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프렌즈와 커피챗 I 이승화 리서치 총괄
디스프레드의 리서치 총괄 이승화님을 만나 웹3 리서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웹3 리서처(researcher, 연구원)이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를 알아봤습니다.
"자신만의 인사이트 없는 리서처, 살아남기 힘들죠"
**Disclaimer) 인터뷰에 나오는 내용은 인터뷰이 개인 의견으로, 디스프레드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안녕하세요! 디스프레드(DeSpread)의 ‘쪼하(zzoha)’입니다.
디스프레드는 웹3 업계에 푹 빠져있는 ‘디젠(Degen)’들이 모인 회사입니다. 동료 한 분 한 분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지만 웹3에 대한 진심이라는 DNA를 공유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면서도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는 프로 의식을 발휘합니다.
저번에는 <D’s 프렌즈와 커피챗> 트렌드&제품 분석 및 디자인 담당 곽태윤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이번에는 디스프레드의 리서치 총괄 이승화님을 만나 웹3 리서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웹3 리서처(researcher, 연구원)이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를 알아봤습니다. 승화님은 디스프레드의 주축을 이루는 ‘디스프레드 리서치’의 선봉장을 맡고 계신데요, 과연 디스프레드 리서치만의 방향성과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쪼: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디스프레드에서 리서치 총괄을 담당하는 이승화입니다. 박주혁(디스프레드 콘텐츠 프로듀서) 텔레그램 방의 커뮤니티 매니저(CM)도 맡고 있어요. 트위터에서는 ‘두 다이브(Do Dive)’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쪼: 웹3 산업으로 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한 계기가 딱 있다기보단 자연스럽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접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3년 동안 행정고시(재경직)를 준비했었습니다. 그러다 2020년 봄 시험 공부를 하면서 주식 투자를 병행했어요. 2021년 2월 공부가 제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준비를 그만두고 친한 후배들 사업을 도와줬습니다. 그때 암호화폐를 접했고 친구들과 암호화폐 투자를 같이 하기도 했어요. 그 친구 중 한 명이 먼저 쟁글에 인턴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저도 준비해서 쟁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웹3 산업에 진입하게 됐어요.
주식에만 투자하다가 암호화폐에도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21년 4월 암호화폐공개(ICO) 플랫폼 ‘코인리스트(Coinlist)’에서 MINA(미나) ICO에 당첨된 일이었습니다. 당시 MINA ICO는 추첨에서 뽑힌 사람만이 해당 ICO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저는 당첨자로서 50만원을 투자했는데 그 금액이 한순간에 1000만원으로까지 불어났습니다. 그 충격적인 경험 이후로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거래소에서의 매매뿐 아니라 디파이(DeFi) 투자 등을 직접 해본 경험이 웹3 산업에 발을 들여놓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쪼: 웹3 업체들 중에서도 디스프레드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쟁글에서 콘텐츠 제작 및 리서치 인턴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일하다 보니 (이 업계를) 제가 보는 시각과 회사가 보는 시각에 차이가 난다고 느꼈습니다. 쟁글은 웹2와 웹3 산업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인 만큼, 웹2 기업의 시각에서 웹3 산업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쟁글의) 방향성이 수정된 듯한데 당시에는 (쟁글 리서치가) 웹2 지향적인 시각을 담아내고 웹2 기업들이 웹3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상품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와 달리 저는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토크노믹스(Tokenomics)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대표적으로 2022년 초 여러 프로토콜이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를 (각자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하면서 ‘커브 전쟁’*이라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보고서를 쓰면서 이런 분야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회사와 개인적인 관심사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6개월 동안의 인턴 기간이 종료될 때쯤 쟁글과 디스프레드에서 입사 제안을 받아 고민하다가 디스프레드를 택했습니다. 디스프레드가 웹3 최전방에 있는 데다 많은 프로젝트와 호흡하는 모습에서 제가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브 전쟁: 커브 파이낸스를 이용하는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veCRV(커브 파이낸스에 CRV를 스테이킹한 대가로 받는 보상)를 토큰화한 후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프로토콜에 더 많은 CRV 토큰이 락업되도록 경쟁하던 과정을 의미.
➤ The Great Curve War: 커브 전쟁, 그 경과와 전망
쪼: 디스프레드에 입사하실 즈음 테라 사태가 터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로 인한 영향을 받으신 게 있을까요?
“스테이블 코인을 좋아해서 그 분야로 리서치를 이어가고 싶었는데 테라 사태가 터지고 나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리서치의 중요성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 섹터 전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리서치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쪼: 현재 디스프레드에서 어떤 직무를 맡고 계시나요?
“디스프레드 리서치 글을 계속 쓰면서 동시에 저희 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콘텐츠*를 관리하고 리서치 총괄로서 팀원들의 글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혼자 리서치를 하거나 조얼님과 같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글 쓰는 일에만 집중했었죠. 지금은 팀원들에게 리서치 주제를 제시하고 팀원들의 글을 수정하거나 글에 피드백을 주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디스프레드는 최근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3에 콘텐츠 파트너로 참여해 콘퍼런스 연사 및 세션 콘텐츠를 게재한 바 있다.
쪼: 웹3 리서치가 기존 증권사 리포트와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그리고 웹3 리서처에게 요구되는 필수 자질은 무엇일까요?
