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W2024 참여기 — 한국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트렌드를 살펴보다
KBW2024를 통해 바라보는 블록체인 산업의 트렌드와 발전 방향
1. 들어가며
KBW(Korea Blockchain Week)는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인 팩트블록과 한국의 크립토 벤처 캐피털 해시드가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블록체인 및 웹3 페스티벌로, 2018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매년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규모 정기 행사입니다.
한국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의 10%를 차지하고 있어, 블록체인/웹3 프로젝트들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데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국가입니다. 이에 따라 매년 개최되는 KBW 행사는 수많은 해외 프로젝트 팀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필수적인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올해 9월 3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의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이틀간 개최된 ‘KBW2024: IMPACT’ 컨퍼런스 행사에는, 레이어 1 네트워크인 수이(Sui)와 무브먼트(Movement), 그리고 벤처 캐피털 회사인 BRV 캐피털이 공식 컨퍼런스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가상자산 커스터디 및 보안 서비스 업체 비트고(Bitgo)와 하나금융그룹이 공식 기관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주최 측인 팩트블록에 따르면, 작년에 개최한 KBW2023 방문객의 2배가 넘는 1만 7천 명 상당의 인원이 본 행사에 방문했으며, 외국인 방문객 비율은 작년 대비 5% 낮아진 35%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전통 금융 기관의 시장 진출과 가상자산 시장의 상승 국면으로 인해 국내 대중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졌음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2일간 진행된 IMPACT 메인 행사에 참여하며 현재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섹터들을 관찰 및 분석하고, 크립토 업계에 대한 대중들의 높아진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외에도, 메인 행사가 진행되는 일자를 포함하여 9월 1일부터 7일까지 약 한 주 동안 진행된 340개의 개별적인 공식 사이드 이벤트에 참여하며 만난 업계 전문가들과 산업 동향에 대한 서로의 관점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본 아티클에서는 KBW2024를 통해 가상자산 업계의 트렌드와 전망을 살펴보고, 필자가 올해 KBW의 메인 행사 및 사이드 이벤트에 참여하며 느낀 점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2. KBW2024: IMPACT 리캡
2.1. 스피치 세션 분석
KBW2024의 메인 행사인 IMPACT에서는 팩트블록의 전선익 대표가 진행한 오프닝 인사와, 해시드의 자회사 모드하우스(Modhaus)가 만든 아이돌 그룹 트리플에스의 무대 공연을 제외하고 2일에 걸쳐 총 129개의 스피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스피치들은 네 개의 스테이지(Institutional Stage, Forbes Web3 Stage, Sui Stage, Movement Stage)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각 스테이지별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Institutional Stage: 웹2 기관의 웹3 진출,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RWA(Real World Asset) 등 전통 기관과 밀접히 연관된 주제의 스피치들이 주로 진행됨
- Forbes Web3 Stage: 특정 블록체인/웹3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하거나, 해당 프로젝트가 속해있는 카테고리의 전망에 대한 키노트 스피치들이 주로 진행됨
- Sui Stage, Movement Stage: 특정 주제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교환하는 패널 토크와 파이어사이드 챗이 주로 진행됨
위 도표는 KBW2024에서 진행된 129개 스피치의 카테고리를 분석하여, 현재 블록체인/웹3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단, 일부 스피치는 복수의 카테고리에 속할 수 있으며, 5개 이하의 소수 카테고리는 절삭을 진행했습니다.
2.1.1. 블록체인 인프라
KBW2024의 스폰서 및 파트너십에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팀과 재단이 참여한 만큼, 각 네트워크의 인프라 환경 개선과 기술력에 관한 논의가 29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 중에는 네트워크 확장성,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을 통한 프라이버시 보호 등 기존부터 논의되어 온 퍼블릭 블록체인의 한계점 해결책에 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KBW2024의 공식 컨퍼런스 파트너인 수이와 무브먼트를 중심으로, 솔라나(Solana)와 톤(TON) 같은 Non-EVM 환경의 인프라 관련 스피치도 활발히 이루어진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근래에 모듈러 블록체인 구축 환경의 발전과 이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멀티체인 환경에 대한 논의 또한 적지 않게 등장했습니다.
[모듈러 블록체인 및 멀티체인 환경 관련 스피치]
- Modularity in a Multi-Chain World
- Cross-Chain Communication: Arbitrum's Role in a Multi-Blockchain World
- Over Troubled Waters: Solving Crypto's Fragmented Liquidity Problem
- Understanding Data Availability
- Too Many Chains: Can Wallets Keep Up With Crypto's Product Cycle?
