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Logan Lee, Contents Producer at DeSpread

BTC 2023 마이애미 주간 참여기

현 마이애미 시장 프랜시스 수아레즈는 ‘본인 급여의 100%를 비트코인으로 받겠다, 401k 연금(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받기를 희망한다’ 등의 비트코인 친화적 발언을 쏟아낼 뿐만 아니라 채굴 사업자들을 마이애미로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며 마이애미를 대표적인 크립토 친화 도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에 오늘날 많은 가상자산 콘퍼런스들이 마이애미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비트코인 매거진에서 주최하는 BTC 콘퍼런스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BTC 콘퍼런스가 열리는 주간은 메인 콘퍼런스 외에도 다양한 사이드 이벤트가 함께 개최된다. 필자가 해당 주간동안 여러 행사에 참여하며 느꼈던 점들을 이 글을 통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Pleb.fi

Pleb.fi는 ‘진짜 비트코인 개발자들을 위한’ 해커톤 행사로, 개발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테크니컬 한 내용들 위주로 콘텐츠들이 채워졌다. ▲비트코인 언어인 스크립트를 단순화 및 추상화해 개발자들이 효율적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미니스크립트(Miniscript)의 개념 소개 및 활용 방법에 관한 논의 ▲탈중앙 SNS 서비스 노스트르(Nostr)가 당면한 과제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 논의 및 유즈 케이스 소개 ▲아크(Ark)・드라이브 체인(Drivechain)과 같은 비트코인 사이드체인 설루션 ▲오디널스 열풍을 주제로 한 토크 쇼에 이르기까지 심도 높은 콘텐츠들로 행사가 채워졌다. 콘퍼런스 종료 후에는 개발자들이 해커톤에 출품할 작품을 밤새 개발할 수 있도록 해 그 열기를 이어나갔다.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는 Pleb.fi는 행사의 이름인 Pleb(서민을 낮춰 부르는 미국 슬랭)과 홈페이지 대표 사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일반적인 해커톤 행사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Pleb.fi 특유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는 그 자체로 독특한 바이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독특한 분위기의 행사를 주최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행사의 주최자이자 비트코인 OG인 제레미 루빈과 앤드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레미 루빈은 “진지한 분위기와 고급스러운 랜딩 페이지에 신경 쓰기보다는 개발자를 위한 콘텐츠 그 자체와 개발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싶었다. 스폰서 유치나 애프터 파티와 같은 부가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기보다, 본질적인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내가 원래 웃긴 사람이기도 하다”며 주최 이유를 밝혔다. 앤드류 역시 “우리는 행사가 심플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이 행사를 즐겨주면 좋겠다”며 Pleb.fi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했다.

Pleb.fi 개최자인 @Jeremyrubin(상)과 @ecurrencyhodler(하)

두 사람은 Pleb.fi의 개최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트코인 개발자 출신이기도 하다. 그간 MIT 비트코인 엑스포를 비롯해 여러 행사를 주최해 온 제레미 루빈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Pleb.fi의 정체성에 대해 소개했다.

“2020 BTC 마이애미에 참석했을 때, 메인 콘퍼런스는 환상적이었지만 다소 대중적이고 비즈니스 중심적인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개발자들을 위한 좀 더 테크니컬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소비하고 싶은 콘텐츠를 담은 행사를 주최하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Pleb.fi를 3년째 개최하고 있는 이유다.”

루빈의 말처럼 Pleb.fi는 다른 해커톤 행사에 비해 개발자들의 참여 비중이 매우 높은 행사였다. 개발자들이 서로 프로덕트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즉석에서 잡 오퍼링이 이뤄지기도 하는 등 다른 행사장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을 행사장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 Pleb.fi는 유의미한 성과도 이뤄냈다. 작년 Pleb.fi 해커톤을 통해 만난 두 개발자는 비트코인 공동 수탁 플랫폼인 페디민트(Fedimint)를 공동 설립했고, 이후 페디민트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할 만큼 큰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루빈은 “앞으로도 복잡하지 않고, 지금처럼 심플함을 유지하는 해커톤이 되고 싶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 현장을 방문해 분위기를 즐기고 또 열심히 빌딩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올해 Pleb.fi 해커톤에서는 ▲노스트르를 활용한 검열 저항 P2P 에스크로 서비스 Celebrityescrow ▲유저들이 버튼을 클릭할 때마다 클릭한 유저들의 사토시가 누적되다 최후에 버튼을 클릭한 사람이 누적된 사토시를 모두 수령해갈 수 있는 게임 형태의 Last pay wins ▲챗지피티를 활용한 비트코인 RPC 개발자 툴 개발 아이디어 등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비트코인 빌더 콘퍼런스 2023

