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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보고서의 내용은 작성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토큰을 구매 또는 판매하거나 프로토콜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어떠한 내용도 투자 조언이 아니며, 투자 조언으로 해석되어서도 안됩니다.

1. 들어가며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는 중개자 없이 블록체인 및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무신뢰 거래 환경을 구현하여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하고자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섹터입니다. 이러한 디파이의 기원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한 비트코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토시는 은행들의 잇따른 도산과 이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에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는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로 신뢰 기관에 대한 과도한 의존, 불투명성, 비효율성 등을 지적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가치 전송 및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비트코인을 개발했습니다.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에 "2009년 1월 3일 자 더 타임스,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영국 재무장관"이라는 메시지를 포함시켜 비트코인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과 탈중앙 금융의 필요성을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과 런던 타임지 1면, Source: phuzion7 steemit

이후 2015년 이더리움(Ethereum)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 컨트랙트가 도입되면서 중개인 없이 토큰 스왑,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탄생했으며,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시한 이념을 바탕으로 '탈중앙 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시도와 연구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프로토콜들은 서로 조합되고 연결되는 머니레고의 특성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해 나갔으며, 탈중앙화된 형태로 비트코인이 제공하던 기능 그 이상의 여러 다양한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신뢰 기관이 담당하던 역할을 블록체인이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디파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많은 유동성을 유치한 이유는 탈중앙성이나 금융 시스템 혁신과 같은 이념적 요인보다는 프로토콜이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제공하는 높은 수익률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프로토콜의 수익과 자체 토크노믹스를 통해 유저들에게 제공되는 일드 파밍(Yield Farming)이라 불리는 다양한 인센티브 기능은 기존 금융 상품과 비교했을 때 매력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이는 디파이 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을 가속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저들의 관심이 점점 높은 수익률에 맞춰지면서, 초기에는 '중개자 없는 금융 서비스 제공'이라는 디파이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형태로 설계되고 제공되던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수익 모델은 시장 상황에 맞춰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지속적이고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기 위해 변화해오며, 최근에는 실물 자산을 담보로 사용하거나 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실행하는 등 중앙화된 요소를 차용하여 수익을 발생시키고 이를 유저에게 분배하는 프로토콜들 또한 등장하고 있습니다.

본 아티클에서는 디파이 일드의 발전 과정과 다양한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발전 과정에서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중앙화 요소를 활용한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유형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리퀴디티 마이닝과 디파이 썸머

초기에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등장한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전통 금융 시스템을 블록체인 위에 구현하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따라서 초기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서비스 제공자를 배제하고, 누구나 유동성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거래 환경의 변화를 가져다주었을 뿐, 구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에서는 기존 전통 금융이 가지는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탈중앙화 거래소(DEX): 환전소나 주식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거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 유저가 토큰을 스왑할 때마다 일정 비율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이 수수료는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분배됨
  • 렌딩 프로토콜: 은행과 유사하게 예금자와 대출자 간의 금리 차이, 즉 예대 마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 예금자는 자신의 자산을 프로토콜에 공급하고 이자를 받는 반면, 대출자는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으며 이자를 지불함

그러던 중 2020년 6월, 대표적인 초기 렌딩 프로토콜 중 하나인 컴파운드(Compound)가 비트코인 반감기를 중심으로 시장에 몰린 유동성을 끌어모으기 위해 거버넌스 토큰인 $COMP를 발행하고 이를 유동성 공급자와 대출자에게 분배하는 리퀴디티 마이닝(Liquidity Mining) 캠페인을 도입하며, 많은 양의 유동성과 대출 수요가 컴파운드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컴파운드 TVL 변동 추이, Source: Defi Llama

프로토콜 수익만을 유동성 공급자에게 정직하게 분배하던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기조는 컴파운드의 이러한 시도를 통해 바뀌기 시작했으며, 아베(Aave), 유니스왑(Uniswap) 등의 초기 디파이 프로젝트들 또한 수익 분배를 통해 제공되는 일드와 더불어 자체 토큰을 통한 추가 일드를 지급하며, 전반적으로 디파이 생태계에 많은 유저와 유동성이 유입되며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디파이 썸머(DeFi Summer)”를 맞이하게 됩니다.

