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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보고서의 내용은 작성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토큰을 구매 또는 판매하거나 프로토콜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어떠한 내용도 투자 조언이 아니며, 투자 조언으로 해석되어서도 안됩니다.

1. 들어가며

블록체인 산업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여러 차례 강조되어 왔다. 오늘날 커뮤니티는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언급되지만 실제로 커뮤니티가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커뮤니티 멤버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팀 역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우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오늘날 신규 프로젝트 출시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제한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끌어 커뮤니티 멤버로 만드는 첫 단계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설령 일정 규모의 커뮤니티를 확보한다 해도, 투자에 바탕을 둔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해당 프로젝트의 토큰 가격이 하락한다면 커뮤니티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기 쉽다. 실제로 짧은 블록체인 산업 역사에서 이러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 있는 커뮤니티 구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테스트넷(testnet) 출시 이전부터 전례 없는 커뮤니티 활동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규 프로젝트가 있다. 그 주인공은 EVM(Ethereum Virtual Machine) 호환 고성능 레이어 1인 모나드(Monad)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모나드를 이끄는 두 가지 축인 기술과 커뮤니티, 그중에서도 블록체인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모나드의 커뮤니티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2. 모나드란?

출처: Monad

모나드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Keone는 유명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 및 암호화폐 트레이딩 회사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에서 고빈도 거래(HFT, High-Frequency Trading)를 담당했다. 전통 금융에서 8년간 근무하면서, Keone는 하루 200만에서 400만 건의 거래가 체결되고 명목 거래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가는 전통 금융의 규모를 당시 이더리움을 비롯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제한된 확장성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전통 금융 거래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전통 금융과 탈중앙화 금융(DeFi) 간의 격차를 줄이고자 했고, 이러한 결심에서 출발한 프로젝트가 바로 모나드다.

상기하였듯, 모나드의 최우선 목표는 빠른 트랜잭션 처리와 낮은 비용을 통한 확장성 개선이다. 확장성 측면에서만 보면 솔라나(Solana), 앱토스(Aptos), 세이(Sei) 등 롤업이 아닌 새로운 레이어 1을 출시한 프로젝트가 이미 여럿 존재한다. 하지만 모나드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개발자와 디앱(dApp)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완전한 EVM 호환이라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 즉, 모나드는 '매우 빠르고 저렴한 이더리움'이라는 내러티브로 기존 이더리움 롤업 및 레이어 1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3. 모나드, 빠르고 저렴한 이더리움

모나드가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는 데 기여한 두 가지 축 중 하나인 기술적 측면을 먼저 살펴보겠다. 기술 면에서 주목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1) 완벽한 EVM 호환성에 따른 이식성(portability)2) 자체 합의 및 연산 구조를 통한 확장성(scalability) 개선이다.

3.1. 이식성, 이더리움을 온전히 흡수하다

이식성이란 이더리움 디앱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코드 수정 없이 그대로 모나드로 옮길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모나드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풍부한 자본과 사용자를 보유한 이더리움 생태계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 모나드는 1) 완전한 EVM 바이트코드 호환성(Full EVM Bytecode Compatibility)과 2) 완전한 이더리움 RPC 호환성(Full Ethereum RPC Compatibility)을 통해 이식성을 달성하고자 한다.

3.1.1. 완전한 EVM 바이트코드 호환성

바이트코드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컨트랙트를 저장하고 이더리움 가상머신(EVM)이 실행할 수 있는 코드 형식이다. 따라서 솔리디티(Solidity) 언어로 작성된 이더리움 컨트랙트는 실제 실행 전에 EVM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반드시 바이트코드로 컴파일(변환)되어야 한다.

모나드의 완전한 EVM 바이트코드 호환성은 이더리움에 배포된 컨트랙트를 어떠한 수정 없이 그대로 모나드로 이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이더리움에 존재하는 약 1,100개의 디앱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신생 블록체인 생태계의 주요 과제인 인기 디앱 확보와 사용자 유치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3.1.2. 완전한 이더리움 RPC 호환성

이더리움 RPC(Remote Procedure Call)는 데이터에 접근하고 트랜잭션을 전송하기 위해 이더리움 노드와 통신하는 데 사용되는 프로토콜로, JSON-RPC를 사용한다. 앞서 완전한 EVM 바이트코드 호환성을 통해 모나드가 이더리움 위 디앱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면, RPC 호환성은 메타마스크(MetaMask), 이더스캔(Etherscan), 듄(Dune), 하드햇(Hardhat) 등 이더리움 노드와 상호작용하는 여러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3.2. 확장성, 10,000 TPS를 달성하다

확장성은 빠른 트랜잭션 처리와 낮은 트랜잭션 비용을 가능케 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네트워크의 확장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TPS(Transaction Per Second)가 사용되는데, 모나드는 지난 3월 14일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개발자 전용 테스트넷인 데브넷(devnet)에서 10,000 TPS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하루에 10억 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모나드가 이처럼 높은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는 독자적인 합의(consensus) 및 연산(execution) 메커니즘에 있다. 본 챕터에서는 모나드의 합의 및 연산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살펴보겠다.

