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오늘날 크리에이터 경제, 특히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중요한 관심사는 플랫폼 종속성 문제입니다.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정책에 구속된 채로 시청자에게 도달하여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환경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랫폼 알고리즘의 변화는 크리에이터 채널의 가시성과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며, 검열 정책으로 인해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에서 불합리하게 퇴출될 수 있기에, 이 문제는 그간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2. 크리에이터 경제의 플랫폼 종속성
플랫폼 의존성과 검열의 대표적인 예로 유튜브의 수익화 제한 정책이 있습니다. 유튜브는 광고주에게 더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에 대한 수익화를 제한하는 것으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성인 콘텐츠와 관련된 경우에 특히 수익화 제한에 더 크게 노출됩니다. 그러나 임의적으로 지정한 기준에 근거한 정책은 크리에이터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와 자체 검열이나 콘텐츠 수정을 통해 수익화 제한을 피하려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플랫폼이 가지는 정치 성향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한 플랫폼이 가지는 정치성향에 의해 크리에이터의 생계가 좌우되어야 할까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많은 대기업은 정치적 편향성과 자체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급진적 사상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이러한 플랫폼이 제공하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존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빅 테크라고 불리는 이 생태계 밖에서 팔로워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각에서는 사용자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플랫폼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규칙을 정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규칙을 정하는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제정치나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에 살고 있습니다.
Minds, Mastodon, Gab, Rumble과 같은 대안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주로 이러한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이 플랫폼들에서 생성되는 콘텐츠의 도달범위는 해당 플랫폼의 사용자 수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시청자를 유지하려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같은 주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머무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3. 데이터는 힘
소셜 그래프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관계의 상호 연결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높은 참여도나 바이럴성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소셜 그래프를 통해 전파되고, 이상적으로는 자신의 소셜 그래프를 벗어나 더 넓은 사용자층에게 노출되는 경우에 달성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문제점은 소셜 그래프가 그들의 데이터 서버 안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터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 해당 데이터를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 간의 관계망은 데이터 인사이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해당 플랫폼의 해자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플랫폼이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유저 리텐션 지표가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은 광고 게시를 통한 수익 추구가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플랫폼은 사용자들이 자사 플랫폼만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하며, 사용자 계정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데이터, 즉 팔로워와 소셜 인맥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서로 다른 소셜 그래프를 가진 수십 개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에도 힘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아무도 Gab이나 Rumble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대부분의 인터넷 사건사고와 뉴스는 유튜브와 트위터에서 발생하고 게시됩니다. 이러한 주류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크리에이터에게 큰 손실이므로, 해당 플랫폼에서 생성된 소셜 그래프는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비해 그 중요성이 극대화됩니다.
4. 게임도 소셜이다
이러한 소셜 플랫폼 중에는 스팀이나 에픽게임즈와 같은 게임 플랫폼도 포함됩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이러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구매하고 인맥을 형성합니다. 인터넷에서 꽤 자주 볼수 있는, 서로 실제로 본적 없는 게임 상 친구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영상들은 게임을 통해 형성된 인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본질적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사회적 활동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거나, 팀을 꾸리기도 하며, e스포츠 리그가 형성되어 선수와 팬들 간의 소통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곳에는 항상 사고가 터지기 마련입니다.
좋은 예로, 유명 스트리머 NICKMERCS를 둘러싼 논란이 있습니다. NICKMERCS는 트위터에 게재된 학교 이사회 회의장 밖에서 성소수자 찬성과 반대파의 동영상을 겨냥하며 "어린 아이들을 내버려둬야 한다. 그게 진짜 문제다"라고 하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후에 그는 ‘콜 오브 듀티: 워존’과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에서 자신을 본딴 오퍼레이터 스킨이 삭제되는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NICKMERCS는 이미 확립된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고, 어느정도 경제적인 자유를 이뤘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규모 스트리머는 어떨까요? 콜 오브 듀티의 개발사인 액티비전이 트위터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소규모 스트리머를 추방한다면 어떨까요? 해당 스트리머의 생계와 소셜 그래프가 모두 위험에 처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길 원치 않을 것입니다.
