  4. 이전 라운드의 SBT 발급, 즉 거버넌스 주최 측의 tag에 동의하여 SBT 발급을 완료하지 않은 참여자는 이후 거버넌스 라운드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5. SBT의 평가 및 그에 따른 투표권 개수의 변동에는 주최 측의 평가, 커뮤니티 평가, 동료 평가 등의 방식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6. 매 거버넌스 라운드 수행 결과에 따라 각 참여자들은 일정 보상을 수령합니다.

각 라운드 종료 후 발급되는 SBT의 형태는 다음과 같이 구성될 수 있습니다.

Title: AAA 프로젝트 n회차 거버넌스 라운드

Issuer: AAA 프로젝트

Recipient: B 참여자

Contents: B 참여자의 n회차 거버넌스 라운드의 평가 점수는 “92/100”으로, 보상으로 C 토큰 100개가 주어지며, 차후 거버넌스 라운드에서 3개의 추가 투표권이 부여됩니다.

Caution: 해당 tag에 동의하지 않아 SBT 발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차후 거버넌스 라운드 참여가 불가합니다.

위와 같은 구성으로 SBT를 발급한다면,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지속적인 거버넌스 참여를 독려할 수 있으며, 거버넌스 참여도에 따라서 보상과 투표권의 정도를 조절하는(참여도가 나쁜 경우 투표권을 깎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등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지속 가능한 형태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5.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메커니즘

5.1. 두 종류의 자산을 기반으로

위 사고 실험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양도할 수 없는 “투표권”과 보상으로 부여되는 양도할 수 있는 “토큰"의 두 가지 형태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당 메커니즘은 a16z의 인사이트 플랫폼인 future.com에 게재된 Jad Esber, Scott Kominers의 “A Novel Framework for Reputation-Based Systems” 아티클에서 주장하기도 한 바로, 해당 글은 기여도 혹은 평판을 나타내는 (양도할 수 없는) “Point”와 보상 혹은 배당금을 나타내는 (양도 가능한) “Coin” 두 가지 자산을 기반으로 평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보상으로 주어지는 Coin의 양은 Point와 상관관계를 가지며 Point 보유량이 상승할수록 Coin의 보상량이 증가하는 형태가 평판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포인트 양에 따른 코인 배당 상관관계의 예시; Source: “A Novel Framework for Reputation-Based Systems”

예를 들어 누적 포인트 당 코인 배당량의 상관관계를 원점에 대해 볼록한 그래프가 그려지도록 설정하는 경우, 거버넌스에 오랫동안 참여하여 활동할수록 코인 보상량의 크기가 증가하므로 참여자의 장기적인 거버넌스 활동을 독려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집니다. 반대로 원점에 대해 오목한 그래프는 신규 거버넌스 활동에 대해 많은 보상을 부여하므로 신규 거버넌스 참여자의 진입을 유도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다만,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거버넌스, 즉 1) 두 종류 자산 기반, 2) (비)정기적 거버넌스 라운드 실행, 3) 거버넌스 활동에 따른 보상 차등 분배를 특징으로 하는 거버넌스 메커니즘의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이미 눈치 채신 독자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는 이미 이와 아주 유사한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오랫동안 시장에서 성공해온 것을 목격해왔습니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그 녀석, 커브 파이낸스

5.2. 커브 파이낸스의 Gauge Weights

커브 파이낸스의 Gauge Weights 시스템은 상기한 거버넌스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두 종류 자산 기반 ➡️ 양도 불가능한 ‘투표권'인 veCRV / 양도 가능한 ‘보상'인 CRV
  2. (비)정기적 거버넌스 라운드 실행 ➡️ 커브 파이낸스의 Gauge Weights 투표는 10일마다 정기적으로 실행
  3. 거버넌스 활동에 따른 보상의 차등 분배 ➡️ 매 라운드 별로 일정량의 CRV 토큰이 Gauge 참여 LP 풀에 분배되며, veCRV 투표로 인한 Gauge Weights 비율에 따라 CRV 토큰 차등 분배
각 LP 풀이 획득한 veCRV의 상대적 비율에 따라 CRV 토큰을 차등적으로 분배한다

물론, Gauge Weights 시스템이 ‘CRV 토큰 인플레이션의 배분을 위한 경쟁 시스템’이라는 단일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사례를 통해서 SBT의 도입 이후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거버넌스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다소 비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T 도입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시장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점은, 미래의 거버넌스 개선 가능성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6. 생각해보기

이상에서 논의한 거버넌스 메커니즘의 예시는 실제 SBT 도입 이후 실현될 경우 웹3 거버넌스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지속 가능성 문제는 복잡한 성질을 띠고 있기 때문에 기본 메커니즘 구조의 개선만으로는 한 번에 해결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SBT 도입 이후 거버넌스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 지속가능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6.1. 어떤 의사결정 체제가 옳은가?

SBT를 통한 평판의 측정은 거버넌스 안건에 참여하기 적합한 참여자가 누구인지 밝혀낼 것이며, 그렇게 밝혀낸 적격자들에게 투표권을 차등 분배하여 좀 더 ‘옳은' 방향의 의사결정을 유도할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거버넌스 형태를 자연스럽게 ‘대의제'의 의사결정 체제로 이행시킬 것으로 예상하게 만듭니다. 커브 파이낸스의 Gauge Weight 투표의 경우에 bribe.crv.finance, Votium의 bribing 플랫폼을 이용하여 투표권자(veCRV 홀더)들이 자신의 투표권을 판매 및 위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대의제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스시스왑의 CTO였던 Joseph Delong 또한 투표권을 전문가에게 위임하여 거버넌스를 진행하는 대의제 형식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아래 트윗 스레드 참고).

위의 논의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파생됩니다.

  1. 대의제로의 이행이 정당성을 갖습니까?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이고, 그렇지 않다면 대안은 무엇입니까?
  2. 만약 대의제를 채택한다면 일반 참여자들의 참여방식은 어떻게 설계해야 합니까?
  3. 대의제로의 이행은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화의 정신에 위배되지는 않나요?

6.2. 토크노믹스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두 종류의 자산(Point와 Coin)을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의 지속가능성은 곧 토크노믹스 설계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A Novel Framework for Reputation-Based Systems” 아티클에서는 보상으로 지급되는 Coin의 토크노믹스에 대해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양(Size)의 문제로 보상의 규모가 얼마나 커야 하는지의 문제로 토큰의 총 공급량과 라운드별 보상의 규모의 문제를 말합니다. 둘째는 공급(Supply)의 문제로 얼마나 자주 보상이 지급되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셋째는 분배(Distribution)의 문제로 포인트의 양에 따라 보상이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분배되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한편, 투표권을 나타내는 자산인 Point의 설계 또한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Point의 누적 메커니즘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고, 어떤 자격을 가진 이에게 더 많은 Point를 부여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커브 파이낸스의 경우에는 보상으로 주어지는 CRV 토큰을 더 많이, 더 길게 프로토콜에 락업할수록 더 많은 veCRV를 얻을 수 있으며 veCRV의 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 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7. 마치며

SBT의 도입과 그로 인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거버넌스 메커니즘의 형태는 현재 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커브 파이낸스의 ve토크노믹스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의 실현을 꿈꾸게 합니다. 다만,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의 완성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질문들과 다른 관련된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위의 질문들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내지는 지속 가능한 토크노믹스를 위해서 추가적으로 생각해야 할 거리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번 글을 통해 ‘SBT와 웹3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