3. 리퀴디티 마이닝의 한계와 토크노믹스 개선

이렇듯 리퀴디티 마이닝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강력한 서비스 사용 동기를 부여했으며, 이는 디파이 프로토콜의 유동성을 크게 증가시키고, 유저 기반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초기 리퀴디티 마이닝을 통해 발생하는 부가적인 일드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발행한 토큰의 유틸리티가 거버넌스에 제한되어 있어, 매수 요인의 부재
  • 토큰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리퀴디티 마이닝 이자율 감소

이러한 한계로 인해 리퀴디티 마이닝을 통해 끌어모은 유동성 및 유저 트래픽을 오래토록 유지하는 데에 난항을 겪었으며, 이후 등장한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프로토콜 수익 이외에 추가적인 일드를 제공함과 동시에 프로토콜에 유입된 유동성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토크노믹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발행된 자체 토큰의 가치를 프로토콜의 수익과 연동시키고, 토큰 보유자들에게 지속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프로토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려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특성이 잘 나타난 대표적인 예시로는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와 올림푸스 다오(Olympus DAO)를 들 수 있습니다.

3.1. Curve Finance

커브 파이낸스는 낮은 슬리피지를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 간 교환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DEX입니다. 커브는 유동성 공급자에게 풀의 거래 수수료로 발생하는 수익과 함께, 자체 토큰인 $CRV를 리퀴디티 마이닝 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커브 파이낸스는 ve토크노믹스라 불리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리퀴디티 마이닝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고자 했습니다.

ve토크노믹스 상세

  • 유동성 공급자는 거래 수수료의 50%만을 수취하며, 리퀴디티 마이닝으로 수취한 $CRV를 시장에 매도하는 대신 기간을 설정(최대 4년)하여 커브 파이낸스에 예치하고, $veCRV를 제공받음
  • $veCRV 홀더들은 커브 파이낸스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의 50%를 수취하고 유동성 공급에서 발생하는 리퀴디티 마이닝 보상을 부스팅할 수 있으며, 리퀴디티 마이닝 보상을 추가로 부스팅 시킬 유동성 풀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음

커브 파이낸스는 상기한 토크노믹스를 통해 유동성 공급자에게 지급되는 $CRV 토큰을 장기간 락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매도 압력을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특정 풀의 리퀴디티 마이닝에 대한 부스팅 투표권 기능을 도입하여, 커브 파이낸스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들이 시장에서 $CRV를 매수하고 스테이킹하도록 장려했습니다.

이러한 효과에 힘입어 $CRV 토큰의 유통량 대비 락업 비율은 빠르게 증가하여 1년 6개월 사이에 40%에 도달한 후, 현재까지도 그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CRV 락업 비율 추이, Souce: @blockworks_research Dune Dashboard

커브 파이낸스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높은 일드를 제공하여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것을 넘어, 자체 토큰과 프로토콜의 작동 메커니즘을 긴밀히 연계하여 지속가능성을 추구한 좋은 시도로 평가받으며, 이후 등장하는 많은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토크노믹스 모델에 귀감이 되었습니다.

3.2. Olympus DAO

올림푸스 다오는 온체인 상에서의 준비통화 역할을 하는 토큰을 만드는것을 목표로 시작된 프로토콜입니다. 올림푸스 다오는 유저들로부터 유동성을 예치받아 준비금을 꾸리고 운용하며, 준비금에 비례하여 자체 프로토콜 토큰인 $OHM을 발행합니다. $OHM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올림푸스 다오는 $OHM이 포함된 LP 토큰을 예치받고 $OHM에 대한 채권을 발행해 주는 '본딩(Bonding)'이라 불리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토크노믹스 상세

  • 유저는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등의 단일 자산 또는 $OHM-자산 페어로 구성된 LP 토큰을 예치하고 그 대가로 할인된 $OHM 채권을 수취할 수 있으며, 올림푸스 다오는 이렇게 확보한 자산을 거버넌스를 통해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
  • $OHM 홀더는 올림푸스 다오에 $OHM을 스테이킹함으로써 프로토콜의 준비금 증가분 중 일부를 $OHM 토큰의 형태로 수취