- Crypto's Future Depends on Interoperability
그중에서도 디스프레드의 공동창업자 제이슨 예(Jason Ye)가 진행한 ‘Understanding Data Availability’ 패널 토크에서 어베일(Avail)의 창업자 아르준(Arjun)은 모듈러 블록체인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오늘날의 자전거는 각각 다른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서 조립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산업이 발전하고 현대화 됨에 있어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르준은 또한 많은 민간 기업과 정부가 퍼블릭 블록체인 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언급하며, 모듈러 블록체인 구축 사례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필자 역시 관련 세션들을 들으며, 모듈러 블록체인의 증가로 인한 유동성 파편화와 유저 경험 저하 문제가 향후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1.2.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및 규제
KBW2024에서는 Institutional Stage를 별도로 마련할 만큼 웹2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와 정부 규제에 관한 논의에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이 무대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최고 책임자 Mark T. Uyeda,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의 컴플라이언스 총괄 책임자 Anna Yim,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의 부사장 Yam Ki Chan과 테더(Tether)의 에코시스템 책임자 Henry Child 등 글로벌 연사들이 참여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 미래에셋 등 주요 기관의 인사들이 관련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국내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와 규제 현황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세션으로는 'Why Institutional Crypto Custody Is Booming in South Korea'가 있었습니다. 세션에 참여한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 KODA의 조진석 대표는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현 상황을 1)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환경 부재, 2)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산업 육성 관련 부분 부재로 인한 열악한 환경 속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조 대표는 곧 관련 제도가 마련되어 따라 시장에 변화가 올 것이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가능해짐에 따라 한국에서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Institutional Perspectives' 테마의 스피치에서는 홍콩, 일본, 동남아 등의 기관 및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 회사들이 각 지역의 가상자산 시장 현황을 소개하는 패널 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2.1.3. 디파이
인프라 카테고리에서는 Non-EVM 기반 인프라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 반면, 디파이 카테고리에서는 EVM 기반의 주요 프로토콜 창업자들의 스피치 참여가 눈에 띄었습니다. 각 창업자들은 파이어사이드 챗을 통해 각자의 프로토콜을 소개하고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VM 기반 디파이 프로토콜 창업자들의 사이드 챗]
- Fireside With Aave's Stani Kulechov and Sky's Rune Christensen
- Fireside With Uniswap's Hayden Adams
- The Killer Application of Crypto: Money (Ethena의 창업자 Guy Young 참여)
특히 아베(Aave)의 창업자 스타니 쿨레초브(Stani Kulechov)와 스카이(Sky, 전 MakerDAO)의 공동 창업자 룬 크리스텐센(Rune Christensen)이 참여한 파이어 사이드 챗에서 룬 크리스텐센은 현재의 디파이 생태계에는 유동성을 끌어모으기 위한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함에 대해 강조하며, 아베와 스카이의 협업 상품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디파이 카테고리에서는 비트코인 스테이킹, 비트코인 네트워크 기반 레이어 2의 디파이 프로토콜 등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증가하는 최근 양상에 발맞추어, 비트코인 생태계의 디파이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1.4. AI
KBW2024에서는 AI와 블록체인의 접점, 그리고 AI 산업 발전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스피치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더리움의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또한 본 행사에서 ‘Ethereum and AI: Synergies and Potential Applications’이라는 제목의 AI 관련 화상 스피치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스피치에서 비탈릭 부테린은 AI와 블록체인이 연계할 수 있는 지점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했습니다.
- 플레이어로서의 AI: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의 플레이어로써 AI를 활용 (ex. 가상 자산 운용, 예측 시장 배팅)
- 인터페이스로서의 AI: 유저와 블록체인 및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 사이의 중개자로 AI 활용 (ex. 스캠 감지, 트랜젝션 결과 예측 및 설명)
- 규칙으로서의 AI: 스마트 컨트랙트 알고리즘, DAO 등 온체인 의사 결정권자로 AI 활용
- 목표로서의 AI: AI를 위한 블록체인 구축 및 구동 (ex. 탈중앙화된 AI)
비탈릭은 이 중 ‘플레이어로서의 AI’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해당 영역을 고도화하여 마이크로 한 영역의 예측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면, 소수의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특정 외부 데이터에 대한 정확도를 보장하거나, SNS를 통해 퍼지는 소문의 정확성 여부를 빠르게 평가하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함께 제시했습니다.
또한 본 행사에서는 AI 발전으로 부각되고 있는 데이터 소유권 및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AI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제의 스피치에서도 AI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했으며, 이를 통해 AI가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2.2. 부스 분석
KBW2024에서는 4개의 메인 스테이지 외에도 61개의 스폰서 및 파트너 부스가 운영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 부스를 방문하여 프로젝트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의 굿즈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KBW2024의 각 부스 운영 주체를 대표하는 특성에 대한 카테고리 분석을 실행해 보았으며, 지나친 카테고리 파편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일부 카테고리를 다음과 같이 통합했습니다.
