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컴퓨팅 파워의 증가와 빅데이터 가용성 확대 등 IT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AI(Artificial Intelligence) 모델의 성능 또한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최근 AI의 성능은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의료, 금융,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AI 상용화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OpenAI가 2022년 11월에 출시한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하고 질의응답을 가능케 하는 생성형 AI 모델, ChatGPT가 있습니다. ChatGPT는 출시 단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주요 AI 플랫폼의 학습 및 연산에 사용되는 GPU를 설계 및 제조하는 엔비디아(NVIDIA) 또한 이러한 시류 속에서 큰 수혜를 받았습니다. 2024년 1분기 엔비디아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628% 증가한 $14.8B을 달성했으며, 주가 또한 전년 대비 3배가량 상승하여 $3.2T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AI 섹터의 부흥은 크립토 마켓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NFT 아트 프로젝트가 성행하던 2022년 6월, OpenAI가 개발한 텍스트 기반의 고품질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AI인 DALL-E 2가 출시되면서 국내 크립토 텔레그램 채널 내 AI 키워드 언급 횟수는 8배가량 급증했습니다.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는 AI와 블록체인을 더욱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시도들이 등장하며, AI 언급 횟수는 추가로 2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크립토 커뮤니티의 AI에 대한 관심도는 AI 관련 크립토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동향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2024년 8월 20일을 기준으로 AI 섹터로 분류된 277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전체 시가총액은, AI에 블록체인을 접목시킨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2022년 하반기 이후로 2년새에 빠르게 증가하여 Layer2 카테고리보다 약 25% 가량 높은 수치인 $21B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등장하고 주목받고 있는 AI 섹터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주로 AI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부각되는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형태를 채택하고 있으며, 주요 활용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탈중앙 GPU 네트워크: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GPU 비용으로 인한 진입장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누구나 GPU 파워를 기여하고, 토큰 인센티브를 수취할 수 있는 분산형 GPU 네트워크 프로젝트 (ex. IO.NET, Akash Network)
- 탈중앙 AI 학습 및 모델 개발: 중앙화된 AI 개발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AI 편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다수의 참여자가 AI 학습 및 모델 개발에 기여하고, 토큰 인센티브를 받는 형태의 프로젝트 (ex. Bittensor)
- 온체인 AI 마켓플레이스: 산업, 기능 별 특화된 AI 모델/에이전트의 수요에 대응하여, 블록체인 기술로 AI 모델/에이전트의 성능과 신뢰성을 투명하게 평가하고 거래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AI 마켓플레이스 프로젝트 (ex. SingularityNET, Autonolas)
이러한 사례들 외에도 탈중앙화된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IP 프로토콜 등, 현재 AI 산업이 발전하며 마주하는 해결 과제들을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AI 산업에 더욱 안정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범위를 확장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AI를 블록체인 생태계에 접목시키는 것 역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파이 서비스들은 무허가성을 기반으로 구축되었다는 점에서, AI 도입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개입을 최소화 한다면 기존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던 여러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지게 됩니다.
본 아티클에서는 현재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AI가 활용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 마주하고 있는 해결 과제와 미래에 대해서도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Intelligent DeFi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유저의 자금 집행을 위해 제공하는 수익률, 리스크 등의 데이터를 구체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AI는 주로 디앱(Dapp)의 UI 상에서 기능하므로, 기존 디파이 프로토콜은 구조의 큰 수정 없이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드 파밍 애그리게이터 연 파이낸스(Yearn Finance)가 있습니다. 연 파이낸스는 유저들에게 더욱 안전한 투자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AI 에이전트 구축 플랫폼인 GIZA와 협업을 진행하여, 연 파이낸스 v3 볼트의 실시간 전략 위험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디파이 생태계와 AI의 융합에서 더 주목하는 것은 AI의 자율적 사고와 행동 능력을 활용하여 디파이 프로토콜에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유저가 발생시키는 트랜잭션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프로토콜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유저의 상호작용에 따라 미리 정의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AI를 디파이 프로토콜에 접목하면, 프로토콜 자체가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려 능동적으로 트랜잭션을 발생시킬 수 있게 되며, 이는 기존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등장을 가능케 합니다.