올림푸스 다오는 위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자체 토큰인 $OHM을 시장에 풍부히 공급함과 동시에 해당 유동성 공급 소유권인 LP 토큰을 직접 보유하여 기존의 유동성 공급자들이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며 쉽게 유동성을 이탈하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프로토콜 론칭 초기에는 많은 유동성이 몰리고 준비금이 늘어나며 추가적으로 $OHM을 발행하고 스테이커들에게 일정량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7,000%가 넘는 APY를 약 6개월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Olympus DAO 스테이킹 APY, Source: @shadow Dune Dashboard

이러한 높은 APY는 유저들로 하여금 계속 올림푸스 다오의 트레저리에 자산을 예치하고 $OHM을 발행하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며, 2021년도에는 올림푸스 다오의 이러한 메커니즘을 차용하여 론칭하는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무더기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4. 디파이 약세장과 리얼 일드의 부상

이러한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등장에 힘입어 2021년 11월, 디파이 시장의 전체 TVL(Total Value Locked)은 전례 없는 고점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이 점차 감소하며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2022년 5월 테라-루나 생태계의 붕괴로 본격적인 약세장이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감소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초기 디파이 프로토콜뿐만 아니라 커브 파이낸스와 올림푸스 다오와 같은 2세대 디파이 프로토콜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체 디파이 TVL 추이, Source: Defi Llama

비록 이들 프로토콜이 도입한 토크노믹스 모델이 초기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가지고 있던 자체 토큰의 유틸리티 부족이라는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 토큰의 가치가 유동성 공급자들의 유동성 공급 이자율에 영향을 준다는 지점은 동일했으며, 시장 상황의 변화와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프로토콜이 발생시키는 수익률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고자 계속해서 발생하는 토큰의 인플레이션율을 지탱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낮아진 토큰의 가치와 프로토콜 수익으로 인해 프로토콜에 예치된 자산의 유출이 가속화되었고, 이는 프로토콜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유저들에게 매력적인 이자율을 제공하기 어려운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한 토큰의 인플레이션율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실제로 프로토콜이 발생시키는 수익을 적절히 유동성 공급자 및 자체 토큰 스테이커들에게 분배하여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리얼 일드(Real Yield)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4.1. GMX

대표적인 리얼 일드를 표방한 디파이 프로토콜로는 아비트럼(Arbitrum)과 아발란체(Avalanche) 네트워크 기반의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거래소인 GMX 프로토콜을 들 수 있습니다.

GMX 프로토콜에는 $GLP와 $GMX, 두 종류의 토큰이 있으며, 다음과 같은 작동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 유동성 공급자는 $ETH, $BTC, $USDC, $USDT 등의 자산을 GMX에 예치하고 유동성 예치 증표로 $GLP 토큰을 수령하며, $GLP 홀더는 GMX가 발생시키는 수익의 70%를 수취
  • GMX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인 $GMX 스테이커는 GMX에서 거래 수수료를 할인받으며, GMX가 발생시키는 수익의 30%를 1년에 걸쳐 선형적으로 수취

GMX 프로토콜은 토큰 인플레이션을 통한 부가 인센티브 제공 대신, 프로토콜이 창출하는 수익의 일부를 자체 토큰 홀더에게 분배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토큰 홀더들이 단순히 토큰을 판매하여 이익을 취하거나 시장의 하락 장세에 토큰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치 하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유저들로 하여금 $GMX를 매수하고 보유할 명확한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실제로 GMX 프로토콜의 수익과 $GMX 토큰 가격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GMX 프로토콜이 창출하는 수익의 증감에 따라 $GMX 토큰의 가치 또한 비슷하게 상승 및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는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GMX 프로토콜 수익, 토큰 가격 추이, Source: Defi Llama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유동성 공급자들이 받아야 할 수수료의 일부를 거버넌스 토큰 홀더들에게 분배하기에, 기존 프로토콜에 비해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다소 불리한 면이 있으며, 초기 유동성을 끌어모으기에는 적합한 구조는 아닙니다. 더불어 GMX 프로토콜은 거버넌스 토큰인 $GMX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리퀴디티 마이닝 캠페인을 통해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하는 대신, 아비트럼 및 아발란체 디파이 유저들을 대상으로 $GMX 에어드롭을 진행하여 잠재적 사용자에게 GMX 프로토콜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X 프로토콜은 현재 파생상품 디파이 프로토콜 중 TVL 1위를 달성하고 있으며, 루나-테라 사태 이후 지속된 하락장세에도 불구하고 타 프로토콜 대비 TVL을 꾸준히 유지해 오고있습니다.

