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널스: 비트코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다

비트코인의 진짜 용도는 무엇인가
오디널스: 비트코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다
오디널스: 비트코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다

비트코인이 공격당했다

2023년 5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트랜잭션 수수료가 급상승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두고 비트코인 커뮤니티 일부에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비트코인에 새로운 자산군이 태어났다”라고 반박하며,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방어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트랜잭션 수수료가 급상승한 것에는 이더리움의 ERC-20 토큰을 흉내 낸 BRC-20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신문물을 체험해보고자 하는 사람들과 BRC-20 토큰을 민팅하는 트랜잭션이 한꺼번에 몰려 네트워크에 과부하를 일으킨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BRC-20은 이더리움의 ERC-20과 기술적으로 그 어떠한 공통점도 없습니다. BRC-20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위에 대체가능한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름만 차용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이더리움을 필두로 일어났던 디파이 썸머와 NFT의 부상이 비트코인 생태계에도 재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토시의 품위

‘순서를 나타내는 수’라는 뜻을 가진 서수(ordinal)에서 기원한 명칭을 가진 오디널스(Ordinals)는 2023년 1월, 케이시 로더모어가 비트코인의 스크립트를 응용해 만든 프로토콜로, 비트코인의 가장 작은 단위인 사토시(satoshi)에 임의대로 데이터를 첨부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해 낸 것입니다. 오디널스를 통해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코드를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할 수 있게 되어, 이더리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PFP NFT 컬렉션들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한편, 심지어는 유명 FPS 게임 둠을 모방한 게임을 구동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유저가 오디널스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다음의 2가지입니다.

  1. 사토시에 개별적으로 번호를 부여
  2. 사토시에 임의대로 데이터를 첨부

유저들은 오디널스가 구현하는 1의 기능을 통해 각 사토시에 대체불가능성(non-fungibility)을 부여하고, 2의 기능을 통해 대체불가능한 각각의 사토시에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임의대로 첨부할 수 있습니다. 오디널스의 기능들로 인해 비트코인 네트워크 상의 특정 데이터가 어떤 사토시에 저장되어 있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이더리움 NFT의 역할과 매우 흡사합니다. 오디널스를 비트코인 네트워크 상의 NFT 표준이라고 칭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되었죠. 예를 들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최초로 채굴된 블록의 첫 번째 사토시는 ‘Sat 0’으로 표기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올해 4월부터 오디널스를 통한 인스크립션(데이터를 비트코인 블록스페이스에 저장하는 행위)이 크게 증가했다; 출처: @dgtl_assets with Dune

이와 같이 오디널스는 각 사토시에 첨부되는 데이터가 순수하게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나 비트코인 블록 최대 크기인 4MB에 이르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렇게 이더리움의 NFT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다른 점 또한 오디널스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더리움에도 크립토펑크, 아트블록스와 같이 블록체인의 데이터스페이스에 온전히 그 데이터가 저장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더리움의 NFT의 대부분은 블록스페이스의 한계에 의해 실제 데이터는 IPFS와 같은 별도의 프로토콜에 저장하고 이 실제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링크를 표기한 메타데이터가 NFT에 첨부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요약하자면 오디널스는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인 사토시에 개별적으로 번호를 매겨 대체불가능성을 부여하고, 비트코인 블록 최대 크기인 4MB에 이르는 데이터를 직접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할 수 있어 타 프로토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의해 NFT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이저아이 대 위자드

오디널스가 크립토 커뮤니티 전반적으로 큰 화젯거리가 되었지만 이를 마냥 반기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문화에 익숙한 독자라면 X(전 트위터)에서 레이저아이(Laser Eyes) 프로필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라고 자칭하며 비트코인만이 유일하게 가치 있는 암호화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오디널스의 등장을 두고 “비트코인의 본래 목적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디널스의 등장 이후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BRC-20 트랜잭션으로 채워지고 있다; 출처:@cryptokoryo with Dune

그도 그럴 것이, 오디널스를 응용해 만든 대체가능토큰(fungible token)인 BRC-20에 대한 트랜잭션은 때때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전체 트랜잭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 때문에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트랜잭션 수수료가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야기했기 때문입니다.

2023년 5월 7일과 8일 양일간 오디널스로 인해 발생한 트랜잭션 수수료는 약 500BTC에 육박했다; 출처:@dgtl_assets with Dune

BRC-20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5월 초,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잠시 블록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바이낸스는 일시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출금을 중단해야만 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트코인 개발자 루크 대셔(Luke Dashjr)는 오디널스 관련된 트랜잭션을 스팸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걸러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에릭 월(Eric Wall)과 우디 워스하이머(Udi Wertheimer)는 “우리가 비트코인을 고장 냈다”며 오히려 오디널스로 블록이 처리되지 못하는 사태를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이들은 평소에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 커뮤니티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인물들로 유명세를 탔는데, 오디널스의 등장과 함께 탭루트 위자드(Taproot Wizards)라고 하는 오디널스 컬렉션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우디 워스하이머는 탭루트 위자드 이미지가 담긴 트랜잭션으로 비트코인 역사상 최고 블록을 생성해 커뮤니티에 충격을 안겨줬다

평소 비트코인 맥시멀리즘이 비트코인의 발전을 저해하는 문화를 조성한다고 비판해 온 에릭 월과 우디 워스하이머는 지난 5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도 참가해 오디널스와 비트코인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때 오디널스를 반대하는 진영은 “오디널스와 같이 비효율적인 것을 왜 비트코인에서 하느냐”라고 의문을 표하며 그들의 행보를 비판했습니다. 이에 에릭과 우디는 비트코인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계속해서 오디널스와 같은 현상에 대해 대응하면서 네트워크의 내구력을 시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이 논쟁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에 있습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 진영과 탭루트 위자드 진영은 특히 ‘비트코인의 용도’에 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누가 더 옳다고 함부로 단정 짓기에도 어렵습니다. 마치 명문화된 법을 두고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지는 것처럼, 사토시 나카모토가 남긴 비트코인 백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오디널스를 둘러싼 논쟁에 대한 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성의 문제

비트코인 NFT(오디널스) 거래량과 BRC-20 개발자 @domodata

올해 상반기 오디널스에 대한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오디널스로 발생하는 거래량은 현재 85%가량 감소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디널스는 죽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오디널스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해 “새로운 유저를 끌어들일 낮은 엔트리 포인트가 없다”라고 원인을 지목하며 비트코인의 블록 타임 또한 유저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BRC-20 프로토콜을 만든 장본인인 @domodata 또한 비트코인의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어떠한 자산을 생성하고 전송할 수 있는 프로토콜인 타로(Taro)가 BRC-20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었는데, 어쩌면 오디널스를 활용한 BRC-20 토큰은 그저 실험으로 끝날 운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디널스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나 오디널스 사용량의 증가로 생기는 네트워크 수수료는 비트코인 채굴 노드들에게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네트워크의 보안을 강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디널스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 출처:@niftytable with Dune

특히나 이는 비트코인 반감기에 따른 블록보상의 감소로 인해 점차 감소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보안예산 문제를 어느 정도 타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면서 여전히 좋은 유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디널스에서 촉발된 이 모든 논쟁은 비트코인의 블록스페이스에 대한 사용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즉, ‘비트코인의 진짜 목적’이 뭔지를 두고 싸우는 두 진영의 갈등이 그 배경에 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작성한 비트코인 백서에서는 분명히 비트코인을 두고 P2P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비트코인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주의의 사상에 따르면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의 자유는 용인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트코인 순수주의 대 비트코인 개혁파, 누가 승리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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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hyuk 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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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Producer at DeSp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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