Community: 교육, NFT, Meme 관련
Middleware: API, 오라클 등
B2B Service: 컨설팅, 마케팅, 마켓메이킹 등
부스 운영 주체 중 레이어 1과 레이어 2가 18개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디파이 프로토콜이 이었습니다. 필자는 행사에 참여하며 많은 일반인 참가자를 만났지만, 스피치 주제와 부스 내용이 주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블록체인 인프라와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반 참여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부스에서 체험형 이벤트와 굿즈를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직관적으로 잘 표현한 게이밍과 밈 관련 프로젝트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2.2.1. Gaming
본 행사에서 운영된 게이밍 관련 부스는 총 4개로, 스타크넷 재단(Starknet Foundation), 퓨쳐버스(Futureverse), 더 루트 네트워크(The Root Network), Seraph 이렇게 총 네 주체가 스타크넷 존에서 부스 운영을 진행했으며, 부스에서는 각 주체가 제공하는 게임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KBW2024 행사의 메인스폰서 수이의 부스에는 수이와 파트너십이 맺어져 있는 소사이어티(Xociety), 페블시티(Pebble City), 다크타임즈(Darktimes)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각 팀과 팀 리퀴드(Team Liquid)라는 이름의 이스포츠 구단이 함께 참여하여 볼거리를 더해주었습니다.
이러한 행보와 더불어 수이는 행사 시작일인 9월 3일을 기점으로 네트워크와 연동되는 휴대용 콘솔 게임기의 사전 판매를 시작하는 등, 본 행사를 기점으로 게임 친화적인 블록체인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2.2.2. Meme
본 행사에서는 시바이누(Shiba Inu)와 뮤(MEW, Cat in a dogs world) 이렇게 두 종류의 밈코인 프로젝트들이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특히 솔라나 네트워크 기반의 밈코인 프로젝트 뮤는 부스 방문객들에게 추첨을 통해 뮤의 IP를 활용하여 만든 텀블러, 에코백, 모자, 피규어, 스티커와 같은 굿즈를 나누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행사 진행 2일 동안 많은 방문객이 해당 이벤트에 참여하고자 뮤의 부스에 몰린 것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이전까지 밈코인에 대해 '변동성이 높은 투자 상품'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뮤의 굿즈를 받기 위해 줄 선 많은 사람들을 보며 밈코인이 IP라는 형태로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또 다른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3. 공식 사이드 이벤트
KBW2024에서는 IMPACT 메인 행사 이외에도 340개의 개별적인 공식 사이드 이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이드 이벤트의 유형을 분류하여 분석을 실행하였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IMPACT 메인 행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한다는 점과, 프로젝트의 유저들이 소통 및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이면서도 넓은 공간이 부재했다는 점으로 인해, 공식 사이드 이벤트는 대부분 개별 프로젝트 중심의 네트워킹 이벤트와 파티가 가장 많은 이벤트 유형을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사이드 이벤트 중에서, 필자는 디스프레드가 주최하거나 스폰서 및 파트너사로 참여한 7개의 이벤트에 직접 참석하여 현장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KBW2024에서 디스프레드가 참여한 사이드 이벤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BTC Finance Revolution: 비트코인 기반 디파이 생태계 관련 세션 및 네트워킹 행사
- Berachain Meetup: 베라체인(Berachain) 한국 커뮤니티 네트워킹 행사
- The Nakamoto Revolution: 비트코인 생태계 관련 세션 및 네트워킹 행사
- BTCON: 비트코인 생태계 관련 컨퍼런스
- The Crypto Odyssey: Crypto Times, TechFlow 등 아시아의 주요 가상자산 미디어가 참석한 VIP 행사
- Beyond Boundaries: 멀티체인 상호운용성 주제 관련 세션 및 네트워킹 행사
- Casual Crypto Meetup: 디스프레드 소속 크립토 인플루언서 @JuhyukB의 커뮤니티 네트워킹 행사
2.3.1. Berachain
사이드 이벤트 중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이드 이벤트는 베라체인 밋업이었습니다. 해당 이벤트에는 베라체인의 공동 창업자 스모키 더 베라(Smokey The Bera)와 레이어제로(LayerZero)의 공동 창업자 프리모(Primo)가 참여하여 함께 스피치 세션을 진행하였으며, 베라체인 생태계에서 프로젝트를 빌딩하고 있는 여러 팀들도 이벤트에 참석하여 각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340개의 사이드 이벤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특별한 메리트가 없는 사이트 이벤트들은 저조한 참석률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라체인 밋업은 이벤트 공간의 한계로 입장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몰렸습니다.