GMX 프로토콜 TVL 추이, Source: Defi Llama

GMX 프로토콜이 타 디파이 프로토콜에 비해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다소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아비트럼 네트워크 전성기에 등장한 무기한 선물 거래소로서, 아비트럼 내의 유동성과 유저 트래픽을 선점
  • 2022년 12월 FTX 파산 사태 이후 CEX 거래소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며, 온체인 선물 거래소의 트레이딩 수요가 증가

GMX 프로토콜은 이러한 외부 요인들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불리함을 상쇄하고 부트스트래핑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후 등장한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GMX 프로토콜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여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유동성 및 유저를 끌어모으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편, 초기 디파이 시장에 등장한 DEX인 유니스왑(Uniswap)은 과거 리퀴디티 마이닝을 통해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분배했던 $UNI 토큰에 대해 프로토콜 수익을 공유하는 Fee Switch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는 유니스왑이 리얼 일드 디파이 프로토콜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가능한 것은 유니스왑이 이미 충분한 유동성과 거래량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GMX 프로토콜과 유니스왑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유동성 공급자에게 분배되는 프로토콜 수익의 일부를 자체 토큰 홀더에게 분배하는 리얼 일드 모델의 채택은 프로토콜의 성숙도와 시장 내 위상에 따라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하므로, 유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초기 프로젝트들에게 리얼 일드 구조는 널리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5. RWA: 전통 금융 상품을 디파이에 병합하고자 하는 시도

계속되는 약세장 속에서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여전히 토크노믹스를 통한 유동성 확보와 지속가능한 일드 제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계속 마주하고 있었으며, 한정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로섬 게임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2022년 9월 이더리움이 PoW(Proof of Work)에서 PoS(Proof of Stake)로 전환하는 더 머지(The Merge) 업데이트 이후, 누구나 이더리움 스테이킹에 참여하고 이자를 수취할 수 있도록 하는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들이 출현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더리움을 활용하여 기본적으로 약 3% 이상의 이자율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새로 등장하는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유동성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더 높고 지속가능한 일드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디파이 생태계 내에서의 수익을 유동성 공급자에게 분배하거나 전통 금융 상품과 블록체인을 연계하여 블록체인 외부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RWA(Real World Assets) 모델의 프로토콜들이 디파이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의 대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RWA는 가상 자산 이외의 현실의 자산을 토큰화하거나, 신용 보증 무담보 토큰 렌딩 등 전통 금융 상품을 온체인상의 자산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영역을 일컬으며, 전통 금융은 블록체인과의 연계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자산 소유권 및 거래 내역을 기존의 시스템보다 투명하게 기록
  • 지역, 신분 등의 기준으로 인한 제한을 덜 받으므로, 금융 서비스의 포용력이 증가
  • 소액 분할 및 디파이 프로토콜들과의 연동 등을 통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형태의 거래 환경을 제공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현재 채권, 주식, 부동산, 무담보 신용 대출 등 다양한 RWA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 국채를 토큰화하는 분야가 가장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디파이를 활용하여 미국 국채의 수요를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가치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약 $1.57b 가량의 토큰화된 국채 자산이 온체인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블랙락(BlackRock),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등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해당 분야에 뛰어들며, RWA는 디파이 시장의 주요 내러티브로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토큰화된 미국채 상품 별 시가총액 추이, Source: rwa.xyz

이어서 RWA 모델을 채택하여 유저들에게 일드를 제공하고 있는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5.1. Goldfinch

골드핀치(Goldfinch)는 2020년 7월부터 디파이와 전통 금융 상품의 조화를 선제적으로 시도한 프로젝트로, 자체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실물 기업에게 암호화폐 무담보 대출을 제공하는 렌딩 프로토콜입니다. 대출은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개발도상국의 대출 수요자들에게 실행되고 있으며, 현재 약 $76m 가량의 자본이 대출되어 운용되고 있습니다.

골드핀치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대출 풀이 존재합니다.