“리서치를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특정 주제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웹3 리서치는 기존 증권사 리서치와는 다르긴 하죠. 증권사 리서치는 ‘특정 산업 분야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틀이 잡혀 있습니다. 웹3 리서치도 뭔가를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웹3 리서치는 겨냥하는 수요층이나 그 포맷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선 다릅니다. 웹3 리서치는 인하우스 리포트나 단순 인사이트 전달 등 다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증권사 리포트와 웹3 리서치를 비교 선상에 두기에는 (웹3) 산업이 더 커져야만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리서처는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고 그것을 타겟 집단에 설득하고 (이런 분석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웹3 리서처는 당연히 시장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할 뿐 아니라 본인이 관심을 두는 분야에 대해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때제때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유한 관점이나 시각이 없는 리서처라면 그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쪼: 웹3 업체가 리서치를 발간하기 위해선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할까요?
“웹3 기업에서 리서치를 발간하려고 할 때 리서치로 어떻게 사업모델을 만들고 어떻게 고객을 유치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위의 문제를 실제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는 곳이나 리서치로 이익을 내는 곳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2022년 초반까지는 여러 곳에서 리서치가 경쟁적으로 나왔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리서치를 발행하는 곳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에요. 리서치를 사업모델로 만드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포기하고 나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쪼: 디스프레드 리서치와 다른 국내 업체 리서치 간 차별화 포인트 및 디스프레드 리서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디스프레드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프로젝트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인 만큼 양질의 디스프레드 리서치를 발간해 클라이언트가 저희와 협력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그렇게 B2C보다는 B2B 관점에서 리서치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B2B 관점에서 리서치를 발간할 때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설계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점이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점을 생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디스프레드에) 자문이나 컨설팅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끔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프로젝트를 구축하는 곳(빌더)들이 아닌 업체들도 저희와 협력하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잠재 클라이언트들에게 ‘디스프레드가 어떤 분야에서 이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고 그것을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쪼: 리서치 총괄로서 디스프레드 리서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웹3 산업에서는 늘 변화가 빠르고 크게 일어나다보니 방향성을 고정해놓기보단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자면, 디스프레드 리서치 차원에서는 저희 회사의 목적에 맞는 리서치를 생성하고 ‘디스프레드 리서치’라는 브랜드를 업계 종사자들에게 각인시키게끔 콘텐츠의 양과 질 모두 개선하고자 합니다.
리서치 팀 내부적으로는 ‘웹3 산업에 존재하는 다양한 분야를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잡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팀원 개인의 기량을 닦고 추가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등 팀 전체의 역량을 높여야 합니다.”
쪼: 최근 디스프레드 리서치 팀 차원 또는 개인 차원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디파이 프로토콜이나 토크노믹스 사례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팀 차원에서는 블록체인 게임,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 RWA 진행 상황, 코인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옵티미즘 내러티브 등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쪼: 토크노믹스에 관심 많다고 하셨는데 그중 최고와 최악을 뽑아 보자면?
“잘 된 토크노믹스는 커브 파이낸스의 ‘ve 토크노믹스’입니다. 이후 비슷한 모델을 내놓은 프로젝트들 중 그것에 근간을 둔 곳이 많아서 토크노믹스 얘기를 할 때 빼놓을 수가 없죠. 국내 업체 중에선 무브 투 언(M2E) 프로젝트인 ‘슈퍼워크(Superwalk)’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테픈 토크노믹스를 잘 발전시킨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악을 꼽자면 아무런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는 디파이 곡괭이*겠죠.
다만, 토크노믹스는 구조일 뿐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주역은 아닙니다. 아무리 토크노믹스를 잘 닦아놔도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파이 곡괭이는 토큰 수요 발생원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토큰 출시 초기에 발생하는 하이프(hype, 거품)만을 바라고 설계된 토크노믹스를 의미한다.
쪼: 그동안 썼던 리서치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리서치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앞에서 언급한 ‘커브 전쟁’ 보고서이고, 두 번째는 올해 4월에 발행한 ‘웹3 게임 토크노믹스 엔드 게임’ 보고서입니다. 전자는 스스로 커리어를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글이며, 후자는 업계 관계자들과 독자들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은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을 통해 커리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습니다.”
쪼: 블록체인을 잘 모르는 일반인을 웹3 생태계로 끌어올 수 있는 리서치도 필요할까요?
“필요하긴 하죠. 그렇지만 리서치가 (산업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이 산업이 더 발전을 해야 합니다. 일반인도 블록체인의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이 먼저 존재해야 그것을 일반인에게 알리고 그것을 쓸 것을 설득하기 위해 리서치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다만, 아직까지는 그런 상품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B2C 리서치를 쓰기엔 독자에게 어떤 걸 보여줘야 하는지가 모호하다는 의미입니다.
웹3 산업을 움직이는 게 주로 해외 프로젝트기에 어떤 상품을 소개할 때 그 개발사를 직접 찾아가기도 어렵다는 게 또 다른 한계입니다.
증권사 리포트처럼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내기에 근거가 부족합니다. 암호화폐 가격을 움직이는 주요 요소가 내러티브인데요, 내러티브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 내러티브를 토대로 매수나 매도 의견을 낸다면 설득력도 없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도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 간편한 상품도 없을 뿐더러 일반인에게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편의성이 개선됐다는 인식을 주는 프로젝트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B2C 리서치가 많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죠.”
쪼: 마지막으로 디스프레드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요?
“뚜렷한 목표를 생각해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디스프레드 입사할 때 다짐한 게 있어요. ‘리서치 업무가 더 이상 재미있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 (리서치에서의) 다음 행보가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일해보자’라는 것입니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일을 해결한 후에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방향으로 계속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부자가 되고 싶네요.”
디스프레드의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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