3.2.1. 합의 과정

모나드의 합의 메커니즘은 다음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 모나드BFT(MonadBFT): 모나드 고유의 합의 알고리즘으로, 블록 제안(proposal), 투표(vote), 완결(finality)을 단일 라운드가 아닌 여러 라운드에 걸쳐 처리하는 파이프라이닝(pipelining) 방식을 적용한다.
  • 공유 멤풀(Shared Mempool): 모나드BFT에 따라 제안된 블록의 해시(hash, 블록 고유 식별 번호)를 검증하기 위해 각 노드의 멤풀(mempool, 검증 전 트랜잭션 저장 공간)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 지연 연산(Deferred Execution): 모든 노드가 트랜잭션 연산을 완료해야만 블록 합의가 가능한 이더리움의 합의 구조와 달리, 노드들이 트랜잭션 순서에 대해서만 합의한 후 연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합의와 연산을 분리한다.
  • 전송 비용 및 예비금(Carriage Cost & Reserve Balance): 가스 잔액 부족으로 인한 트랜잭션 전송 문제를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는 트랜잭션 제출 시 전송 비용을 지불하며, 연산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해당 비용은 반환된다. 예비금은 노드가 각 계정별로 마련한 전송 비용 전용 잔고(balance)를 의미한다.

모나드는 빠른 트랜잭션 처리와 저렴한 비용을 통한 확장성 개선을 목표로, 블록 합의와 연산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독자적인 합의 알고리즘 모나드BFT를 고안했다. 이 과정에서 확장성만을 추구하다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들을 예방하고자, 각 핵심 요소가 서로를 상호 보완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공유 멤풀을 통해 각 노드가 블록 해시만 전달받는 문제를 해결했으며, 지연 연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스비 부족 문제는 전송 비용과 예비금으로 해결했다. 이는 모나드의 상호 보완적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3.2.2. 연산 과정

모나드의 독자적인 연산 메커니즘에서 주목할 만한 두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 낙관적 병렬 실행(Optimistic Parallel Execution): 이전 블록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다음 블록의 트랜잭션 연산을 병렬로 처리하며, 해당 과정의 모든 작업을 유효하다고 가정한다(낙관적 접근). 검증 단계에서 연산 오류가 발견되면 해당 트랜잭션을 재실행하여, 최종적으로 전체 트랜잭션 처리 결과를 이더리움과 같이 선형적으로 정렬한다.
  • 모나드 데이터베이스(MonadDb): 상태(state) 저장을 위한 자체 데이터베이스로, 비동기 입출력(Asynchronous input/output)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병렬 처리 과정에서 앞선 트랜잭션의 결괏값을 기다릴 필요 없이 다음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다.

모나드는 확장성 개선을 위해 파이프라이닝을 통한 트랜잭션 병렬 처리에 그치지 않고, EVM의 확장성을 제한하는 가장 큰 병목 현상인 상태 접근(state access)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아무리 많은 스레드(thread)에서 병렬 처리가 이루어져도, 이들이 동시에 데이터베이스에서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4. 커뮤니티, 프로젝트의 알파이자 오메가

모나드의 최근 인기는 빠른 트랜잭션 처리 속도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역할에도 크게 기인한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되어 왔지만, 모나드처럼 테스트넷 출시 이전부터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를 프로젝트의 공식 SNS 계정 및 재단 핵심 멤버들의 개인 계정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실제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한 사례는 드물었다. 본 챕터에서는 모나드가 최근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모나드 커뮤니티의 구조적 차별성,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성장 배경을 살펴보겠다.

4.1. 모나드 커뮤니티 설계 방향성

모나드 커뮤니티는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모나드의 주요 커뮤니티 활동 공간인 트위터, 텔레그램, 디스코드 중 대외 브랜딩에 중점을 둔 트위터를 제외하고, 디스코드와 텔레그램에서는 구성원의 기여도와 참여 기간에 따라 활동 범위와 접근 가능한 콘텐츠에 차이를 두고 있다.