  • 주니어 풀(Junior Pool): 차용자들이 대출을 신청하고 감사를 통과하면 생성됨. 전문 투자 기관, 크레딧 애널리스트 등의 검증된 주체가 해당 차용자에게 빌려줄 자금을 예치하는 풀.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주니어 풀의 자금이 우선적으로 손실을 감당함
  • 시니어 풀(Senior Pool): 모든 주니어 풀에 포지션이 분산되어 있는 단일 풀. 원금을 우선적으로 보호받는 대신, 주니어 풀에 비해 낮은 수익률이 지급됨

KYC 절차를 완료한 후 $USDC를 시니어 풀에 예치하여 골드핀치가 신용 담보 대출을 통해 창출하는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으며, 유동성을 공급하면 그에 대한 증표로 $FIDU 토큰을 받게 됩니다. 출금을 원하는 경우, 시니어 풀에 유휴 자본이 있을 때만 $FIDU를 입금하고 $USDC를 상환받을 수 있지만, 만약 유휴 자본이 없더라도 DEX에서 $FIDU를 매도하는 것으로 자산을 출금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반대로 KYC를 실행하지 않더라도 DEX에서 $FIDU 토큰을 매수하여 골드핀치가 발생시키는 일드를 수취할 수 있습니다.

골드핀치는 론칭 초기 거버넌스 토큰인 $GFI를 분배하는 리퀴디티 마이닝을 통해 많은 양의 유동성을 모을 수 있었으며, 리퀴디티 마이닝 캠페인 종료와 루나-테라 사태 이후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골드핀치는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게 외부로부터 안정적인 순수익을 창출하고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약 8%대의 일관된 예상 이자율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8월부터 현재까지 골드핀치는 세 차례의 채무 불이행 사태를 겪으면서 신용 평가의 부실함과 대출 정보 업데이트 부족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프로토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유동성 공급자들이 $FIDU 토큰을 시장에 매도하기 시작하며, 수익 발생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해야 할 $FIDU의 가치는 $1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24년 6월 기준 $0.6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5.2. MakerDAO

메이커다오(MakerDAO)는 이더리움 디파이 생태계 초기에 등장한 CDP(Collateralized Debt Position) 프로토콜로, 크립토 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대응하여 담보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유저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저는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 자산을 메이커다오에 담보로 제공하고, 이에 상응하여 발행되는 $DAI를 지급받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메이커다오는 담보 자산의 가치 변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담보 비율을 측정하고, 이 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담보 자산을 청산하는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준비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합니다.

메이커다오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두 종류의 수익 창출 구조가 있습니다.

  • 안정화 수수료(Stability Fee): 담보를 예치하고 $DAI를 발행 및 대출한 유저가 지불하는 수수료
  • 청산 수수료(Liquidation Fee): $DAI 발행자의 담보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청산이 실행되며 부과되는 수수료

메이커다오는 이렇게 수취한 수수료를 메이커다오의 예금 시스템인 DSR 컨트랙트에 $DAI를 예치한 예금자들에게 이자로 지급하고, 남은 잉여 자본으로는 메이커 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인 $MKR을 매수하여 소각함으로써 $MKR 홀더들에게도 인센티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습니다.

5.2.1. 엔드게임과 RWA 도입

2022년 5월, 메이커다오의 공동 창립자인 루네 크리스텐슨(Rune Christensen)은 메이커다오의 거버넌스 및 운영 단의 진정한 탈중앙화와 DAI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장기 비전인 '엔드게임(Endgame)' 플랜을 제안했습니다.

엔드게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엔드게임 시리즈를 참고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엔드게임에서 언급한 $DAI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ETH에 치중되어 있던 담보 자산을 다각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메이커다오는 담보 자산으로써 RWA(Real World Assets)를 도입하여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고자 했습니다.