이어서 AI를 프로토콜의 주요 작동 메커니즘에 활용한 인텔리전트 디파이(Intelligent DeFi) 프로토콜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1. Fyde Treasury: AI 토큰 펀드
파이드 트레저리(Fyde Treasury)는 리퀴드 볼트(Liquid Vault)라는 이름의 여러 토큰을 묶어 운용하는 바스켓 형태의 펀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토콜이며, AI가 포트폴리오를 운용합니다. 또한 유저는 리퀴드 볼트에 예치한 자산에 대응하는 만큼의 유동성 토큰인 $TRSY를 수취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2.1.1. 자산 선정 및 펀드 운용 방식
리퀴드 볼트의 핵심 과제는 하락장세에 변동성이 낮은 토큰들의 비중을 높여, 유저에게 적은 하락율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타 자산군 대비 좋은 성과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데에 있습니다.
파이드 트레저리는 아래의 3단계 기준을 거쳐 리퀴드 볼트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될 자산을 선정합니다.
- 풍부한 거래 유동성이 존재하는지를 평가
- 프로토콜 창립자의 배경, 프로토콜 코드 감사 등을 살펴보고 문제점이 없는지를 판단
- AI를 통해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하여 워시 트레이딩(Wash Traiding) 유무, 토큰의 중앙 집중화 정도, 유기적 성장 추세 등을 평가
위의 기준을 통과한 토큰들은 리퀴드 볼트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며, 파이드 트레저리는 리퀴드 볼트의 자산 운용 과정에서도 다음과 같이 AI를 활용합니다.
- 시장 분석 및 예측: 온체인 거래 데이터, 시장 트렌드, 뉴스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앞으로의 시장 동향을 예측
- 가중치 계산 및 리밸런싱: 예측한 시장 동향과 포트폴리오 내의 토큰 별 최근 성과, 변동성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토큰 가중치를 계산하고 리밸런싱을 실행
- 리스크 관리 및 대응: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 내 각 토큰의 거버넌스 공격, 유동성 풀 고갈, 특정 지갑의 이상 거래 등을 빠르게 파악하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해당 토큰을 포트폴리오로부터 격리
- 자산 운용 전략 고도화: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전략의 효과성을 분석한 뒤 도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정 및 도출. 그 후 기존 전략과 새로 도출한 전략을 비교 및 분석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성과를 측정하여 실제 운용 전략에 반영
작성일인 8월 23일을 기준으로 리퀴드 볼트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있는 토큰은 총 29개이며,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반의 다양한 섹터 토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파이드 트레저리는 리퀴드 볼트에 특정 프로토콜 거버넌스 토큰을 예치한 유저에게는 해당 토큰에 대한 유동성 토큰을 제공하여, 거버넌스 투표 권한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저가 리퀴드 볼트에 예치한 거버넌스 토큰은 $gTRSY-토큰 형태로 예치자 지갑에 전송되며, 파이드 트레저리의 거버넌스 탭에서 활용하여 해당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투표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단, 투표 권한은 포트폴리오 내의 토큰 가중치에 영향을 받으므로, 포트폴리오가 조정될때마다 보팅 권한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1.2. 유동성 채굴 캠페인
파이드 트레저리는 리퀴드 볼트 유동성 토큰인 $TRSY의 시장 유동성을 향상시키는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파이드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으며, 추후 포인트에 기반하여 파이드 트레저리의 거버넌스 토큰인 $FYDE를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타 프로젝트가 유동성 채굴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 유저가 탈중앙화 거래소에 직접 페어 예치를 실행해야 하고 토큰 혹은 포인트를 수취하게끔 설계되어 있는 반면, 파이드 트레저리는 프로토콜 내부의 유동성 채굴 컨트랙트에 유저의 $FYDE를 예치받아 유동성 공급 시 공급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 v3에 직접 유동성 공급을 실행합니다.
