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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보고서의 내용은 작성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토큰을 구매 또는 판매하거나 프로토콜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어떠한 내용도 투자 조언이 아니며, 투자 조언으로 해석되어서도 안됩니다.

1. 패러다임을 주도했던 UST-LUNA, 앵커 프로토콜

UST는 2021년 11월에 기록한 약 $3B의 시가총액이 추락 직전인 2022년 5월까지 약 $18.7B까지 성장하였으며, UST와 연동된 자산인 LUNA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약 $16B에서 약 $30B 수준까지 성장하였습니다. UST와 LUNA의 성공은 DeFi 시장에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패러다임을 불러왔고, 기존에 존재하던 다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들(USDN, FRAX)을 재조명 받게 하는 한편, 새로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등장(USN, USDD)을 부추기기도 하였습니다.

한 순간에 증발해버린 UST와 LUNA, Source: CoinMarketCap

1.1. 3일 만에 추락해버린 이카루스의 날개

5월 10일에 디페깅이 시작된 UST는 잠깐의 리페깅 노력을 보여주다가, UST와의 연동 자산인 LUNA의 시가총액이 폭락하게 되면서, 결국 5월 13일 약 $0.15의 가격까지 추락해버리고 맙니다. UST와 LUNA가 기록한 약 $50B의 합산 시가총액은 3일 만에 폭락하였고, 5월 17일 기준 약 $2.2B의 합산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이번 UST 사태의 경과를 돌아보고, 사태의 원인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2. UST-LUNA 폭락 사태 히스토리

2.1. “By my hand DAI will die.”

지난 3월 22일, 테라의 코파운더인 도권은 UST, FRAX, USDC, USDT로 이루어진 커브 파이낸스의 유동성 풀인 4pool 론칭 계획을 알리며, MakerDAO의 스테이블코인인 DAI의 몰락을 예고하였습니다.

사실 4pool의 실제 목적은 veCRV 홀더들에게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FRAX 풀과 UST 풀을 통합하여 더 원활한 페깅과 더 많은 유동성, 그리고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커브 파이낸스 Factory Pool 생성 조건에 따라 최대 4종류의 토큰으로 풀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풀 설계 과정에서 USDC와 USDT에 비해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도가 낮은 DAI가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커브 파이낸스 풀 형성 시 최대 4 종류 토큰으로 형성 가능, Source: Curve.fi

2.2. 4pool 론칭 준비와 뱅크런 사태의 촉발

UST-LUNA 폭락 사태 직전 테라 프로토콜 측은 커브 파이낸스 4pool 론칭을 위한 유동성 이전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이는 이번 사건의 트리거로 작용합니다. 이번에 발생한 UST-LUNA 폭락 사태 히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1.2B 규모의 유동성을 자랑하던 UST-3pool은 5월 7일과 5월 8일 양일간 약 $800M 수준까지 유동성이 급락
  • 5월 8일 도권은 트위터를 통해 해당 유동성 급락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
4pool 론칭 준비를 위해 TFL(테라폼랩스)은 $150M 상당의 UST를 출금

출금 이후 $84M 상당의 UST가 익명의 유저에 의해 덤핑

덤핑 이후 유동성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TFL은 $100M의 UST를 추가로 출금
  • 이후 $350M 규모의 UST 덤핑 추가 발생, 커브 UST-3pool의 유동성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됨(UST 대 USDT/USDC/DAI 비율 약 7:3까지 벌어짐)
5월 7일 ~ 5월 8일 급격한 유동성 하락을 보인 UST-3pool, Source: @mhonkasalo dune analytics
  • 같은 기간 약 $14B의 UST 예치 규모를 자랑하던 앵커 프로토콜의 UST 예금이 빠르게 소진되기 시작
5월 6일 ~ 5월 8일: 약 $2.2B 소실

~ 5월 9일: 약 1B 소실

~ 5월 10일: 약 4.4B 소실

~ 5월 11일: 약 2B 소실
  • 5월 7일부터 5월 11일까지 앵커 프로토콜의 $14B의 UST 예치 자금 중 약 $9.5B가 빠져나갔으며, 커브 파이낸스 UST-3pool 또한 UST와 USDC/USDT/DAI 간 9:1이 넘는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
  • UST 디페깅 심화, LUNA 가격 급락, UST와 LUNA 간 시가총액 역전 등 Death Spiral 심화되어 약 $50B에 달하던 합산 시가총액은 약 $2.2B 수준으로 급락