  • RWA는 크립토 자산과는 다른 가격 변동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얻음
  • 실물 자산 기반의 RWA는 규제 당국과의 마찰을 줄이고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됨
  • RWA를 통해 메이커다오 프로토콜과 실물 경제와의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온체인에 국한되지 않고, $DAI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음

엔드게임 제안 통과 이후 메이커다오 관계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엔드게임 제안 통과 이후, 메이커다오는 미국 단기 국채, 부동산 담보 대출, 토큰화된 부동산 및 신용 담보 자산 등 다양한 형태의 RWA를 도입하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습니다. RWA에 적용되는 안정화 수수료는 국채 금리나 오프체인 대출 이자율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메이커다오는 RWA 도입을 통해 크립토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3년, 디파이 생태계 전반이 하락장세를 겪던 시기에도 메이커다오의 RWA 담보 자산은 전체 프로토콜 수익의 약 70%에 달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발생시켰습니다. 메이커다오는 이러한 수익을 기반으로 DSR의 이자율을 1%에서 5%로 상향 조정하고 유지할 수 있었으며, 이는 $DAI에 대한 수요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처럼 메이커다오는 온체인 자산 담보 스테이블 코인 발행 프로토콜에서 출발하여, 현실 금융과의 접점을 수용함으로써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실물 경제와의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한 메이커다오는 전통 금융과 디파이를 융합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선도적인 RWA 프로토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6. Basis Trading: CEX의 유동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

2023년 4분기, 비트코인 ETF 승인 기대감으로 인해 약 2년간 정체되었던 시장에 외부 유동성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디파이 생태계 또한 기존의 소극적인 운용 구조에서 벗어나, 유입되는 유동성과 자체 토큰 인센티브를 활용한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며, 초기 유동성을 부트스트래핑 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시금 나타났습니다.

단, 초기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리퀴디티 마이닝 대신,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어드롭을 실시하여 유동성 부트스트래핑과 인센티브 지급 기간 사이의 텀을 늘리고, 프로토콜 팀이 자체 토큰 유통량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 스테이킹된 토큰을 타 프로토콜에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리스크를 중첩시키며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리스테이킹(Restaking) 모델을 가지고 있는 프로토콜들이 위와 같은 에어드롭 캠페인을 장착하여 시장에 등장하고, 빠르게 유동성을 끌어모으고 있는 추세입니다.

위와 같은 움직임을 기반으로 루나-테라 사태 이후 크립토 시장에 다시금 순풍이 불고 있지만, 온체인 환경의 낮은 유저 접근성으로 인해 크립토 시장 전반의 유동성 및 유저 트래픽은 디파이 프로토콜이 아닌 CEX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특히 많은 트레이더들이 친숙한 UI와 비교적 간편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CEX 선물 트레이딩 환경에 몰리면서, 온체인 선물 거래소의 거래량은 CEX 선물 거래량의 1/100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CEX의 거래량과 트래픽을 활용하여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딩(Basis Trading) 모델 프로토콜들의 등장으로 이어집니다.

CEX 대비 DEX 선물 거래량, Source: The Block

베이시스 트레이딩 모델은 유저들로부터 예치받은 자산을 CEX를 통해 동일 자산의 현물•선물 또는 선물•선물 간 가격 괴리를 포착하고 포지션을 생성하여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분배하는 구조를 일컫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직접 전통 금융과 연계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RWA 모델에 비해 규제에 덜 구애받아, 좀 더 자유도 높은 프로토콜 구조를 구축하고 여러 공격적인 시장 진출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과거 셀시우스(Celsius)나 블록파이(BlockFi)와 같은 가상 자산 수탁 운용 기관들 또한 유동성 공급자가 예치한 자산을 CEX에서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분배하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자금 운용의 불투명성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2022년 시장 붕괴 이후 셀시우스가 파산하며, 예치된 자산을 임의로 운용하는 수탁 운용 모델은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습니다.

이에 최근 등장한 베이시스 트레이딩 모델의 프로토콜들은 기존 수탁 운용 기관보다 투명하게 프로토콜을 운용하고, 신뢰도와 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베이시스 트레이딩 모델을 채택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유저들에게 일드를 제공하고 있는 구체적인 프로토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6.1. Ethena

에테나(Ethena)는 1달러의 가치를 지니는 달러 합성 자산인 $USDe를 발행하는 프로토콜입니다. 에테나는 담보로 가지고 있는 자산 가치의 등락에 따라 담보 비율이 변하지 않도록, 담보 자산에 대한 CEX 선물 헤지(Hedge) 포지션을 취하여 델타 뉴트럴(Delta Neutral)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를 통해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담보로 예치된 자산과 동일한 가치만큼의 $USDe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유저가 에테나에 예치한 자산은 OES(Off-Exchange Settlement) 프로바이더라 불리는 업체들을 통해 $BTC, $ETH, 스테이킹 이자가 발생하는 이더리움의 LST 토큰들, 그리고 $USDT로 분배됩니다. 이후 에테나는 보유하고 있는 $BTC와 $ETH의 현물 담보만큼의 CEX에서 숏 포지션을 오픈하여 헤지를 실행하고, 프로토콜의 전체 담보 자산을 델타 뉴트럴 상태로 만듭니다.