5. 탈중앙화가 중요한 이유
만약에 모두가 소셜 그래프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일례로, 렌즈 프로토콜에서 그러한 현실을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렌즈 프로토콜은 탈중앙화된 소셜 미디어 프로토콜로, NFT를 사용해 사용자가 자신의 소셜 그래프와 콘텐츠를 소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소셜 그래프에 대한 권리가 탈중앙화되어 사용자 자신이 소셜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렌즈 프로토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프로필 NFT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NFT는 개별 주소가 소유하며, 하나의 주소에는 여러 개의 프로필 NFT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프로필 NFT를 소유함으로써 사용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사용자는 프로필 NFT에 콘텐츠를 발행하게 되고, 프로필 NFT에는 사용자가 생성한 모든 게시물, 미러, 댓글 및 기타 콘텐츠의 기록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모든 사회적 상호 작용은 이 프로필 NFT에 담기게 됩니다.
이러한 설계는 기존 소셜 플랫폼에서 크게 벗어난 것입니다. 위와 같은 구조를 가진 소셜 미디어의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해당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구축된 모든 애플리케이션에 해당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개별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정책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콘텐츠, 시청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생계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탈중앙화된 형태의 소셜 미디어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전체 생태계에 혜택을 주며 제로섬 게임을 협업 게임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됩니다.
6. 구성가능성이라고 불러주세요
위 섹션에서 논의한 내용을 한 단어로 축약한다면 구성가능성(composability)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간에 제한 없이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레고 블록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는 것처럼,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생산하는 쌓아서 새롭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데이터에 대한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성가능성을 필두로, 새로운 데이터 소유권 및 제어 패러다임이 기존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NFT를 소유한 사용자가 콘텐츠를 제어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사용자 데이터와 콘텐츠 수익화에 대한 플랫폼의 통제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생겼고, 사용자 데이터 제어를 통한 수익 창출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온 소셜 플랫폼은 잠재적인 위기에 처해진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주도하는 데이터 구성가능성이 대중화된다면, 빅 테크 플랫폼들은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정책과 더 나은 수익 공유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아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구성가능성과 데이터 소유권의 이점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NFT와 구성가능성 개념의 출현은 플랫폼 권력이 분산되고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해 더 큰 통제력과 유연성을 갖게 되는, 보다 정의로운 디지털 생태계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시대는 탈중앙화된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이 특징이며, NFT는 이 혁명의 중심에 있습니다.
7. 인센티브는 어디에?
현재 많은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일수록 소셜 그래프를 사용자에게 공유할 인센티브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사용자 경험과 확장성 측면에서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 미디어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에 대해 비판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안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현재 주류 플랫폼과 비교할 때 전혀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이러한 대안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이 이탈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이탈의 인센티브는 대부분 언론의 자유와 같은 비금전적 가치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Bluesky, Mastodon, 그리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의 Threads가 탈중앙화된 소셜 미디어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웹3 스택을 기반으로 구축되지는 않았지만 탈중앙화와 데이터 소유권이라는 동일한 정신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레딧이나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은 타사의 API 액세스를 제한하는 등의 배타적인 성격의 정책을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소셜 플랫폼들은 과도한 데이터 스크래핑으로 인해 막대한 운영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데이터 접근권한을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에 사용자들은 대안을 찾고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은 상태입니다. AI와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의 정책들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계속 두고봐야 할지는 알아야겠지만, 이미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소셜 앱들의 변화와 함께 게임 산업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입니다. 게임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게임 크리에이터들도 블록체인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소유권과 고유한 수익화 전략을 활용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디스프레드는 KBW2023 콘텐츠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본 아티클은 2023년 7월, 코리아블록체인위크 블로그에 동시 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