베라체인이 메인넷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높은 행사 참석률을 기록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이겠지만, NFT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탄탄한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했다는 점과, 네트워크와 프로젝트, 유동성 공급자를 긴밀히 연결하는 PoL(Proof of Liquidity) 합의 메커니즘으로 인해 각 주체가 서로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환경이 높은 행사 참여율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KBW2024를 참여하며 느낀점
3.1. 떠오르는 비트코인 생태계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동할 수 있는 이더리움, 솔라나와 같은 타 퍼블릭 블록체인들과 달리, BTC 전송 내역만을 분산 저장하는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주로 가치를 저장하는 '디지털 금'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네트워크와 BTC를 더 폭넓게 활용하려는 시도는 루트스탁(Rootstock)과 스택스(Stacks)를 시작으로 2018년부터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그러던 중 2023년 비트코인 기반 토큰 발행 프로토콜인 오디널스(Ordinals)의 등장으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한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사이드 이벤트 ‘The Nakamoto Revolution’에 참여한 스택스 공동 창업자 문니브 알리는 "비트코인은 제도적 채택과 브랜드 인지도, 글로벌 사용자 이해도 측면에서 그 어떤 네트워크보다 앞서있다."라고 말하며, 비트코인 기반 L2를 활용하면 이러한 이점과 함께 개선된 네트워크 환경으로 많은 유저를 유치하고 블록체인의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근에는 BTC를 담보로 다른 지분 증명 네트워크에 보안을 제공하는 바빌론(Babylon) 프로토콜과 비트코인 기반 L2 네트워크, 룬(Runes)과 같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기반 프로토콜들이 추가로 등장하며 비트코인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토콜들이 KBW2024의 메인 행사와 사이드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여 비트코인 생태계에 대한 발표와 패널 토크를 진행하는 것을 보며, 비트코인 생태계 활성화와 함께 여러 생태계 내에서 비트코인이 담보 또는 결제 자산으로 활발히 활용되는 시기가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2. 디파이의 부흥은 AI를 통해
필자는 최근 디파이 생태계에 AI가 접목되는 현상에 대해 리서치를 진행하고 관련 아티클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 참여하며 실제로 이 주제에 대한 많은 발전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메인 행사 스폰서인 카바(Kava) 네트워크의 창업자 스콧 스튜어트(Scott Stuart)는 키노트 스피치 "DeFi Meets AI"에서 자체 네트워크에서 개발 중인 분산형 AI인 Kava AI와 카바의 디파이 생태계 간 시너지에 대해 연설했습니다. 또한 스카이(전 MakerDAO)의 창업자 룬 크리스텐센은 KBW2024 중 블루밍비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AI를 통해 디파이가 대중 채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언급하며, 디파이에 AI가 접목되는 것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최근에는 AI 산업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인프라로 활용하는 사례를 넘어, 블록체인 생태계에 AI를 활용하려는 시도와 관련 언급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를 채택한 디파이 프로토콜 사례가 조만간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디파이 생태계에 AI가 도입되면 높은 수준의 금융 지식 없이도 누구나 쉽게 디파이 프로토콜을 이용할 수 있어, 온체인 생태계의 유동성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자는 AI가 최근 비교적 침체되고 있는 디파이 생태계 부흥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며, AI가 접목된 디파이 생태계의 앞으로의 발전 과정을 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3.3. 인프라보다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할 때
이번 KBW2024에서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기술 관련 논의가 주를 이루었지만, 블록체인의 실제 활용 사례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특히 진행된 네트워크 인프라 관련 논의는 대부분 블록체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들이 많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현재 블록체인 산업은 아직 과도기인 만큼, 실제로 유저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보다 기술과 네트워크와 같은 '인프라'에 더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보된 인프라를 탑재한 네트워크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지만, 이러한 네트워크에서 유저들이 단기적 인센티브 외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 결과, 유저 유치를 위한 신생 네트워크의 에어드롭 캠페인이 종료된 후 대다수의 유저가 해당 네트워크를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인프라의 발전은 중요하며, 단기적 인센티브를 추구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스탠스 또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는 실용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성공 사례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주목받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를 통해 블록체인 산업이 단순히 '투자'나 '투기'를 위한 분야라는 대중의 인식에서 벗어나, 가까운 미래에 확실한 시장 적합성을 갖춘 산업으로 인정받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4. 마치며
올해 개최된 KBW2024: IMPACT에는 전년 행사 대비 약 두 배 가량의 해외 방문객이 몰렸습니다. 상승 장세의 영향으로 인해 글로벌 블록체인 컨퍼런스의 인기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영향도 있었겠지만, 해외 프로젝트 팀의 스피치를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 프로젝트 팀들의 관심 또한 이전보다 높아져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는 인프라 관련 주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고, 비트코인 생태계와 AI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베라체인의 스모키 더 베라와 같이 평소 트위터에서만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인사들의 스피치를 직접 듣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 미래에셋 등 국내 주요 기관의 블록체인 컨퍼런스 참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가상자산 관련 제도와 규제를 정비하는 과정에 있어,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내년 KBW2025에서는 더 많은 국내 기관과 국내 기반 프로젝트들의 활발한 참여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