“This is the first time that those building on bitcoin are coming together!” — Muneeb Ali, (Stacks Co-founder)

비트코인 빌더 콘퍼런스는 행사장 내 긍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이벤트였다. 그 분위기를 두 단어로 설명한다면 ‘Revival’과 ‘Reunion’을 꼽을 수 있겠다. 최근 오디널스, 인스크립션, BRC-20 등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덕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전부터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개발을 이어오던 빌더들 역시 다시 한번 강한 동기 부여를 얻은 듯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그 자체로 매우 뜻깊은 의미를 갖는 행사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번 콘퍼런스는 그간 비트코인 L2 프로젝트 사이에 존재했던 경쟁의식은 잠시 내려두고, 최초로 비트코인 기반 프로젝트들이 뜻을 모아 함께 개최하는 화합의 성격을 띤 행사였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는 스택스(Stacks), 루트스탁(Rootstock), 리퀴드(Liquid), 드라이브 체인(Drivechain)과 같은 비트코인 레이어 2 프로젝트들은 물론 오디널스 마켓 플레이스 감마(Gamma), 오디널스 프로젝트 탭루트 위자드(Tabroot Wizards), 비트코인 지갑 서비스 엑스버스(Xverse), 비트코인 마이닝 풀 기업 룩소르(Loxor), PoS 기반의 체인이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 바빌론(Babylon) 등과 같은 수많은 비트코인 기반 프로젝트들이 참여해 비트코인의 미래를 논의했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이 콘퍼런스는 2023년 현재 비트코인 생태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태계 전반을 한 번에 훑어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비트코인 빌더 콘퍼런스는 일반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메인넷 스테이지와 기술적 측면을 심도 있게 다루는 데브넷 스테이지로 구분되어 진행되었다.

메인넷 스테이지

오프닝 세션: 왼쪽부터 RSK 개발사 IOV COO, 채굴 기업 Luxor CEO, Babylon chain Co-founder, Stacks Co-founder

메인넷 스테이지에서는 루트스탁, 리퀴드, 스택스 등 비트코인을 베이스로 개발하는 L2 프로젝트들의 상호 토론을 시작으로 비트코인 디파이 활성화 방안, 롤업 및 zk 증명에 대한 기술적 논의는 물론 대중들의 흥미를 끌만한 투자자 관점에서의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메인넷 스테이지는 개별 프로젝트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 별로 각자 시간을 할당해 주는 기존 콘퍼런스 형태가 아닌, 하나의 어젠다에 다양한 이해 주체들을 배치해 상호 의견을 공유하는 형태의 세션을 구성해 청취자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중 필자가 인상 깊게 들은 세션은 ‘Building on Bitcoin: A Rundown of Products Improving the Developer Experience’ 세션이었다. 이 세션은 비트코인 빌더들이 빌딩 과정에 있어 느꼈던 고충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필자는 프로덕트의 사용자 포지션에서만 그 결과물에 대해 평가해 보았을 뿐 개발자들, 특히 비트코인 기반 개발자들의 입장에 서서 프로덕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이 세션을 청취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패널들의 주요 발언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알렉스 밀러(Hiro, CEO):