유니스왑 v3에 유동성 공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AI 기반 시뮬레이션 환경을 통해 유동성 채굴 컨트랙트에 예치된 $FYDE 중 일부를 $ETH로 교환하는 최적의 교환 경로를 계산하고 실행합니다. 또한 시장 상황에 따라 유니스왑 v3에 유동성 공급 예치 범위 또한 AI가 실시간으로 관리 및 최적화를 실행하여, 같은 자본으로 일반적인 탈중앙화 거래소에 유동성 공급을 실행하는 것 대비 약 4배 가량의 자본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파이드 트레저리는 유저가 프로토콜에 예치한 자산을 AI를 활용하여 인간의 판단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을 실시간으로 방지하는 기능을 도입한 바스켓 펀드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2.1.3. 프로토콜 성과
파이드 트레저리의 TVL은 2024년 1월 론칭 이후 꾸준히 우상향하여 $2M을 도달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2M 상당의 TVL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TRSY 토큰의 가치는 5월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시장의 약세로 인해 3개월간 -35%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더리움 생태계의 다른 주요 토큰들의 수익률과 $TRSY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TRSY 토큰은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 변동성을 기반으로 적은 하락률을 보이고 있는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파이드 트레저리는 출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으며, 파이드의 AI 모델은 현재도 시장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I의 학습이 더욱 축적되고 최적화됨에 따라 향후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파이드 트레저리의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성과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2. Mozaic Finance: AI 일드 옵티마이저
모자이크 파이낸스(Mozaic Finance)는 특정 디파이 프로토콜을 활용한 일드 파밍 전략을 AI를 통해 최적화시켜주는 일드 옵티마이저 프로토콜입니다. 모자이크 파이낸스는 여러 디파이 생태계 자산 관리 전략을 볼트 형태로 유저에게 제공하며, 전략 최적화를 위해 아래의 두 종류 AI를 활용합니다.
- 코논(Conon): 온체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시장 상황 및 일드 파밍 전략의 APY 변화를 예측
-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코논이 도출한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투자 전략을 계산하고 자금을 집행
이렇듯 모자이크 파이낸스에서는 코논이라는 '분석가' 역할의 AI와 아르키메데스라는 '전략가' 역할의 AI 에이전트가 서로 협력하여 유저가 예치한 자산을 관리합니다.
2.2.1. 볼트 종류
2024년 8월을 기준으로 모자이크 파이낸스의 독스에는 다음과 같은 3 종류의 볼트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 헤라클레스(Hercules):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여 일드 파밍을 실행할 수 있는 볼트이며, 예치자에게는 유동성 토큰인 MOZ-HER-LP 토큰을 지급
- 유저가 볼트에 입금한 자산을 브릿지 프로토콜인 스타게이트(Stargate)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일드를 창출하며, 유동성 정도에 따라 똑같은 자산이여도 각 네트워크별 APY가 다르게 책정되는 스타게이트의 특성을 활용하여 AI가 실시간 높은 수익률의 유동성 풀로 볼트 자산을 브릿지 및 리밸런싱을 실행
- 테세우스(Theseus): 여러 종류의 변동성 자산을 활용하여 일드를 창출하는 볼트이며, 예치자에게는 유동성 토큰인 MOZ-THE-LP 토큰을 지급
- 유저가 볼트에 입금한 자산은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거래소 GMX 프로토콜의 거래자들에게 거래 유동성을 제공하고 인센티브를 얻는 GM Pool에 예치되어 일드를 창출. 이때 각 GM 풀 거래 자산의 변동성, 이자율 등을 고려하여 유동성을 배치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 자산이 아닌 스테이블 코인의 비중을 올리고 동시에 스타게이트에 예치하여 부가 이자를 창출하기도 함
- 페르세우스(Perseus): 메인넷 론칭을 앞두고 있는 베라체인(Berachain)의 생태계 프로토콜에 유동성 공급을 실행하는 것으로 네트워크 보상을 수취하는 PoL(Proof of Liquidity) 합의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여 일드를 창출하는 볼트이며, 현재 모자이크 파이낸스 팀이 베라체인의 테스트넷을 활용하여 전략을 개발 및 론칭을 준비 중. 세부 내용은 추후 공개 예정
이렇듯 모자이크 파이낸스는 토큰 바스켓 펀드를 구축하는 파이드 트레저리와 다르게 유저가 예치한 자산을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하는 과정에서 AI를 통해 유동성 공급 전략 및 과정을 최적화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프로토콜입니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 볼트는 각각 11%, 50% 가량의 높은 예상 APY를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자이크 파이낸스의 볼트에서 자금 탈취 사건이 발생하여, 현재는 두 볼트의 운영이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2.2.2. 자금 탈취 사건과 모자이크 2.0
모자이크 파이낸스의 자금 탈취 사건은 온체인 리스크 및 보안 강화를 위해 하이퍼네이티브(Hypernative)가 개발한 새로운 보안 솔루션으로 전환을 진행하던 2024년 3월 15일에 발생했습니다.