에테나의 담보 자산 비율, Source: Ethena Dashboard

이러한 USDe의 담보 형성 과정에서 에테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수익을 얻습니다

  • LST 이자: 이더리움 검증 보상으로 발생하는 이자로, 연 3%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이더리움 생태계의 활성도에 따라 증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전체 현물 담보 자산 기준으로 연 0.4% 수준
  • 펀딩 피(Funding Fee): CEX의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좁히기 위해 과열된 포지션을 가진 유저가 반대 포지션의 유저에게 지급하는 비용(롱 포지션이 상한가가 없어 숏 포지션에 비해 불리한 점을 감안하여, 기본 펀딩 피는 8시간마다 롱 포지션의 유저가 숏 포지션의 유저에게 0.01%를 지급하는 것이 기본 설정값). 현재 에테나가 보유한 공매도 선물 포지션의 펀딩 피 수익은 오픈된 포지션 기준으로 연 8% 수준

에테나는 베이시스 트레이딩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USDe 스테이커에게 분배하는 한편, 거버넌스 토큰인 $ENA의 두 번째 에어드롭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USDe 스테이커보다 홀더에게 더 많은 포인트를 할당함으로써 프로토콜 수익이 소수의 스테이커에게 집중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그 결과 2024년 6월 20일 기준 $USDe 스테이킹에는 17%의 높은 이자율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또한, $ENA를 에테나에 스테이킹하면 추후 에어드롭 물량을 부스팅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초기 유동성 확보와 유동성 제공에 대한 인센티브로 지급되는 $ENA의 매도 압력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포인트 파밍 캠페인과 높은 스테이킹 이자율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약 $3.6b 규모의 $USDe가 발행되었고, 가장 빠른 속도로 $3b의 시가총액을 달성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시가총액 $3b에 도달하는데까지 걸린 시간, Source: @leptokurtic_의 트윗

6.1.1. 한계점과 로드맵

에테나는 빠르게 초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드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안고 있습니다.

  • 포인트 파밍 캠페인이 종료되면 $USDe의 수요 감소로 인해 스테이킹 수익이 줄어들 수 있음
  • 펀딩피로 발생하는 이자율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금리이며, 특히 공매도 포지션이 늘어나는 하락장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음
  • 현재 $ENA를 에테나에 스테이킹해야 할 유일한 이유가 $ENA를 추가로 획득하기 위함뿐이므로, 에어드롭 캠페인 이후 $ENA는 큰 매도 압력을 겪을 가능성이 있음

최근에는 $USDe와 $ENA의 스테이킹 유동성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두 토큰에 유틸리티를 추가하는 첫 번째 방안으로 리스테이킹 프로토콜인 심바이오틱(Symbiotic)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에테나에 스테이킹된 $USDe와 $ENA를 보안 예산이 필요한 PoS 기반 미들웨어 프로토콜에 리스테이킹함으로써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에테나의 관계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에테나는 자산 운용을 수탁하는 OES 프로바이더의 지갑 주소를 투명하게 공개함과 더불어 지갑 주소만으로 증명되지 않는 포지션 및 자산의 가치에 대해서는 해당 자산의 보유를 증명하는 보고서를 발행하여 기존 자산 수탁 운용 기관들의 투명성 문제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ZK 기술을 활용한 도구를 도입하여 OES 프로바이더를 통해 운용되는 모든 자산에 대한 실시간 증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6.2. BounceBit

바운스비트(BounceBit)는 유저가 브릿지한 자산을 활용하여 중앙화 거래소(CEX)에서 델타 중립 포지션을 운용함으로써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PoS 기반 레이어 1 네트워크입니다. 2024년 6월 기준으로 유저는 타 네트워크에서 $BTCB와 $USDT 두 가지 자산을 바운스비트에 브릿지할 수 있습니다.