비트코인 기반의 개발은 훨씬 어렵다. 10분 넘게 걸리는 느린 트랜잭션 위에 무언가를 빌딩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설령 속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동시에 비트코인의 보안성은 그대로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히로는 1. 비트코인 보안 완결성을 가지며, 2. 약 5초의 빠른 블록 컨펌 속도를 가진 완전 프로그래밍 가능한 Trustless 방식의 비트코인 설루션(sBTC와 나카모토 릴리즈)을 스택스 체인 위에 개발하고 있다. 향후 이를 활용한 댑들이 좋은 선례를 쌓아가기 시작하면, 이를 보고 많은 개발자들이 진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는 마치 이더리움이 그랬던 것처럼 비트코인 생태계에도 거대한 플라이 휠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특히 많은 이더리움 홀더들은 동시에 비트코인 홀더들이기도 하다. 분명히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처럼 활용하고 싶은 많은 욕망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체이 첸(IOV Labs, Head of Growth):

비트코인은 태초부터 스마트 컨트랙트와 같은 기능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활용한 디파이 환경 구축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대안으로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활용할 수 있는 사이드체인 설루션 루트스탁을 개발했지만, 많은 개발자들을 유치할 수 없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IOV 랩스는 솔리디티와 호환 가능한 비트코인 사이드 체인 루트스탁을 개발하고 있다. 비트코인 매스어댑션은 비트코인을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고, 디파이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유틸리티가 있는 균형 잡힌 설루션 개발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엔테 수(ALEX, Co-founder):

DeFi이건 Tradi-Fi이건 결국 둘 다 본질적으론 Finance다. 파이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안정성이며, 그 관점에서 최적화된 것이 바로 가장 탈중앙화되고 불변하는 속성을 가진 비트코인이다. 그것이 우리가 비트코인의 안정성을 레버리지하는 스택스 위에 알렉스를 론칭한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화는 필연적으로 비효율을 야기한다. 다들 ‘탈중앙화’를 꿈꾼다고 하면서 CEX 상장을 노린다. 상장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한 지 아는가? 우리는 기술적으로 잘 개발되고 안정적인 디파이에 충분한 유동성만 제공된다면 이러한 시장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탈중앙화와 시장 선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어제 출시한 세계 최초의 BRC-20 오더북 DEX 역시 시장이 원했기 때문에 출시한 것이며, 유저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비트코인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요소는?

이에 대한 패널 토론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체이 첸은 현재 여러 비트코인 L2들이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우리끼리도 파편화된 유동성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의견은 많은 청중들의 공감을 얻었다.

비트코인 생태계에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예상치 못한 불꽃이 튀기도 했다. 알렉스 밀러가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해 유저 편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치엔테는 기존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아닌, 마치 싱가포르 달러처럼 여러 자산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하고 이 자산이 뒷받침해 주는 새로운 공용화폐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개진하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비트코인 빌더들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프로덕트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다.

체이 첸의 “오늘 아침 루트스탁을 비롯한 다른 비트코인 설루션들을 개발하는 사람들을 위한 2.5 million 달러 규모의 그랜트를 새롭게 출시했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도 여러 비트코인 빌더들이 그간 쳐있던 장벽을 내리고 함께 화합하는 비트코인 생태계가 되었으면 한다”는 마무리 발언을 끝으로 세션이 종료되었다. 다양한 의견을 함께 공유하고 논쟁하는 것이 건강하게 느껴졌던 세션이었다.

데브넷 스테이지

데브넷 스테이지는 오디널스 테크니컬 세션, 비트코인 영지식 증명 가능성 연구,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 빌딩과 같은 개발자에 초점을 맞춘 테크니컬 세션이 주를 이뤘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세션은 드라이브 체인과 sBTC에 관한 세션이었다.

드라이브 체인

Blockstream CEO인 아담 백의 트윗을 시작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드라이브 체인은 비트코인 위에서 수많은 사이드 체인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BIP-300・BIP-301 업그레이드 제안을 개발하고 있는 Layertwo labs가 주관하는 프로젝트이다.