보안 업데이트가 완료되기 전, 한 내부 개발자가 핵심 팀원의 개인키를 이용하면 볼트의 자금을 탈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핵심 팀원의 PC를 해킹하여 개인키를 취득했습니다. 그 후 탈취한 키를 활용하여 볼트에 묶여있던 $2M 상당의 자산을 탈취했고 현금화를 위해 중앙화 거래소로 이동시켰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모자이크 파이낸스 팀은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 볼트의 운영을 중단했으며, 거버넌스 및 프로토콜 수수료 수취 토큰인 $MOZ의 가치는 약 80% 하락했습니다. 탈취 사건 직후 모자이크 파이낸스 팀은 해당 사건의 경과를 투명히 공개하고, 보안 업체와 탈취된 자산 흐름을 추적하여 개발자가 탈취한 자산을 입금한 거래소에 탈취 자금 동결 및 반환을 신청하는 등, 프로토콜 운영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현재 탈취된 전체 자금 반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팀은 중앙화 거래소로부터 탈취된 자금 반환을 기다림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개선 사항을 포함한 모자이크 2.0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보안 강화: 트러스트 시큐리티(Trust Security), 테스트 머신(Testmachine), 하이퍼네이티브 등의 보안 전문 업체를 통해 코드 감사 및 보안 강화 진행
- AI 모델 개선: 기존 아르키메데스의 모델을 전반적으로 고도화함과 더불어, 전문가의 지식을 기반으로 여태껏 일어나지 않아 데이터가 부재한 블랙스완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학습을 진행. 또한 비정상적인 결정을 감지하여 인간이 검토 및 모델 개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플래그를 지정함
- 유저 경험 향상: 디앱(Dapp)의 UI/UX 개선 및 계정 추상화, 브릿징 서비스 통합을 통해 다양한 체인 환경에서 디앱으로의 유저 접근성을 향상
이렇듯 모자이크 파이낸스는 자금 탈취 사건이라는 큰 위기를 겪었지만, 모자이크 2.0 론칭을 준비하며 유저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 해결 과제: AI의 탈중앙성, 확장성 딜레마
여기까지 파이드 트레저리와 모자이크 파이낸스의 사례를 통해 AI를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의 핵심 구성 요소로 활용하는 인텔리전트 디파이 프로토콜의 AI 활용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인텔리전트 디파이 프로토콜이 AI를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자율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디파이 프로토콜 모델 정립
- 자금 운용 방식 분석 및 최적화를 통해 자본 효율성 강화
- 이상 거래 등의 리스크 실시간 분석 및 대응
현재 블록체인과 AI의 접목은 대부분 AI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기한 이점들을 이유로 디파이 프로토콜에 AI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두 분야의 접목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해결 과제들 또한 존재합니다.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의 블록체인 인프라로는 AI가 요구하는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ChatGPT-3 모델의 경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성할 때 초당 수조 번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솔라나의 최대 TPS(Transactions Per Second)인 65,000회 대비 약 천만 배 가량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필요로 합니다.