모나드는 커뮤니티 출시 초기에 구성원의 적극적인 활동을 장려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상기한 차등대우 구조를 고안하게 되었는데, 그 배경은 Keone과 Kevin의 Good Game Podcast와의 인터뷰에 잘 드러나 있다. 2022년 10월 모나드 디스코드 서버가 출시된 당일, 모나드는 서버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Pioneer Role'을 부여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롤을 받은 멤버들은 이후 활발히 활동하지 않았고, 이 경험을 통해 Keone과 Kevin은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롤 부여에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드래곤플라이 캐피탈(DragonFly Capital) 주도로 진행된 $19M 규모의 첫 자금 조달 발표 또한 현재 모나드 커뮤니티 구조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모나드 디스코드 서버는 참여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발표 이후 참여 수요가 급증하자, 모나드는 디스코드 서버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로 전환하였고, 그 대신 프라이빗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기존 커뮤니티 멤버와 신규 멤버를 구분했다.

이어서 모나드 디스코드 및 텔레그램 커뮤니티의 구조와 특징에 대해 살펴보겠다.

4.2. 모나드 커뮤니티 구조

4.2.1. 디스코드 커뮤니티

모나드 디스코드에서는 구성원이 확보한 역할(롤)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와 활동 범위가 달라진다. 이로 인해 커뮤니티 멤버들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자 상위 롤을 획득하려는 강한 동기를 갖게 된다. 또한, 향후 TGE(Token Generation Event) 이후 보유한 역할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를 부추긴다. 아직 모나드 재단 측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모나드의 파트너 프로젝트 중 하나인 웜홀(Wormhole)의 에어드롭 사례에서 확보한 롤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나드도 유사한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롤을 확보하기 위한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디스코드 채팅, 데일리 미션, 모나드 밈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이는 모나드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모나드를 대표하는 밈 캐릭터인 Molandak, Moyaki, 그리고 Chog는 모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활동에서 탄생했으며, 재단 측도 이러한 캐릭터들을 활용해 길드(guild)와 실제 굿즈를 제작하는 등 자체 브랜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나드 디스코드에는 수많은 롤이 존재하며 현재까지 파악된 롤의 종류와 권한 및 획득 방법은 아래와 같다.

4.2.2. 텔레그램 커뮤니티

디스코드가 모두를 위한 오픈된 커뮤니티 공간이라면, 텔레그램은 장기간 모나드에 상당한 기여를 한 멤버들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현재 OG 채팅방, House of Molandak 채팅방, 그리고 House of Moyaki(前 Purgeatory) 채팅방이 운영되고 있다.

모나드 텔레그램 채팅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을 불문한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이 필수적이다. 트위터, 디스코드, 그리고 다양한 모나드 오프라인 밋업에서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교류하며 모나드의 브랜딩에 상당한 기여를 해야 하며, 이후 각 텔레그램 채팅방의 초대 권한을 지닌 멤버나 모나드 재단 멤버로부터 House of Molandak 및 Moyaki의 참여 링크를 받아야만 비로소 입장할 수 있다.

Molandak과 Moyaki 채팅방 멤버들은 각 방마다 주어지는 위클리 미션을 포함한 지속적인 커뮤니티 활동이 요구되며, 이 중 뛰어난 성과를 보인 소수(각 채팅방당 약 10명)에게 매주 OG 채팅방 입장 기회가 주어진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입장한 OG 채팅방에서도 위클리 미션과 지속적인 활동이 요구된다.

모나드는 프라이빗 채팅방 입장이 목적이자 결과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OG 채팅방을 포함한 세 채팅방 모두에 'Thursday Purgeday'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은 매주 목요일마다 각 채팅방에서 소극적인 활동을 보인 25~50명의 멤버를 강제 퇴장시켜 채팅방 멤버들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모나드 재단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매주 Thursday Purgeday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텔레그램 채팅방의 빈자리를 강조함으로써 다른 커뮤니티 멤버들의 열정적인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모나드 프라이빗 채팅방의 위클리 미션이 종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나드 재단 측도 지나친 활동 압박으로 인한 커뮤니티 멤버들의 피로감과 불만을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재단은 멤버들에게 각자의 재량에 따라 커뮤니티에 기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강제 퇴장 시스템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커뮤니티 멤버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3. 모나드 커뮤니티의 성장 배경

지금까지 모나드 커뮤니티의 역사와 채널별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본 챕터에서는 모나드의 커뮤니티가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커뮤니티 중 하나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과 모나드가 채택한 커뮤니티 성장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다.