유저가 브릿지를 실행한 자산은 자산 운용 주체를 통해 CEX에서의 베이시스 트레이딩에 활용되며, 바운스비트는 예치금에 대한 증표로 유저에게 네트워크에서 사용 가능한 유동성 수탁 토큰(Liquid Custody Token)인 $BBTC와 $BBUSD를 1:1 비율로 지급합니다. 유저는 이렇게 수취한 $BBTC는 바운스비트의 네이티브 토큰 $BB와 함께 네트워크 검증을 위한 스테이킹에 사용할 수 있으며, 스테이킹을 실행한 유저는 $BB로 지급되는 스테이킹 이자와 더불어 스테이킹에 대한 유동성 토큰인 $stBBTC와 $stBB를 수취합니다.

더 나아가 유저는 수취한 $stBBTC를 SSC(Shared Security Clients)라고 불리는 바운스비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미들웨어 프로토콜들에 리스테이킹하여 추가 수익을 창출하거나, 프리미엄 일드 제너레이션 볼트에 예치하여 바운스비트의 베이시스 트레이딩으로 발생하는 일드를 수취할 수 있습니다. 현재 SSC에 리스테이킹하는 기능은 아직 오픈되지 않았으며, 프리미엄 일드 제너레이션 볼트를 통해서만 추가 일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운스비트 유저 자금 플로우, Source: BounceBit Docs

유저들은 프리미엄 일드 제너레이션 볼트에 자산을 예치할 때, 바운스비트와 협업하고 있는 5개의 자산 운용 주체 중 어떤 기관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을 수급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자산 운용 주체들은 바운스비트에 브릿지된 자산을 CEX에서 활용할 때, 자산이 CEX에 실제로 입금되지 않은 상태로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MirrorX 기능을 사용합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자산 운용 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함으로써 브릿지된 자산에 대한 안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바운스비트 프리미엄 일드 제너레이션 운용 기관 목록, Source: BounceBit

현재 바운스비트의 최대 수익률은 네트워크 스테이킹 이자율 4%와 프리미엄 일드 제너레이션 볼트 수익률 12%를 합쳐 16%로, $BTC 기반 자산 중에서는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나 네트워크 스테이킹 이자율은 $BB 가격에 따라 변동할 수 있고, 베이시스 트레이딩 수익률 역시 시장 상황에 좌우되므로, 해당 수익률의 지속가능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듯 근래에 등장하고 있는 베이시스 트레이딩 모델의 프로토콜들은 CEX의 거래량과 유동성을 활용하여 디파이 생태계 대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프로토콜이 제공하는 일드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운용 중인 자산을 유동화하여 타 프로토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체 토큰을 통해 유저들에게 추가 일드를 제공하는 등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취하는 전략을 공격적으로 차용하는 보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7. 마치며

지금까지 디파이 생태계 일드의 변천사와 함께, RWA 모델과 베이시스 트레이딩 모델 등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중앙화 요소를 차용한 여러 프로토콜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RWA 모델과 베이시스 트레이딩 모델이 아직 도입 초기 단계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디파이 생태계에서 두 모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RWA와 베이시스 트레이딩 모델은 디파이 생태계 외부의 자산 및 유동성을 디파이로 유입하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중앙화 요소를 차용했다면, 앞으로는 온오프램프 발전과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중앙화 요소를 차용하여 디파이 생태계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저들의 편의성이 개선되고, 증가한 블록체인 사용량을 일드에 반영하고자 하는 프로토콜 또한 등장하고 주목받을 것이라 필자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전통 금융의 문제를 수용하며, 중앙화 요소를 차용하는 것이 디파이 생태계의 주류 섹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현대 금융 시스템이 자본 효율성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점을 고려하면, 디파이 역시 금융의 한 형태로서 이러한 변화를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입니다.

또한 중앙화 요소를 수용하며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달러 가치에 연동되지 않고 독자적인 가격 형성 체계를 가지는 크립토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을 구현하고자 하는 Reflexer와 같이, 높은 일드와 유동성 확보보다는 탈중앙화 원칙을 우선시하는 프로토콜들도 지속해서 등장할 것입니다. 이러한 프로토콜들은 중앙화 요소를 도입하는 프로토콜들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디파이 생태계 내에서 균형을 이루어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더욱 성숙하고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디파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현재의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정의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