또한, 블록체인 인프라가 발전하여 AI 연산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퍼블릭 블록체인의 투명성으로 인해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와 판단 가중치가 외부에 공개될 수 있습니다. 이는 AI가 발생시키는 트랜잭션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외부의 다양한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한계를 지닙니다.
이러한 이유로, 위에서 소개한 파이드 트레저리, 모자이크 파이낸스를 포함하여 현재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디파이 프로토콜은 중앙화된 서버에서 AI를 구동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블록체인과 상호작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프로토콜에 자산을 예치한 유저로 하여금 AI를 관리하는 팀의 정직성을 신뢰해야 하는 상황을 조성하며,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신뢰가 필요한 제 3자를 배제한 거래를 제공하여 신뢰가 필요없는 거래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디파이의 원칙을 저해하게 됩니다. 이처럼 블록체인에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중앙성 및 확장성의 딜레마는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이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zkML(Zero Knowledge Machine Learning) 기술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3.1. zkML(Zero Knowledge Machine Learning)
zkML은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s, ZKP)과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ML)을 결합한 기술입니다. 영지식 증명은 특정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해당 데이터에 대한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암호학 기술로써, 프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 무결성 검증을 동시에 가능케 합니다. zkML은 이러한 영지식 증명의 특성을 머신 러닝에 적용하여, AI 모델의 입력, 파라미터, 그리고 내부 작동 방식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모델의 출력이 올바르게 계산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게 만듭니다.
또한 디파이 프로토콜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영지식 증명을 검증하여 AI 모델이 외부의 간섭 없이 의도된 대로 정직하게 작동했을 경우에만 온체인 상에서의 트랜잭션을 발생시키게 구축할 수 있으므로, AI를 디파이 프로토콜에 안전하게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앞서 소개한 모자이크 파이낸스는 향후 프로토콜에 영지식 증명 기술을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르키메데스가 정직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볼트를 관리한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보완할 것이라 독스에 명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영지식 증명 기술은 아직 등장한지 오래되지 않아, 실제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와 발전이 필요합니다. 특히 복잡한 AI 모델에 대한 영지식 증명 생성은 AI 모델을 직접 블록체인상에 구현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이지만, 여전히 현재의 블록체인 인프라가 제공할 수 있는 환경보다 많은 계산 비용과 저장 용량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zkML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영지식 증명과 블록체인 인프라의 기술적 발전 및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4. Agent 기반 경제와 인격 증명
필자는 블록체인과 AI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두 분야가 융합하기 위해 필요한 해결 과제들을 점진적으로 달성해나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진보를 기반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AI를 작동 메커니즘 중 일부로 통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싱귤러리티넷(SingularityNET)이나 오토놀라스(Autonolas)와 같은 AI 에이전트 배포 및 거래 플랫폼들의 등장과 고도화로 인해, 프로토콜 단에서의 AI 통합을 넘어, 개인 사용자들도 손쉽게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즉,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인간'이 개인에 최적화된 인텔리전트 디파이 프로토콜을 구축 및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일례로 지노시스(Gnosis) 네트워크의 예측 시장 플랫폼 오멘(Omen)에서 온•오프체인 데이터를 분석하여 베팅을 실행하는 오토놀라스의 AI 에이전트의 수와 활동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 7월부터 약 1년간 백만 건이 넘는 트랜잭션을 발생 시킨 바 있습니다.