4.3.1. 플레이북을 전면 부정하다

플레이북(playbook)은 특정 산업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대응 방식 혹은 규칙의 집합을 의미하는 용어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 볼 수 있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마케팅과 커뮤니티 구축은 주로 제품의 우수함을 홍보하는 SNS 포스팅을 개시하고 갤럭시 퀘스트(Galxe Quest)나 레이어3(Layer3)와 같은 온보딩 플랫폼을 활용해 라이크, 리트윗, 퀴즈 등의 단순 퀘스트를 통해 사용자와 팔로워를 모으는 정형화된 플레이북을 고수해 왔다.

상기한 방법은 초기 프로젝트의 팔로워, TVL(Total Value Locked), DAU(Daily Active User) 증가에 기여에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모나드는 이러한 플레이북을 통한 피상적인 수치 증가가 이상적인 마케팅 및 커뮤니티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접근 방식을 택했다.

모나드가 초기 커뮤니티 구축에서 설정한 최우선 목표는 단순한 인원 증가가 아니었다. 대신,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모나드만의 유머를 즐기고 밈(meme)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활발한 SNS 활동을 통해 유머러스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해당 포스팅을 본 이들이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자발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이와 같은 모나드의 독자적인 전략의 중심에는 모나드 그로스를 이끄는 Kevin이 있었다. 트위터에서 '인턴(Intern)'으로 널리 알려진 Kevin은 웹3 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는 Kevin이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한 "크립토 마케팅 & 커뮤니티 10 계명: 시스템 접근(10 rules for crypto marketing & community: a systems approach)"에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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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의 크립토 마케팅 10 계명]
1. 광고를 멈출 것.
2. 너의 경쟁상대는 다른 프로젝트가 아닌 인플루언서와 재밌는 콘텐츠다.
3. 마케팅 및 커뮤니티 전략은 시스템 접근법을 활용할 것.
4. 커뮤니티를 가장 중시할 것.
5. 커뮤니티 내 인기 콘텐츠를 본인 및 파운더의 계정에서 적극적으로 게시할 것.
6. 정보 전달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에 집중할 것.
7. 다른 이의 전략을 따라 하지 말 것.
8. 양보다는 질에 집중할 것.
9. 확장 불가능한 일을 할 것.
10. 커뮤니티는 단순 수치가 아닌 실제 사람임을 명심할 것.

특히 이 중 2번과 6번은 SNS 시대의 광고 트렌드로 부상한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의 핵심과 일맥상통한다. 어텐션 이코노미는 인간의 주의력을 희소 자원으로 보는 경제학적 접근법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곧 기업의 가치와 직결되는 현대 산업의 주요 트렌드를 대변한다.

나이키(Nike)가 운동화의 우수함보다 자유로움, 무한함, 에너제틱함을 전달하고, 레드불(Red Bull)이 에너지 음료의 카페인 함량 대신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를 통한 도전 정신과 한계를 뛰어넘는 열정을 강조하듯, 모나드 역시 자사 제품의 기술적 우월함 혹은 대규모 투자 금액보다는 커뮤니티의 유머러스함, 자유로움, 그리고 친근함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모나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SNS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웹3 사용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4.3.2. 웹3 네이티브 문화의 적극적 포용

웹3 마케팅의 전형적인 방식을 거부한 모나드는 마케팅 및 커뮤니티 활성화 전략으로 밈을 활용한 웹3 네이티브 문화의 적극적인 포용을 선택하였다. 초기 모나드 커뮤니티의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웹3의 대표적인 밈 중 하나인 페페(Pepe the frog)를 모나드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채색한 캐릭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보라색 페페를 활용한 텔레그램 스티커와 트위터 밈을 활발히 공유하면서, 보라색은 모나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모나드 커뮤니티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밈을 창작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탄생한 Molandak, Moyaki, 그리고 Chog는 현재 모나드를 대표하는 밈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모나드와 Kevin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은 프로젝트의 우월성보다 밈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모나드 커뮤니티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고, 더불어 웹3 산업에 '인턴' 계정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웹3 프로젝트에서 인턴 계정은 SNS상에서 공식 계정과는 별개로 활동하며 밈을 활용해 시장 상황, 프로젝트 소식,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한다. 팬텀(Phantom), 펜들(Pendle), 지케이싱크(zkSync) 같은 해외 유명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국내 웹3 기업 및 프로젝트들도 인턴 계정을 통해 가볍고 유머러스한 브랜딩을 추구하는 추세이다.

