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수백만 명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The Kimchi Premium #7: 10월 5째주 한국 크립토 커뮤니티 트렌드 리캡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를 돌아보는 주간 시리즈입니다.
며칠 전 금융위원회(FSC)에서 흥미로운 통계가 담긴 새로운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 4조 원 (전년 대비 67% 증가)
-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 5.3조 원 (전년 대비 27% 증가)
- 국내 원화 예치금: 5조 원 (전년 대비 2.9% 증가)
- 거래 가능된 총 이용자 수: 778만 명 (전년 대비 21% 증가)
- 100만원 미만 보유자: 567만 명 (전년 대비 24% 증가)
- 가장 많은 이용자 연령대: 30대
- 전체 보고서는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2023년 11월 이후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량과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했고, 이용자 수도 함께 늘어나며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00만원 미만의 소액 투자자가 무려 567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17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 10명 중 1명은 가상자산에 어느 정도 노출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가장 활발한 연령대가 30대였고, 그 다음이 40대였습니다. 아무래도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는 연령대이기 때문일 텐데요. 그래도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50만원 미만의 소액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한국인의 매수세"가 실상은 쏠쏠한 용돈 베팅에 불과했나 싶기도 합니다.거래소 통계만 보면 대부분이 50만원도 안 되는 적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어서, 그동안 회자되던 "한국인의 매수세"라는 말이 무색해진 느낌입니다. 물론 누가 실제 거래량을 주도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이 통계만 봐서는 예상보다 한국인들의 암호화폐 보유액이 생각보다 적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경험해본 바로는 진지하게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레버리지 거래나 온체인 거래를 위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합니다. 국내 플랫폼 이용자가 상당수라고는 하지만, 이 보고서는 온체인 거래자나 해외 거래소 이용자는 집계하지 않았거든요. 한국의 실제 시장 규모를 파악하려면 온체인 분석과 해외 거래소들의 협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제대로 된 연구나 소비자 보호 방안도 없고 담당자들의 전문성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개인 지갑까지 KYC하자는 얘기가 나온다는 거죠. 과세를 위해 우리 지갑을 추적하겠다는 건데, 말 다했네요.
30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 등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속·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용자가 가상자산 이전시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자료제출을 의무화하고 개인 지갑 이용자는 내역을 매년 신고하도록 했다.
세부적으로 가상자산 지갑을 보유한 개인과 법인은 지갑 잔액이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다음해 6월 중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 신고때는 미신고 금액의 20%이하 범위에서 과태료를 부과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거래내역 등 자료를 세무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앞서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해외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증여하고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40% 가산세율이 적용되지만, 개정안은 60%의 가산세율을 적용하게끔 했다.
가상자산 거래와 이전에 대한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가상자산은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자산 이동 추적 규칙인 '트래블룰'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이용할 경우 거액의 자산을 이전해도 단속이 힘들다.
일일이 추적이 힘든 틈을 타 해외 가상자산 계좌 신고도 줄고 있다. 실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 가상자산 계좌 신고자는 지난해 1432명에서 올해 1043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신고금액은 103조8000천억원에서 10조4000억원으로 90% 이상 감소했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해 "가상자산 상속·증여는 미신고 시 별도 확인 방법이 없어 이를 이용한 변칙적 대물림은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차례나 유예된 가상자산 소득세와 달리 가상자산 상속·증여세는 이미 부과되고 있다.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인정돼 부모가 자식에게 비트코인(BTC)을 물려주거나 친구가 이더리움(ETH)을 무상으로 전송해 준다면 받는 사람은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썼듯이,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2주 전에는 스테이블코인과 한국의 경제 모델에 대해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당국은 거시경제 불황이 닥쳤을 때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대규모 자본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과세 대상도 점점 줄어들고 있죠. 하지만 국회의 논의를 지켜보면, 국내 자본을 묶어두고 싶어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실행할 능력은 없어 보입니다.
Four Pillars의 Steve와 최근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이 주제를 깊이 다뤘는데요. 구시대적 관점을 가진 이른바 '전문가'들이 윗선의 암호화폐 담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이 교수들이 아직도 2017년에 멈춰있다는 거죠. 아직도 트릴레마니 탈중앙화니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지만, 업계는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pump dot fun 같은 투기-서비스 앱들이 암호화폐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이건 갑자기 생긴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투기가 암호화폐에서 가장 흥미롭고 수익성 높은 부분이었거든요. 이제는 이걸 받아들일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즈얼대 안되지!
투기는 비도덕적! 투기는 불공평! 투기는 죽음! 우리는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을 좋아해! 저는 이런 사람들을 "암호화폐 업계가 아닌 블록체인 업계"에 있다고 보는데, 불변성과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좋아하면서 허가 없는 자유로운 화폐는 싫어하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은 방송국에서 암호화폐를 대중에게 소개할 때 안전하게 섭외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암호화폐를 하고 있죠.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도 마찬가지고요. 암호화폐는 늘 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입법자들, 일반 대중, "전문가들", 그리고 실제 이용자들이 바라보는 암호화폐의 가치가 천차만별이라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