드라이브 체인은 사이드 체인에서 발생한 2~3개월 간의 트랜잭션들을 하나의 해쉬 함수로 변환, 비트코인에 이를 기록해 사이드 체인은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레버리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채굴자들은 여러 사이드 체인에서 만들어지는 트랜잭션을 비트코인에 올리는 대가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 비트코인의 확장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제안이 통과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향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비트코인의 사이드 체인으로써 작동할 수 있게 되어 비트코인은 베이스 레이어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BTC 2023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Layertwo Labs 부스

하지만 BIP 제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비트코인 커뮤니티 95%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Supermajority)가 필요하다. 이에 드라이브 체인은 BIP-300・BIP-301 제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인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이 제안이 부결된다면, 드라이브 체인은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해 메인체인(Mainchain)이라는 새로운 체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이 메인체인 위에 이더리움 사이드체인, 지캐시 사이드체인 등을 붙여 드라이브 체인의 아이디어가 성공적으로 작동함을 증명해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메인체인이 오랜 시간 높은 시총을 유지한다면, 궁극적으로 비트코인 커뮤니티 역시 드라이브 체인의 아이디어가 맞았음을 인정하고 BIP 제안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 하드포크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 차가 크기 때문에(서양은 비트코인 하드포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이 부분에 유의하며 본인들의 아이디어를 조심스럽게 시장에 알려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그들의 전략이 향후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매우 궁금해졌다.

sBTC

sBTC는 무신뢰 양방향 페그 방식을 통해 BTC를 비트코인 메인 체인에 락업 하고, 동시에 BTC와 1대 1로 페깅 된 sBTC를 스택스 체인 상에 발행해 비트코인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산이다.

sBTC는 wBTC, tBTC와 같은 타 래핑자산에 비해 ▲중앙화 리스크 없는 무신뢰 방식 ▲1대 1 페그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성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 가장 네이티브 비트코인과 가까운 형태의 자산이다. 스택스를 위한 개발자 툴을 빌딩하고 있는 개발사, 히로(Hiro)의 맥스 에프리모브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맥스에요!”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한 그는 히로에서 Dev Advocate를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계절 학기를 다녔던 경험이 있어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그는 스택스 한국 커뮤니티를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최근 오디널스와 BRC-20 열풍으로 인해 비트코인 블록 스페이스가 가득 차고, 트랜잭션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스택스와 같은 비트코인 L2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몇몇 api는 사용량이 5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스택스는 비트코인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비트코인 L2 체인이다. 2013년 블록스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든 이 프로젝트는 그간 앱 마이닝, 2.0 메인넷 업그레이드, 마이크로 블록과 같은 여러 굵직한 마일스톤을 달성해 왔지만, 올해 말 예정된 sBTC와 나카모토 릴리즈(비트코인 블록 사이에 약 5초마다 패스트 블록을 생성해 빠른 컨펌을 가능하게 함) 업데이트는 향후 스택스 체인의 향방을 정한다 해도 무방할 만큼 매우 중요한 업데이트이다.

두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면, 유저들은 중개자 없는 무신뢰 방식을 통해 BTC를 sBTC로 변환해 STX 체인 상에서 sBTC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즉 BTC를 스마트 컨트랙트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스택스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받던 속도 문제 역시 패스트 블록 도입을 통해 해결될 전망이다.

필자 역시 오랜 기간 스택스 생태계를 지지해 온 입장이기에 올해 말 이뤄질 업데이트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 개발자의 생각도 과연 나와 같을까? 예정된 두 업데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맥스는 개발자로서의 공식적인 의견과 히로 소속이 아닌 맥스 개인으로서의 의견 2가지로 나눠서 답변하겠다고 했다.