또한 모나드는 SNS를 넘어서 마케팅, 이코시스템, 그리고 그로스 부서의 핵심 인원으로 KOL(Key Opinion Leader, SNS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Kevin을 비롯해 Threadguy, Tunez, Bill 등의 인플루언서가 모나드 팀에 합류했으며, 이들은 SNS에서 커뮤니티 관리, 밈 포스팅을 통한 브랜딩, 그리고 생태계 확장을 위한 타 프로젝트와의 협력을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모나드는 오랫동안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해온 구성원을 해당 국가의 커뮤니티 관리자로 임명하거나 팀 멤버로 채용하는 등 재단에서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모나드스러움'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4.3.3. 커뮤니티다운 커뮤니티를 만들다

모나드 커뮤니티 리드 Bill은 블록체인 산업에서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자주 오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진정한 커뮤니티는 단순히 프로젝트 소식을 팔로우하는 청중(audience), 프로젝트를 사용하는 유저(user), 그리고 코드와 브랜딩에 기여하는 사람들(contributor)의 합집합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Bill은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밈을 포함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등 상호 연결성(Interconnectedness)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커뮤니티가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하였고, 이러한 이념은 모나드 커뮤니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상호 연결성의 의의, 출처: X

상기하였듯, 현재 모나드를 대표하는 밈의 대부분은 모나드 재단이 아닌 커뮤니티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디스코드와 트위터 등 다양한 SNS에서 수많은 커뮤니티 멤버들이 제작한 모나드 밈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재단 측에서도 커뮤니티와의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매주 "Memes of the Week"를 선정하여 수상 작품과 제작자를 공식 계정에서 소개하는 것이 그 예다.

이 외에도 모나드 밈을 기반으로 한 동영상 제작, 실제 굿즈 생산,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서 믹스테이프 발매까지 단순 그림을 넘어선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폭넓은 활동들은 블록체인이나 개발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모나드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핵심 동력이라 볼 수 있다.

모나드 커뮤니티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는 커뮤니티 주도로 다양한 국가에서 밋업(meetup)이 개최된 것이다. 현재까지 일본, 중국, 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 밋업이 열렸으며, 국내에서도 지난 7월 18일 서울 밋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7월 18일 서울 밋업 현장스케치, 출처: 모나드 한국 공식 블로그

5. 마치며

5.1. 앞으로 남은 과제

모나드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그들이 생산해 내는 콘텐츠의 양은 전례 없는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이에 비례하여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느끼는 업무 부담과 현재의 위치를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상기하였듯 모나드 커뮤니티는 디스코드 채널 접근 권한, 디스코드 롤 차별 지급, 텔레그램 프라이빗 채팅방 입장 여부 등으로 구성원의 기여도 및 커뮤니티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구분을 두고 있다. 재단 측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향후 모나드 메인넷 출시 시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차등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더욱 다양한 역할을 맡고 더 많은 그룹에 소속되기 위해 SNS, 채팅 등 일상 활동은 물론, 모나드 측에서 요구하는 데일리•위클리 미션과 같은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창성과 '모나드스러움'을 드러내야 한다. 또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텔레그램 채팅방에 입장한 후에도 Purgeday로 인해 높은 수준의 활동이 요구된다. 이러한 업무 부담과 압박감은 모나드 커뮤니티의 규모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전 모나드 커뮤니티 멤버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과 불분명한 승격 및 추방 기준을 비판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 많은 프로젝트들이 에어드롭 이후 사용자 및 자금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기 리텐션(retention)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모나드 팀 입장에서도 커뮤니티 보상 지급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활발한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느끼는 피로감과 커뮤니티 발전을 위한 업무 사이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5.2. 모나드, 블록체인 산업에 경종을 울리다

모나드는 완벽한 EVM 호환성에 따른 이식성과 자체 합의 및 연산 구조를 통한 확장성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우월함, 그리고 기존의 방식을 뒤엎은 혁신적인 커뮤니티 빌딩으로 최근 크립토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부상했다.

특히 텔레그램 프라이빗 채팅방, 승격 및 강등 시스템, 그리고 단순 퀘스트를 넘어선 커뮤니티 주도의 밈 제작 미션 등 전례 없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비록 이러한 전략으로 인해 커뮤니티 멤버들이 느끼는 부담이 증가하고 유의미한 활동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모나드가 블록체인 산업에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모나드 커뮤니티가 메인넷 출시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커뮤니티 멤버들에 대한 보상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그리고 모나드 생태계가 완벽한 EVM 호환성을 바탕으로 이더리움의 생태계와 자본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