3. 도대체 무엇이 원인인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여러 요인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차익거래 메커니즘의 한계제한적인 대규모 자산 이동 시의 충격 완화 수단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3.1. 원인 1: 변동 자산을 통한 차익거래 메커니즘의 한계

UST와 LUNA는 서로 연동되어 있어 1 UST 발행 시에 $1 가치의 LUNA가 소각되며, 1 UST 상환 시에 $1 LUNA가 발행되는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UST에 대한 수요가 많아 UST의 가격이 $1보다 높게 형성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LUNA를 이용하여 $1의 가치로 UST를 발행한 후 시장에 매도하여 차익거래의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UST에 대한 수요 축소로 가격이 $1보다 낮게 형성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UST를 시장에서 싼값에 매수하고 각 UST를 $1의 LUNA와 교환하면서 차익거래의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메커니즘은 LUNA의 가격이 변하지 않거나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었을 때에만 유효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테라 생태계의 전망이 좋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LUNA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면, LUNA 보유 시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UST의 가격이 $1보다 낮을 때 UST를 상환하여 LUNA를 보유하기보다는 UST를 시장에 매도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며, 차익거래를 하더라도 생성된 LUNA를 시장에 바로 매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LUNA의 빠른 가치 하락을 초래하게 됩니다. 특히 UST와 LUNA는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자산이었기 때문에 LUNA의 가치 하락이 또 다른 UST 및 LUNA 보유자의 자산 매도를 유도하여 두 자산 가격의 연쇄 하락을 불러오는 이른바 ‘Death Spiral’의 위험이 높았습니다.

이번 사태에도 UST-LUNA 사이의 메커니즘은 아무런 변동이 일어나지 않았으나, UST 디페깅과 앵커의 UST 예치 자금의 빠른 감소로 인해 UST와 LUNA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면서 두 자산의 연쇄 하락을 일으키는 사상 초유의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3.2. 원인 2: 대규모 자산 이동의 충격을 간과

크립토 시장이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극히 작습니다. 웹 3 리서처인 Tascha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 세계에 있는 1,000조 달러의 자산 중 크립토가 차지하는 비중은 0.15%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떤 프로토콜이든지 외부의 더 큰 자본에 의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현실의 중앙은행과 같이 무제한 발권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UST-LUNA는 커브 파이낸스와 앵커 프로토콜에 대부분의 UST 발행량이 몰려 있었으므로, 두 프로토콜만 공략한다면, 정확히는 커브 파이낸스 공략을 통해 UST 페깅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면 테라 프로토콜 전체에 대한 몰락을 야기할 수 있는 ‘Single point of failure’ 즉, 단일 실패 지점의 문제를 노출하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커브 파이낸스의 4pool 형성을 위한 TFL의 대규모 자금 이동은 약 $350M 규모의 UST 덤핑과 함께 이 단일 실패 지점의 문제를 발생시켰고, UST 디페깅에 의한 프로토콜 신뢰 하락으로 인해 UST-LUNA의 Death Spiral이 가동되면서 테라 프로토콜은 몰락하게 됩니다.

4. 프로토콜 수준에서 보완할 수 없었을까

4.1. 상관관계가 적은 자산의 담보 활용이 필요: 메이커다오의 PSM

Tascha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스테이블코인 자체의 수요를 확보하기보다는 스테이블코인을 백킹하는 담보 자산에 대한 수요가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UST 사태에 비유되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조지 소로스의 공격 사례에서도 파운드화 가치는 최대 25% 절하되는 것에 그쳤으며, 이는 법정 화폐에 대한 비투기적인 수요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다만, 크립토에서 준비자산 혹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비투기적인 수요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USDC, USDT 등의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하고는 Tascha가 말한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아직까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출현 이래로 유틸리티의 확보가 그들의 궁극적인 과제로 논의되어 왔으나, 어떠한 스테이블코인 모델도, 심지어 가장 규모가 큰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던 UST 조차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담보자산에 대한 비투기적 수요를 형성하기에 앞서, 우선 스테이블코인과 상관관계가 적은 자산을 담보자산으로 취급해야 하며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과의 차익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차익거래 시의 기대이익이 확정적이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활한 차익거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자산은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유일하므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부분적이라도 법정화폐 스테이블코인을 담보자산으로 취급해야 합니다(법정화폐를 대상으로 형성되어 있는 비투기적 수요의 혜택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메이커다오(MakerDAO)의 행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이커다오가 암호화폐을 담보를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인 DAI는, 출시일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높은 담보비율을 가지고 발행되는 특성 탓에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에 따라 $1 페깅이 유지되지 않고 쉽게 $1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오버 페깅 현상이 자주 일어나게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2020년 12월 메이커다오는 USDC 담보를 이용하여 PSM(Peg Stabilization Module) 모듈을 도입합니다. 이 모듈은 메이커다오의 컨트랙트에서 1 USDC = 1 DAI 발행 비율을 강제하여 DAI 공급 부족을 해결하고 원활한 차익거래를 실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PSM 도입 이후 DAI의 페깅은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020년 12월 PSM 도입 이후 페깅 안정화 양상을 보이는 DAI, Source: Coingecko