공식 의견
“나카모토 릴리즈와 sBTC 업데이트는 올해 말 이뤄질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현재 mini-sBTC 테스트넷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연말 sBTC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며 성공적인 sBTC 론칭을 위해 다양한 곳과의 파트너십 체결 논의 및 sBTC를 사용하며 성장을 지원해 줄 유명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시작은 다소 작은 규모일지라도 꾸준히 성장해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개인 의견
“히로 개발자가 아닌 순수한 개인의 의견으로, 스택스가 매우 흥미로운 포지션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존재하던 알렉스(Alex)와 아카디코(Arkadiko) 같은 디파이들은 물론, 향후 스택스 버전의 에이브(Aave) 같은 머니 마켓이 등장하고, ERC-20과 같은 자산들을 훌륭히 옮겨올 수 있는 브릿지가 등장하고, 스택스 버전의 리도(Lido)가 등장해 sSTX와 같은 유동화 자산을 만들고, 이를 활용한 파생 거래들이 등장하게 된다면 STX는 거대한 풍차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보고 향후 많은 개발자들이 스택스 생태계에 도입된다면 스택스 생태계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스택스는 몇몇 도구들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 정도 마켓 캡을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같은 부족한 점이 채워지기 시작한다면 스택스는 훨씬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로서 다른 체인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가장 큰 자산인 비트코인과 이를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도와주는 스택스가 있는데 굳이 다른 체인에서 개발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맥스는 “다양한 블록체인이 있지만, 가장 큰 마켓 캡을 가지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비트코인을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구동할 수 있게 해주는 스택스 위에서 빌딩 하는 것은 개발자들에게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스택스를 활용하고 싶은 개발자라면 언제든 나를 찾아달라. 많은 그랜트와 개발자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발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종료 후에도 히로 팀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간 있었던 개발 딜레이에 대한 아쉬움도 성토해 보고, 궁금했었던 여러 사항들도 팀에 직접 질문해 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간 히로 팀이 쏟아왔던 노력과 열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는데, 이런 점이 바로 오프라인 콘퍼런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Ordi 2023

Ordi 2023은 세계 최초로 개최된 오디널스 콘퍼런스라는 큰 의미를 가진 행사였다. 해외에서의 오디널스에 대한 열기는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는 온체인 활동을 하는 유저들이 적고, 더군다나 오디널스는 더더욱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많은 유저들이 오디널스에 대해 별 관심이 없거나 인지만 하고 있을 뿐 생태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온체인 몽키, Anonymous Bitcoin Club, 탭루트 위자드와 같은 오디널스 컬렉션들은 이미 공고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바로 오디널스 기반 프로젝트들의 빌딩 속도였다. 오디널스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빌더들이 오디널스 인프라 서비스부터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덕트를 구축하고 있었다.

  • 인스크립션 툴: 오디민트(Ordimint)
  • 마켓플레이스: 감마(Gamma), 오드잘(Ordzaar), 오드스왑(Ordswap), 스칼스닷시티(Scarce.city)
  • 오디널스 월렛: 엑스버스(Xverse)
  • 오디널스 담보 대출: 리퀴디움(Liquidium)
  • AI 기반 오디널스 트레이딩 플랫폼: 네오스왑(Neoswap)

이번 행사의 스폰서이자 AI 기반 트레이딩 툴을 개발하고 있는 네오스왑의 CEO, 존 에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디널스 생태계의 분위기를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Q. 네오스왑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존 에니스(이하 '존'): 네오스왑은 자체 개발 중인 AI 기반 경제 엔진 챗봇-THEO를 활용해 NFT의 적정 가격을 산출해 내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들에게 효율적인 맞춤형 거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네오스왑은 THEO 외에도 다양한 툴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ORDI 2023 현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오디널스 스마트 옥션’을 통해 오디널스에 대한 접근성과 유동성 부족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다. 향후 NFT 외에도 다양한 자산들의 적정 가격을 산출해 낼 수 있는 툴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자산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네오스왑이다.

Q. 오디널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존: 오디널스는 매우 특별하다. 비트코인은 그간 화폐로써 다뤄져 왔을 뿐, 그 생태계 위에 자산으로써 다룰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다. 자산이 있어야만 하나의 큰 경제 생태계가 형성된다. 이더리움이 어떻게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는 이러한 자산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화폐가 있으면 자산이 있어야 하고, 자산이 있어야 경제 생태계가 작동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디널스는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오디널스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네이티브 자산으로써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오디널스 열풍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일부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존: 오디널스는 데이터나 미디어를 온체인에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자산 소유권을 온체인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아이디어이다. 이 관점에서의 오디널스는 매우 특별하기에 오디널스 생태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 오디널스의 청사진은?