앞으로 24시간 효율적인 자본관리가 가능한 개인화된 AI 에이전트들이 증가하고 블록체인 생태계에 활발히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유휴 유동성이 활용되고, 자본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되어 생태계 전반의 유동성이 크게 증가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AI 에이전트 간의 거래가 생태계의 주된 활동으로 자리잡으며, 이를 통해 에이전트 기반의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개인화된 AI 에이전트의 모델이 더욱 지능적으로 발전 할수록, 개인용 AI 에이전트는 개인의 성향에 맞춘 온체인 자산 관리를 포함하여, 에어드롭 기회 포착 및 참여, 거버넌스 참여 등 주체성을 가진 ‘인간’이 수행하도록 설계해 놓은 영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갈 개연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AI 에이전트가 점점 인간의 행동을 정밀하게 모방함으로 인해, 앞으로는 "진짜" 인간 사용자와 AI 에이전트를 구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이에 따라 인간의 가치와 주체성을 중시하는 프로토콜들을 중심으로 유저의 인간성, 고유성을 증명하는 메커니즘인 인격 증명(Proof of Personhood)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4.1. 인격 증명(Proof of Personhood)
인격 증명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을 네트워크 상의 개인 계정과 연동시켜 개인의 인간성 및 고유성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이며, 현재 논의 및 등장하고 있는 방법론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신체 인증 기반: 하드웨어를 통해 얼굴, 지문, 홍채 등의 고유한 생체 정보 활용
- 행동 분석 기반: 유저의 소셜 그래프와 평판, 네트워크 활동 패턴 등, 특정 계정의 네트워크 활동과 다른 계정과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인간성 및 고유성 판별
행동 분석 기반의 인격 증명 방식은 유저의 프라이버시를 상대적으로 잘 보호하며, 신체를 식별하기 위한 특별한 하드웨어 없이도 구현이 가능하여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명의 정확도 및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네트워크 데이터가 필요하며, AI 에이전트가 고도화됨에 따라 분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미래에는 신체 기반의 인격 증명이 더욱 많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표적인 신체 인증 기반 인격 증명을 도입한 프로토콜로는 ChatGPT를 만든 오픈 AI 회사 창립자인 샘 알트만(Sam Altman)이 공동 창립한 월드코인(Worldcoin)이 있습니다. 월드코인은 AI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미래 상황을 대비하여, 인격 증명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고유한 디지털 ID를 부여하고, ID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WLD 토큰을 분배하여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실행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4.1.1. Worldcoin
월드코인은 오브(Orb)라는 이름의 특수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인간의 홍채를 인식하는 신체 인증 기반 인격 증명 프로젝트 입니다. 홍채 인식 이후 월드코인의 네트워크에 해당 홍채에 대한 World ID가 발급되며, 유저의 개인 기기에는 해당 World ID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키가 생성됩니다.
이때 월드코인의 네트워크는 유저의 홍채를 재구성하거나 식별할 수 없도록 스캔한 홍채 데이터의 해시값만을 저장하며, World ID에 대한 인증이 필요할때마다 유저의 기기는 영지식 증명 생성하여 네트워크에 전송하는것으로, 개인의 온체인 활동에 대한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단, World ID를 발급받을 때만 홍채를 인식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개인키를 보유하고 있는 기기 거래를 통한 World ID 양도, AI 에이전트의 개인키에 대한 접근 등은 아직 해결 과제로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며, 월드코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orld ID 사용시 생체 인증 시스템 도입 논의, 행동 분석 기반 AI 탐지 알고리즘 개발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5. 마치며
본 글에서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AI가 접목되면서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토콜들과 이러한 프로토콜들이 직면한 해결 과제, 그리고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AI와 블록체인 기술은 서로의 한계점을 보완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융합될 것이며, 이를 통해 개개인에게 좀 더 편리하게 AI와 블록체인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펼쳐질 미래의 온체인 경제 생태계에서는 높은 수준의 금융 지식 없이도 누구나 간편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온체인 생태계의 유동성 증진과 더불어 '금융' 산업의 포용성을 크게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 나아가 AI와 블록체인은 단순히 상호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산업의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 인해 두 기술의 발전은 개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인류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AI의 책임성 문제와 같은 AI 관련 제도적 규제와, 토큰의 증권성과 같은 블록체인에 대한 제도적 규제는 이 기술들의 향후 발전 방향과 산업 구조를 크게 좌우할 것이기에, 앞으로 정립될 AI, 그리고 블록체인의 산업 규제 내용 또한 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