4.2. Time-weighted 개념의 적용: 프랙스 파이낸스의 TWAMM

이번 사태를 자금 운용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대규모의 자금이 제한 없이 이동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가했고 그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하락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규모 자금 운용에 의해 발생하는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Time-weighted 개념의 도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랙스 파이낸스가 얼마 전 론칭한 DEX인 ‘Fraxswap’에서 제공하고 있는 TWAMM(Time-Weighted Automated Market Maker)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TWAMM이란 하나의 대규모 거래를 아주 작은 수많은 거래로 잘게 쪼개어 실행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자금 거래 시 발생하는 유동성 고갈, 가격 급변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올림푸스 다오(Olympus DAO) 등 직접 유동성을 소유하는 프로토콜들이 더 원활한 자금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대규모 자금 거래 시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현재 Fraxswap에서는 최소 6시간에서 최대 1095일 동안 자금을 쪼개어서 자산 간 거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자금 거래 시 취사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커브 파이낸스와 같이 스테이블코인의 페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프로토콜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대규모 자금 거래 시 TWAMM 이용을 강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고, 그러한 자본 공격에 있어서 프로토콜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4.3. P2P(Protocol-to-Protocol) 수준의 보험 서비스가 필요: Insurance 프로토콜

현실에서는 뱅크런 등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마비를 막기 위한 장치로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과 ‘예금자 보호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프로토콜은 중앙은행이 가진 발권력이 없기에 최종 대부자 기능의 수행이 불가하지만, 예금자 보호 제도의 기능은 디파이 세계에서도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금자 보호제도 혹은 예금자 보호법이란 금융회사가 파산 등의 사유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정부가 일정한 금액 범위 내에서 예금액을 보장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한국의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기관 파산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 예금자는 1인당 5천만 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시장 충격 발생 시에 사람들의 공포를 억제하여 뱅크런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CryptoCondom의 트위터 쓰레드에 따르면, 이번 UST-LUNA 폭락 사태에서 디파이 보험 프로토콜인 Unslashed Finance, InsurAce, Risk Harbor는 UST 디페깅 현상과 관련하여 보험금을 지급했으며, 그 중 InsurAce는 총 $12M의 USDT를, Risk Harbor는 약 $2.5M에 달하는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였습니다. 현재는 보험 프로토콜이 제공하는 상품을 시장 참여자가 직접 가입하는 방식이지만, 커브 파이낸스나 앵커 프로토콜 등 스테이블코인 페깅과 연관 있는 프로토콜들이 직접 보험 프로토콜과 연계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유동성 풀을 대상으로 유동성 손실에 대한 보험 상품을 가입한다면,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하여 디파이 보험 상품의 필요에 대한 시장 전체적인 합의가 선제적으로 형성될 필요 또한 있어 보입니다.

5. The Show Must Go On

Tascha는 가상 자산 시장과 시장 참여자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규제 당국이 규제를 부과하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우리 스스로가 규제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서 상기했던 것과 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프로토콜에 대한 보완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되고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시장 폭락 상황에서도 우수한 페깅 능력을 보여준 DAI와 FRAX가 앞으로 어떤 혁신을 통해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해나갈 것인지도 주목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UST-LUNA 폭락 사태로 인해서 암호화폐 시장 침체는 더욱 심화되었고, 시장 외부에서 가상 자산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더욱 짙은 색안경이 씌워졌습니다. 가상 자산 시장의 겨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길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작금의 사태를 교훈 삼아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할 혁신을 키워낼 수 있을지, 남겨진 자의 마음가짐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