존: 오늘날의 오디널스는 아직까지 많은 기술적 제약이 존재하기에 오디널스를 활용하기 어렵지만, 미래에는 마치 ERC-721처럼 오디널스 표준 역시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이 되면 메타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오디널스 프로토콜들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ORDI 2023을 통해 경험한 오디널스 생태계는 매우 뜨거웠다. 특히 불과 6개월 만에 빌더들이 구축한 프로덕트들을 살펴보면서 ‘지금과 같은 발전 속도라면 향후 1년 뒤, 3년 뒤의 오디널스 생태계는 과연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BTC 2023 마이애미

5월 18일~20일까지 사흘간 총 2,000개 이상의 기업과 1만 2000여 명이 참여한 BTC 2023 Miami는 비록 장세로 인해 예년보다 그 열기는 덜했다 할 수 있을지라도, 오히려 그만큼 비트코인의 펀더멘탈에 대해 냉정히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나카모토 스테이지에서는 미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비트코인 지지를 천명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많은 소식들이 있었지만, 연사 발언은 대부분 언론사를 통해 잘 정리되어 있기에 내가 직접 보고 느꼈던 점을 중심으로 글을 적고자 한다. 필자는 마이클 세일러와 맥스 카이저 세션에 참여했다.

마이클 세일러 — Thermodynamic Savings

“비트코인은 열역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안정적인 자산이다. 발행자가 없는 비트코인은 막대한 컴퓨팅 파워에 의해 보호되며, 중간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기록이 투명하게 보존된다. 비트코인은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봤을 때 그야말로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사토시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것이다. 향후 사이버 세계는 엄청난 보안 이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테라-루나, 셀시우스, 블록파이, FTX, 디파이 등의 모든 크립토 산업의 붕괴 역시 사실은 비트코인에 긍정적인 요소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이 가장 안전하고 특별한 네트워크 자산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비트코인 맥시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개념일 것이다. 그는 새로운 토픽으로 MicroStrategy가 새롭게 출시한 비트코인 설루션, Microstrategy Ligtning 플랫폼을 꺼내 들었다.

Microstrategy Lightning
“효과가 불명확한 광고비에 기업들이 50 million 달러 이상을 사용하는 대신, 이 예산을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 이 비트코인을 유저들에게 직접 보상할 수 있다면 어떨까? MicroStrategy의 라이트닝 설루션을 활용해 광고 시청·레퍼럴 활동·설문 참여와 같은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유저들에게 직접 사토시를 지급할 수 있다면 기업과 유저 모두 훨씬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하고 후기를 남기면 자동으로 사토시를 적립해 준다거나 맥도널드 앱 다운로더들에게 바로 사토시를 지급해 줄 수 있다면, 앱 다운로드 수를 높이기 위해 기성 디지털 광고 기업들에게 수십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LVMH, 맥도널드, 코카콜라, 항공사와 같은 수많은 기업들이 이 설루션을 채택하게 된다면 해당 기업들은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한 기술 혁신으로 인해 프로덕트 성과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비트코인 생태계를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이에 많은 청중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마무리 시점에 그는 앞으로 비트코인에 있어 세 가지의 큰 마일스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세 가지로 ▲비트코인의 회계상 공정 가치 규정 확립 ▲다른 가상자산들의 증권 규제로 인한 비트코인의 투자 우월성 증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비롯한 비트코인 L2 애플리케이션의 대중화를 꼽으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마이클 세일러 특유의 강단 있는 화법은 많은 청중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필자 역시 트위터나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를 마주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맥스 카이저 — Super-Hyperbitcoinization

“Get it on! Bitcoin is here to stay! Bitcoin is revolutioninzing the way we are! Work and play!”

‘오렌지 필’ 팟캐스트 운영자 겸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는 비트코인 맥시 맥스 카이저와 그의 아내 스테이시는 Super-Hyperbitcoinization이라는 주제로 토크를 진행했다.

‘슈퍼-하이퍼 비트코인화’란 비트코인이 기성 화폐인 달러나 유로화 등을 대체하는 세계적인 주요 통화로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폭등해 비트코인이 세계 질서에 매우 빠른 속도로 흡수되는 시나리오를 말한다. 이 부부는 실제로 처음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로 이주한 이후, 비트코인 전도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들은 엘살바도르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는 슈퍼-하이퍼 비트코인화에 대한 몇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스테이시:
“엘살바도르가 곧 비트코인이다.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지지하고, 모든 국민들이 비트코인을 지지한다. 이에 각지의 비트코인 빌더들과 채굴자들이 엘살바도르로 몰려들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마치 비트코인으로 촉발된 르네상스 2.0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공식적으로 채택한 첫 번째 주자로써 정말 많은 이점을 가져가고 있다”

맥스 카이저:
“(농담조로) 유전학적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는 세대는 다음, 다다음 세대에 사라지게 되어 있다! 우리는 엘살바도르에 노아의 방주(Ark)를 짓고 있다. 만약 이 배에서 나가고 싶다면, 엿이나 먹길 바란다! 향후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채택을 원하는 다른 국가들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이 유일한 화폐이며 이를 제외한 모든 코인들은 증권이라는 명확한 법률 가이드라인을 확립해 회색 지대를 없앴고,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 관련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부처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엘살바도르는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고, 관광까지 활성화되며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특히 맥스 카이저는 ‘슈퍼-하이퍼 비트코인화 다음은 대체 무엇이냐?’라는 사회자의 질문을 높은 수위의 짓궂은 농담(The Next is Global Bitcoin Orgasm!)으로 받아치며 이번 세션을 마무리했는데, 분명히 농담이었지만 그 속에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세션 때문이었을까? 행사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부스 중 하나가 바로 엘살바도르 부스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 하도록 하겠다.

행사장

나카모토 스테이지 옆 행사장에서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기업 부스, 바자회, 예술작품 전시회 등의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었다. 여러 부스들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비트코인 결제의 상용화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을 단순히 투자 수단으로써 활용할 뿐 본래 목적인 결제 용도로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지만, 행사장 내 대부분의 부스가 라이트닝 네트워크 결제를 지원했다. 마이애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시 곳곳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가게와 ATM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를 방증하듯 행사장 곳곳에서 비트코인 ATM 기기 판매 업체, 투자와 결제를 분리한 라이트닝 네트워크 지갑 개발사, M2E를 통해 사토시를 채굴할 수 있도록 하는 댑 등과 같은 비트코인 결제 및 상용화와 관련한 여러 프로덕트를 만나볼 수 있었다.

2. 채굴 산업 현황

마이닝 라운지를 탐방하는 동안 채굴 기업 부스에 자리한 많은 중국인들을 만나 대화할 수 있었다. 여타 매체를 통해서가 아닌, 두 눈으로 직접 채굴 산업의 대부분을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앞으로 중국 채굴계의 동향을 더욱 유심히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회의 시선이나 ESG 준수 여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친환경을 마케팅 요소로 내세운 마이닝 업체들이 다수 보였다. 채굴기에 냉각기를 부착하거나 컨테이너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인다거나 풍력, 지열 등의 대체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전기만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친환경적인 채굴을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기보다 아직까지는 마케팅 문구로써만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다소 받기는 했지만, 앞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수록 더 다양한 개선안들이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오디널스에 대한 높은 관심

엑스버스와 감마가 공동 주관한 Ordinals Alley 구역은 오디널스를 활용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한 아티스트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는 IPFS 형태가 아닌 온체인에 직접 데이터를 올릴 수 있는 오디널스에 매우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티스트의 답변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전시된 오디널스 작품들은 찍어낼 수 있는 PFP 형태의 작품보다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 디지털 아트 형태의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되었던 작품들은 옥션을 통해 총 6 BTC 규모, 작품당 평균 0.1 BTC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최근 오디널스가 솔라나 NFT 거래량을 추월하며 이더리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갖춘 시장이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비트코인의 블록 스페이스의 가치 역시 높아지며 비트코인 밸류에이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4. 엘살바도르 부스

엘살바도르 부스는 여러 엘살바도르 기업들이 하나의 부스에 모여 서로 협력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서로 으쌰으쌰 하고 있는 엘살바도르 현지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과연 엘살바도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현지에서 비트코인을 활용한 부동산 중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알베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Q.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채택 전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알베르트(이하 '알'):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채택한 이후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통해 저축을 실천하고, 비트코인 시티를 경험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엘살바도르를 방문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통해 자유를 얻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엄청난 혁신을 목도하고 있다.

Q. 엘살바도르 국민의 몇 퍼센트 정도가 실제 비트코인을 활용하고 있나?

알: 정확한 수치는 매길 수 없지만, 전체 국민 중 약 15% 정도가 비트코인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매우 빠르게 비트코인을 결제를 도입하는 상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엘살바도르에서는 식료품, 커피, 차,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비트코인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우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비트코인을 사용하고, 저축하고, 결제하는 방법을 교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에게 들은 내용 중 가장 신기했던 것은 Stablesats에 대한 개념이었다. 만약 내 라이트닝 계좌에 있는 1만 사토시를 달러 같은 고정 통화로 변환해서 보관하고 싶다면, Stablesats는 이 1만 사토시를 현재 가격으로 환산해 지갑에서 USD로 변환해 줌과 동시에 Stablesats는 외부에서 1만 사토시만큼의 숏 포지션을 잡아 USD가 페그 아웃 될 때까지 그 포지션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라이트닝 네트워크 상의 거래에서도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하고 정확한 거래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낯선 개념이었지만, 비트코인 결제 확대에 꼭 필요한 설루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베르트는 Bitcoin Beach 프로젝트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비트코인 비치는 엘살바도르의 작은 시골 El Zonte에 위치한 해변의 이름이자, 하나의 사업체 이름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비치에서는 술, 음료, 서비스, 숙소와 같은 모든 상품들을 비트코인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근로자 역시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이 장소를 거점으로 Bitcoin Beach 구성원들은 근처 거주자들에게 직접 비트코인 사용법을 교육하고, 신규 비트코인 사업체를 육성하고, 온라인 팟캐스트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엘 존테에서 일종의 작은 사회 실험으로 시작한 비트코인 경제 구역 실험은 그 영역을 인근 해변으로까지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는 “한국 역시 비트코인 도입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비트코인 비치에 꼭 한번 놀러 오라!”는 말과 함께 연락처를 건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가 비트코인 비치에 대해 가진 애정과 자부심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티셔츠나 모자와 같은 굿즈·초소형 채굴기·비트코인 교육용 보드 게임·알약 형태의 시드 구문 생성기·비트코인 자동차 경매·카드형 하드 월렛 등과 같은 신기한 물건과 볼거리가 정말 많았다. 해당 내용을 이 글에서 다루기에는 글의 성격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향후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스낵 콘텐츠로 따로 제작할 예정이다.

마치며

BTC 2023 주간 동안 비트코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디스프레드 정금산 대표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비트코인 위에서 빌딩을 진행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주축이 되는 사이드 이벤트들이 다수 개최되었다는 점을 가장 특별한 변화로 꼽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필자 역시 이에 공감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과 같은 비트코인의 이념이나 펀더멘탈에 관한 논의는 줄어드는 한편 L2, 디파이, 오디널스 등을 비롯한 비트코인에 부가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논의들 위주로 행사가 재편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 이미지는 필자가 주변 지인들에게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항상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비트코인은 약 15년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자산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비트코인은 ‘대체 투자 자산 중 하나’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이번 BTC 2023에 참여하는 동안 느낀 비트코인은 문자 그대로 ‘Sound money’로써의 비트코인이었다. 누군가는 현 통화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했고, 누군가는 거주 국가의 인플레이션을 감당하지 못해 그 대안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하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국경이나 법치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본질적인 건전화폐로써 비트코인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들은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이 아닌 본질적인 가치를 담는 그릇으로 비트코인을 대하고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도 비트코인을 어렴풋이 이해했을 뿐, 그 본질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내가 과연 비트코인을 주변에 설명하고 다닐만큼의 충분한 지식이 있었는가? 나는 앞으로 비트코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귀국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동시에 바로 여기에 내 역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트코인에 관한 해외 소식을 발 빠르게 전달하고, 내가 공부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글이나 영상으로 2차 가공해 비트코인의 본질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가 보고자 한다. 부디 위 이미지의 마지막 줄이 ‘2030 — Everybody uses Bitcoin’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보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